광대, 외줄을 타다.
게시글 주소: https://i.orbi.kr/0006247038
겨울이 끝나갈 무렵, 강원도 산맥의 눈이 채 녹지도 않은 그날, 나는 제대했다. 세상을 다 가진 듯한 기쁨을 뒤로 하고 그날 저녁 아버지께 수능을 준비하겠다고 말씀드렸다.
'늦은 나이에.....위험이 얼마나 큰지 물론 알고 있으며.....그럼에도 불구하고 내 포부를 위해서는 해야겠다.....도와달라....'
미주알고주알. 무슨 말을 했는지 기억이 나질 않는다. 아버지께서 한참을 들으시더니 한 마디 하신다.
'알겠다. 가을에 보자.'
그리고 오늘 서울의 여름날 저녁은, 가을날의 저녁을 연상케 한다. 바람이 선선하게 분다. 이 바람이, 지난 겨울의 약속을 되돌이켜 보게 한다. 나는 얼마나 왔을지, 얼마나 더 가야할지를 헤아려 본다.
우습게도, 수험 생활의 가장 큰 적은 감정이였다. 감정이 흔들린다. 외로움인가. 채워지지 않는 사람에 대한 갈망인가. 외로운 광대가 난장에서 외줄을 탄다. 줄은 흔들리나 광대의 마음은 오롯이 한 가운데에 있다. '나는 무슨 일이 있어도 떨어지지 않는다.' 매순간 줄은 좌우로 흔들린다. 줄은 계속 흔들린다. 그럴수록 광대는 더욱 자신의 마음을 오롯이 한다. 광대는, 외줄을 탄다.
나는 광대다. 대한민국 60만 광대 중 한명이다. 입시라는 난장에서 웃기도 하고 울기도 하는 그저 수많은 광대 중 하나이다. '광대 끈 떨어졌다.'라는 속담이 있다. '제 구실을 다 하지 못하여 아무짝에도 쓸모없게 됨을 비유적으로 이르는 말'이다.
내 끈이 떨어지면 어쩌지... 수많은 걱정과 고민의 불안 속에서 펜을 잡는다. 감정이 더욱 동요한다. 줄이 더욱 흔들린다. 광대가 오롯이 했던 마음은 조금씩 흔들린다. 줄이 너무 흔들려서 견디기 힘들어 자세를 유지하려 한다. 잘 되지 않는다. '떨어지면 안되는데... 떨어지면 안되는데...'
눈물이 난다. 그러다 오른쪽의 광대를 본다. 나와 같다. 왼쪽의 광대를 본다. 나와 같다.
똑같이 흔들린다. 똑같이 버티기 힘들어 한다. 똑같이 괴로워 한다.
그러다 문득 깨닫는다. 지금 힘들고 눈물나는 삶은 나만의 것이 아니다. 도서관 앞에 앉은 내 옆 학생의 것이기도 하고 학원 내 앞자리에 앉아 있는 학생의 것이기도 하다. 나만 힘든 것이 아니다.
이 고통은, 이것은, 이또한 지나가리라.
나는, 우리는, 소중한 사람이다. 지금 나를 보듬고 위로해줄 사람은 사실 나를 제외하고 아무도 없다. 하루하루를 소중하게 보낸다. 그리고, 내가 나를 달랜다. 그렇게 남은 시간을 스스로 위로하며 보낸다. 약해지면 안된다. 나는 소중한 사람이다.
0 XDK (+0)
유익한 글을 읽었다면 작성자에게 XDK를 선물하세요.
-
열심히 살려구요 0
이제 그만 놀아야지
-
하 2
3명이서 술먹고 2명 꼴음; 한명 신세한탄하고 한명 신나서 객기부림; 니들은 술좀...
-
요즘 왤케 춥지 1
근데 딱 좋아서 일 년 내내 이랬으면 좋겠다 천연유래청정에어컨
-
머리 둥둥 울림 자는게 맞겠지?
