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기술이 어렵다고? [1탄]
게시글 주소: https://i.orbi.kr/00062758744
오랜만에 국어 칼럼으로 왔습니다.
15 수능 B형 슈퍼문 지문에 관한 얘기를 하려고 합니다. 특히 2문단을 읽을 때, 독해하기 어려웠지 않았나요? 그리고 2문단의 마지막 문장을 어떻게 처리하셨나요? 대부분 도식화하거나 비례 관계를 체크하고 넘어갔을 겁니다.
그러나,
이 문장은 도식화할 필요도, 체크할 필요도 없습니다.
위 문장은 “동어 반복 문장” 수준으로 다가와야 합니다.
?????
또한 평가원은 2문단을 통해 아래의 행동 영역 중 3가지(형광펜)를 측정했다고 봅니다.
출처: 22학년도 수능 예시 문항 안내 13page
떡밥을 던졌으니, 회수하러 가야죠?
2문단의 첫 문장부터 읽어봅시다.
<<타원은 두 개의 초점이 있고 두 초점으로부터의 거리를 합한 값이 일정한 점들의 집합이다.>>
이 정의를 처음 만나면 받아들이기 벅찹니다.
이럴 때는 체크만 하시고, 다음 문장 읽어도 괜찮아요. 다만, 다음 문장을 읽을 때, 정의의 한 요소라도 이어 붙이려고 노력해야겠죠.
다음 문장으로 가봅시다
<두 초점이 가까울수록 원 모양에 가까워진다.>
정의는 소화하기 어려웠는데, 타원의 정의 중 “두 초점”에 포커싱하네? 라고 생각하면 좋습니다. 첫 문장에서 “두 초점이 있고, 두 초점으로부터 ~ ”라고 했는데, 첫 문장에서 “두 초점이 있고”라는 표현을 빼더라도 정의하는 데 문제가 없었습니다. 필자는 애초에 첫 문장을 쓸 때부터 타원의 정의 중 “두 초점”에 무게를 둔 거죠.
그런데 이 문장이 정적인가요? 동적인가요?
동영상처럼 그려볼 수 있나요?
제 머릿속엔 아래 그림처럼 떠올랐습니다.
왼쪽 그림을 먼저 보세요.
두 초점이 가까워지다가
완전히 겹치면 어떻게 되나요?
겹쳐진 두 점이 한 점이 되고,
그 점이 원의 중심이 되겠죠?
반대로 오른쪽 그림처럼
원이 중심이 둘로 쪼개어 분리되면서
원에서 타원으로 바뀌어 가죠?
원은 타원보다 친숙한 존재죠? 필자는 타원이 생소하니 "원과의 관계"를 생각해 보라고 한 겁니다. 2번째 문장에서 어떤 능력을 평가했는지 살펴볼까요?
두 번째 문장을 통해 “정보 간의 관계 파악 능력”과 “직접 명시되지 않은 정보의 논리적 추론 능력”을 평가한 겁니다. 위처럼 과학기술 지문을 읽을 때 "기하적 표상 능력"이 중요합니다. 이 능력을 활용해 관계를 파악하고, 논리적 추론까지 할 수 있게 됩니다.
아직 떡밥을 회수하지 않았습니다.
계속해서 다음 문장으로 가봅시다.
<<타원에서 두 초점을 지나는 긴지름을 가리켜 장축이라 하는데, 두 초점 사이의 거리를 장축의 길이로 나눈 값을 이심률이라 한다.>>
장축은 원의 지름에 대응하면 받아들이기 쉽습니다.
문제는 ‘이심률’이죠.
‘타원의 정의를 읽을 때처럼 받아들이기 어렵습니다. 이럴 땐, 체크하고 다음 문장으로 넘어가시죠.
<<두 초점이 가까울수록 이심률은 작아진다.>>
이 문장을 읽고, 필자의 설계에 감탄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이심률이라는 단어는 2번째 문장을 읽고 떠올렸던 그림을 아주 절묘하게 압축적으로 담아냈기 때문입니다.
어째서죠? 하실 겁니다.
이심률. 이 단어를 한 글자씩 뜯어보죠.
