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참 [1020565] · MS 2020 · 쪽지

2023-05-25 18:38:36
조회수 3,966

공감도 지능이다 (ft. 1906가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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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타 인지를 알아듣기 쉽게 설명하면 "내가 무엇을 알고 무엇을 모르는지 객관적인 시선으로 바라볼 수 있는 능력" 정도가 되겠습니다. 예를 들어 내가 어떤 문제를 풀었을 때 이 문제를 푸는 데에 필요했던 개념 중 무엇을 알고 있었고 무엇을 헷갈렸었어서 생각을 어떻게 전개했는지 하나씩 분석해본 후에 '내가 수능 당일 이 문제를 처음 본 상황을 가정한다면 나는 어떻게 행동했을까? 그리고 그때 올바른 풀이로 문제를 맞추기 위해서는 지금 어떤 공부를 해야할까?'라는 질문에 스스로 답할 때 메타 인지가 중요하게 들어오는 것이죠.


이는 자기 객관화를 잘 하는 능력과도 연관됩니다. 타인이 바라보는 나의 모습이 어떨지, 내가 생각하는 나의 모습과 다른 사람들이 바라보는 나의 모습의 차이는 어떨지, 그렇다면 내가 생각하는 것보다 실제 나의 모습이 어떠한지에 따라 내 행동을 어떻게 바꾸거나 유지해도 괜찮은지 이런 것들을 생각할 때 필요한 것이 바로 자기 객관화 능력이죠. 타인의 시선에서 나를 바라보는 것! 혹은 내 방에 cctv 달아두고 이 cctv에 내가 어떻게 나올지를 떠올려보는 것도 비슷한 맥락이겠습니다.


저는 그래서 공부를 잘하는 학생은 결국 뇌가 좋은 것이고 뇌가 좋기 때문에 다른 사람들이 나를 어떻게 바라보는지, 다른 사람들이 나의 말과 행동을 어떻게 느낄지를 다른 사람들에 비해 더 잘 파악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다시 말해 머리가 좋은 사람이라면 (약간의 두뇌 영역 차이는 있겠지만) 수능 문제돌 잘 풀어낼 수 있고 다른 사람들이 나의 행동에 어떻게 영향을 받을지를 짐작해볼 수도 있으니 함부로 말하거나 행동하지 않기도 할 것이라는 거죠!






직관적으로 생각해볼 때 "내가 이 문제를 수능 당일 현장에서 처음 봤다면 나는 어떻게 행동했을까? 그리고 올바른 풀이로 정답을 낼 수 있었으려면 나는 어떤 행동을 했어야할까? 그럼 그 행동을 단계별로 분석해서 내게 알려주면 비슷한 상황을 2024학년도 수능에서 접했을 때 해결할 확률을 높일 수 있겠군!"과 같은 사고를 이어가는 것은 분명 쉽지 않은 일입니다. 특히 여러번 풀어본 문제일수록 그러하고 평가원 기출 문항을 n회독 했다는 분들이 계속 똑같은 풀이로 문제를 풀거나 내가 기존에 알고 있던 다양한 풀이들로만 문제를 접근하게 되는 이유를 설명해줄 수도 있겠습니다.


하지만 우리가 수능을 준비한다는 것은 이미 본 적이 있는 문제를 다시 풀어보라 했을 때 잘 풀 수 있는 능력을 길러가는 것이 아닙니다. 태어나서 한 번도 본 적이 없는 문제를 봤을 때 내가 어떻게 논리적인 사고 과정을 전개해서 정답을 낼 것인지를 고민해가는 것이 바로 수능을 준비하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이를 위해 우리는 메타 인지를 잘할 수 있도록 스스로를 훈련시켜가야하고 자기 객관화를 잘할 수 있도록 스스로를 훈련시켜갈 필요가 있습니다. 그리고 이 과정에서 저는 자연스레 두뇌를 더 잘 활용할 수 있게 됨에 따라 내가 하는 말과 행동을 더 조심하게 되고 타인을 존중하며 원활한 인간 관계를 유지해갈 수 있는 능력도 기를 수 있다고 느꼈습니다. 물론 당장 수능 문제만 푸는 일상을 유지할 때는 일시적으로 사람들과 관계를 이어가는 것이 힘들어질 수 있지만 2024학년도 수능이 끝나고 내가 1년 동안 기른 이 능력을 인간 관계에 더 투자할 때는 이전보다 더 원활한 순간들을 만들어갈 확률이 클 것이라는 거죠!




과거에 '공부'라 함은 인생에 대해 배우는 것이었습니다. 내가 누구이고 우리 부모님이 왜 내가 감사함을 느끼고 존중해야할 존재이고 왜 주변 사람들에게 잘 해야하고 처음 보는 사람과는 어떤 말을 나누면 좋고, 이런 것들을 배우는 것이 '공부'였고 그래서 공부를 잘하는 사람들은 배운 사람이라고 불리곤 했습니다. 이는 근현대에 와서도 크게 달라지지 않았습니다. 한국을 바라봐도 1970-90년대에 대학에 간 분들 (지금 우리 부모님-조부모님 세대) 은 단순히 시험 문제 달달 외우고 내용 효과적으로 암기한다고 좋은 대학에 가서 학습을 이어나갈 수 없었습니다. 발표 자료 만들어서 그럴싸하게 말 붙이기 놀이 한다고 좋은 대학에 갈 수 없었습니다. 다양한 주제에 대한 글을 읽고 그것을 본인이 진정으로 이해해 사람들과 나누어보고 글을 써서 어딘가에 보내보고 문제를 다각도로 관찰해보고, 이러한 과정이 쌓인 끝에 좋은 대학에 갈 수 있었습니다.  