-
지금은 내가 그러고 있네
-
8월부터 개짬찌라 시간도잘안날거같은데 경제 그냥하지말고 쌍윤이나할까
-
안자는 오르비언 있나요 10
손좀
-
프로세카는 함 스토리 처음부터 보고싶다 뱅드림은 대충만알고 딱히 더알고싶다는 생각은...
-
ㅠㅠ
-
사람아니야
-
ㅗㅜㅑ.....
-
해결법 찾았다 5
“커뮤 끊기” 학교에서라도 커뮤를 안봐야겠음
-
오르비는 제한적 커뮤가 맞지
-
자야하는데 2
새벽이 넘 재밌어요
-
1.real estate: 부동산 2.taxation: 조세 3.wealthy:...
-
“에타” 못해봄
-
3시반이다 0
잠자기엔 글렀음 지금자봤자 3시간임
-
오랜만에 진또배기 방탈했네 이러니까 못끊지
-
54xxxx 였던거 같은데 ㅋㅋㅋ 당시 저격 먹고 탈퇴했었음 지금 생각하면 어리긴...
-
IMAGEMATH
-
댓글 개썩창인거 빼면 재밌음
-
온라인에선 딱히 안그런거같은데 눈치를 안보는거랑 알빠노랑은 다르니까...
-
다들 이거보고 기분풀기
-
오르비 첫 계정이여도 그냥 뭔가 알고 있는 척 하고 약간 재르비인척 하면 워낙...
-
탭은 일섭 폰은 한섭 ㅋㅑ
-
미치겟네
-
수험생일때 이후로 처음이네 이상하게 수험생일땐 새벽까지 오르비가 그렇게 재밌다가 근...
-
아카라이브 에펨 디시 클리앙 인스티즈 오르비 웬만한건 다해봄
-
안쳐자는 나는 뭐지
-
ㅅㅂ..
-
키링 구매 완료 10
리트는 대학생이니까 샀어용
-
만들어주면 기쁜 마음으로 지방런할텐데, 대부분의 양질의 일자리는 다 서울에 몰려...
-
두개까지!
-
잔혹한 도시 0
개어려웡
-
지방 메디컬 붙어서 거기서 눌러살렵니다 대구로 가자~
-
휫자를뿌린다 자랑하려면 자랑비 내고 해라
-
결이 달라서 그런가 디시가 훨 쉬움
-
주식 글 막 쓸때 신뢰성 주려고 한 몇번인가 했었는데 그런거 이제 자제해야겠네 ㅋㅋㅋ
-
요즘운 이게 좀 덜해졌나
-
나는아직성장기야..,,
-
걍 원래 하던 디씨질이나 해야겠네...
-
물좀 떠다 다오..
-
이정후 안우진 ㅇㄷ
-
D - 10 2
그 날이 다가온다
-
대학가서 이것저것 많이한다고 좋은거 아니다 누구나 맘만 먹으면 미친듯이 여러 활동들...
-
잘난체하는애들은 어짜피 대부분 병신이고 오히려 병신인척해야 맞다고...
-
늙고병든건이제그만,,..
쓰고나니 소름돋네요. 나중에 보면 이불킥할듯 ㅋㅋ
저뿐만이 아니라 많은 수험생들이 흔들릴 시기라고 생각합니다. 다니는 학원에서도 실제로 몇명씩 빠지기도 하고.
힘내서 공부합시다!!
수험생문학ㅋㅋ
화이팅! 님은 소중한 사람입니다!!!
자살을 거꾸로 하면 살자 입니다.
다행히 저한테는 외로움의 극치가 자살로 연결되지는 않네요 ^^; 멘탈이 힘들땐 코인노래방을 갑니다. 야생화 3번 부르면 외로움이 종교적인 자기애로 승화됩니다. 레알입니다.
박효신 짱짱맨 야셍화 짱짱쏭
전 노래방가면 항상 친구들과 안무까지 해서 너랑 나, 좋은 날, NONONO, 그런남자 부릅니다.
가슴이 뻥 뚫리고 끝나면 현자타임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