’률‘은 비율.
’심‘은 중심, 핵심의 심
2번째 문장에서 했던 생각을 바탕으로
’이‘라는 글자의 축자적 의미를 가져오면 됩니다.
이 <= 이별, 이혼, 이륙, 이탈, 괴리, 격리, 거리, 분리할 때의 ’이‘입니다. 두 번째 문장에서 생각했던 ’떨어지다‘, ’떼어놓다‘ 라는 의미를 가져온 거죠. 그래서 이심률은 “이심된 정도를 수치화한 것” 정도로 이해하면 됩니다.
아래 그림을 다시 보세요.
그렇다면, 두 초점은 원의 중심에서 이심된 두 점이죠?
마지막 문장을 다시 봅시다.
<<두 초점이 가까울수록 이심률은 작아진다.>>
두 초점은 이심된 두 점이고, 이런 두 점이 가까워지면 이심된 정도가 줄어드네? 그러면 이심률은 작아지네! 어라? 이 문장은 똑같은 얘기를 하네? 이렇게 되는 겁니다. 정확하게는 장축의 길이도 고려해야 하지만, 국어이기 때문에 필자가 의도한 방향대로 이해하면 그만입니다.
여기서 우리는 어떤 능력을 사용했나요?
정확하고 효과적인 어휘 사용 능력입니다.
축자적 의미를 활용해 의미를 엮어내는 능력이 왜 중요한지 아시겠죠? 이런 능력이 없으면, 마지막 문장을 도식화해서 처리할 수밖에 없죠. 이가 부실하니 잇몸으로라도 소화하려고 애쓰는 것과 다름없습니다.
기존에 알고 있던 어휘의 축자적 의미를 추출한 다음, 새로운 단어에 적용하고 조합하면서 의미를 창출해 보세요! 이 연습을 수시로 놀이처럼 해보시길 바랍니다. 틀려도 괜찮습니다. 다만 의미를 추론한 다음 꼭 사전에서 확인하셔야 합니다!
꾸준히 하면 여러분의 어휘력이 폭발적으로 확장될 겁니다. 개인적으로 추론 능력의 시발점은 어휘추론 연습이라고 생각하며 마무리하겠습니다.
[[과학기술 지문이 어렵다면 2탄]]도 곧 나갈 예정이니 많은 관심 부탁드립니다.
다음 칼럼도 기대해주시길 바라며 "팔로우" 꾸욱~♥
양질의 글을 읽고 효용을 느꼈다면, “좋아요” 눌러주세요! “좋아요”는 앞으로 유익하고 재미난 글을 뽑아내는데 상당한 원동력이 됩니다.
0 XDK (+0)
유익한 글을 읽었다면 작성자에게 XDK를 선물하세요.
-
취업하고 진급에서 보았을때 차이큰가요??
-
아 진짜 ㅡㅡ
-
새벽 세 시에 막혀서 뒤지는 줄 알았네
-
가성비 좋은 애들이 많은듯... 이번에 노트북 사려고 이것저것 알아보면서, 가성비...
-
늦잠 잤다. 4시부터 공부시작. 오늘은 12시간 하자 3
할 수 있다
-
경영 수업 개많이 들어야지 창업관련수업이 그쪽에밖에 없음 ㅠ
-
얼버기 0
때문에 모기
-
나 6
찐따 좋음 쿨여남 좋음 쿨찐 존X 싫음패버리고싶음
-
그러려면 오르비끄고 자야겠지 모두잘자뽀뽀쪽
-
육수가 질질 2
크아아악 살러줘
-
12~15번, 20~21번 구간에서 시간 줄이고 싶은데 4코 괜찮나요? 지금까지...
-
돈이 없어 3
말라 비틀어져
-
학종 쓸 때 1
생기부에 실제 학문에서는 틀린 내용적 오류가 있어도 되나요?
-
그리고 기출 22번급 남은거랑 N제 추가로 풀다가 실모 들어가면 되겠네
-
그럼 원과목들 실모 일러에 혼을 쏟을텐데 ㅋㅋㅋㅋ
-
안녕하세요, 여러분의 꿈의 열쇠를 찾고 조여주는 사람들 [몽키스패너]입니다! *본...
-
우리은하랑 안드로메다은하는 암흑에너지보다 중력영향이 더 커서 가까워지니까 그럼 그...
-
아츄 이런 건 원래도 유명한데 지금 우리/종소리/그대에게/삼각형/안녕/그날의 너...
-
. 2
내 옆에 말동무가 누워 있으면 좋겠다 잠이 안와.. 방금 고규마 먹어서 그런가 좀 배고피서
-
마지막으로 한번만 더 물을게 이머리 손흥민머리하고 비슷한건데 손흥민이 잘 어울리는...
-
화1 내년에 해도댐? 11
만점목표라면 화1vs화2중에 뭐 추천하심. 지1이랑 같이할거에여
-
저격합니다. 4
사실적시 기분상해웅앵웅죄로 고소합니다.
-
개인적으로 없음 이럴때야말로 공부나 해야지
-
차단 목록 인증 3
자 누가 들어올래
-
2진동인데 정규 김현우 안가람 누가 더 나을까요?
-
투표 ㄱㄱ
-
물리, 정치와 법 어떤가요? 미친 짓인가요?
-
ㅁㅌㅊ?
-
이미지 써주세요 14
-
연초는 끊는거 성공했음 이제 전담만..
-
3월까지 꾸준히 1등급 나오다가 5월 3, 6/7월 2맞고 n제를 좀 풀려고 하는데...
-
재밌는메타 6
=라유에게 덕코주기 메타
-
. 1
-
얼버기 2
를 위해 자러감 ㅂㅂ
-
내 가슴 속은 갑갑해졌어
-
일단 머리는 까고싶은데
-
어떤 기분일까 친구들끼리 장례를 치르는 일이 어째서 존재하는 걸까
-
823227 이분보다 많은사람 못 봤는데
-
요즘 아픈사람들 많더라 수험생중ㅈ에
-
고2 노베때 공부 잘하는 애들 보면서 나도 노력하면 쟤네처럼 잘해질 수 있겠지?...
-
능지 이슈로 기각ㅋㅋ
-
족발먹고싶다 하 3
내일 먹을까 ㅇㅇ..
-
야식 ㅇㅈ 17
개섹시한 자태,,
-
미적 0
수학모고치면 미적 26번부터 막히고 27번부턴 거의 손도 못대는 미적바보입니다......
-
7.5만덕 급구 7
700만덕 되고 싶어요
-
1분 10개가 딱 적당해요
-
좀 맘에 안 듦 페스캐면 좀 더 간지나게 디자인해주던지… 방탄복 입혀놓고 페스캐요 하면 짜치는데
선댓글 후감상
대충 배경지식으로 때려맞췄던 기억이 있는데 잘못 생각했던게 있었네요
선댓 감사합니다 ❤️
배경지식이 있다면, 활용하되 지문이 의도한 방향에 맞춰서 써먹으면 좋습니다 ㅎㅎ
좋은 글 감사합니다
댓글은 사랑입니다 ㅎㅎ
궁금한게 과학지문이 약한 것은 과학지문이 약한게 아니라 독해력자체의 문제라고 볼 수 있을까요? 제가 법경제 지문에는 강한데
헤겔의 변증법및 과학지문에 보기문제를 지속적으로 틀려 질문드립니다
법 경제 지문이 강하다면, 독해력이 없는 것은 아닙니다. 이번 칼럼에서 과학기술 지문을 읽을 때, 기하적 표상능력이 중요하다고 했습니다. 법이나 경제지문을 읽을 때, 생각보다 기하적 표상능력이 요구되지 않습니다. 소재별로 요구되는 능력이 다릅니다. 기본적인 독해력 위에 소재별로 필요한 능력을 추가적으로 훈련할 필요가 있습니다.
철학 지문은 추상적인 것을 다룹니다. 추상적인 것은 표상하기 쉽지 않고, 순수 지성으로 논리적인 관계를 파악할 수 있어야 합니다. 가장 어려운 소재가 철학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철학이 특별히 어렵다면, 철학 대중서를 한 번 읽어보는 것도 추천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