물론 제가 직접 그 시대를 살아본 것이 아니기에 부정확한 정보가 있을 수도 있습니다만 sky 법대 졸업해 다양한 분야에서 일하고 계신 분들, 학교에서 만나뵐 수 있는 교수님들, 그리고 저희 부모님 등으로부터 들은 이야기를 종합해볼 때 사실과 크게 벗어난 이야기는 아닐 듯합니다. 이러한 맥락에서 바라볼 때 지금 대입에서의 누적 백분위 2% 이내 집단은 과거 대입에서의 누적 백분위 2% 이내 집단과 어느 정도의 차이가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제가 좋아하는 책 중에 '하퍼 리'의 '앵무새 죽이기'라는 책이 있습니다. 저는 이 책에서 주인공의 아버지를 묘사할 때 마을 주민들이 '배우신 분이니까'라는 표현을 썼던 상황을 지금도 기억하고 다닙니다. 한국에서 엘리트라 불리는, 의치한수약skpyk을 합격했거나 졸업한 분들 중 다른 사람들을 위해 힘 쓰고 내가 얻은 것을 사회에 환원하고자 하는 사람들이 더욱 늘어났으면 하는 개인적 바람을 끝으로 글을 맺습니다.






p.s. 글의 맥락상 '뭐야 그럼 지금 대학 간 사람들은 별 것도 아니라는 거야?' 싶은 구절이 있습니다. 맞습니다, 솔직히 말하자면 제게는 그렇게 생각하는 부분이 분명 존재합니다. 하지만 그때와 달리 요즘 대입을 준비하는 학생 분들만이 갖출 수 있는 상대적 강점도 있습니다. 시대가 변했기에 각자가 거쳐온 역사도 다르고 그에 따라 강화된 능력도 다른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저는 "과거보다 대학 가기 쉬워졌다"라는 말에 대체적으로 동의하는 편이지만 비슷한 수준의 대학, 학과에 진학하기 위해 필요한 공부량을 비교해볼 때는 지금도 절대 적지 않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오히려 사교육 시장이 커지고 활용할 수 있는 컨텐츠가 늘어남에 따라 겉으로 보이는 공부량은 훨씬 많아졌을지도 모르겠습니다. 글 읽어주셔서 감사드리며 그럼 오늘 저녁도 파이팅하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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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심한수 · 1226712 · 23/05/25 18:39 · MS 2023

    갑자기 메타인지 나와서 순간 국어 지문 연계인 줄;;

  • 심한수 · 1226712 · 23/05/25 18:39 · MS 2023

    좋은 말씀 감사합니다

  • 책참 · 1020565 · 23/05/25 20:19 · MS 2020

    개인적으로 국어-수학-사회탐구-과학탐구 융합 문제 3개 정도를 수능으로 출제하면 어떨지.. 싶은 생각도 갑자기 드네요 ㅋㅋㅋㅋ 서술형으로 해서 0.3점 단위로 수십명이 갈리는

  • 심한수 · 1226712 · 23/05/25 20:22 · MS 2023

    그런 상황 나오면 평가원장 돌맞아 죽을 거 같은데요 ㅋㅋㅋ

  • 책참 · 1020565 · 23/05/25 21:56 · MS 2020

  • 장수하는장수생 · 740747 · 23/05/25 23:04 · MS 2017

    틀린 이유가

    1. 무지성 로피탈
    미분 불가능성을 제대로 파악 못함

    2. 다시 풀었을 때 첨점하나 갯수 안 세고 계산해서 답이 안나옴

    이거 풀고 느낀게

    복잡한 합성 (초월)함수 식에서 미분가능성 혹은 극한꼴을 물어볼때
    정확한 극한식을 취해서 대수적 관점에서 보임이 맞다는 생각이 들었음

    준킬~약간 쉬운 킬러 혹은 수2 파트의 극한에 관한 물음들은
    로피탈이나 기하적 관점에서 접근하면 충분한데

    유독 미적 극한 꼴은 ...

    작수 14번 틀렸는데
    빵꾸뚫린 자리에서 값을 얘기할 수 없는걸 값이 존재한다고 대답해서
    하...

    근데 극한에 대한 이해를 물어보는 문항이
    최근 평가원에서 출제를 자주 안 해서 방심하고 간 탓이 큰 듯...

    가형 미적 기출 좀 다시 들춰보고 가야할듯,,,

  • 책참 · 1020565 · 23/05/25 23:14 · MS 2020

    1. 개념 제대로 공부
    2. 평가원 기출 문항 제대로 공부
    3. 평가원 기출 문항 분석, 재구성하여 문제 만들어보기

    를 기본으로 하는 상태에서 실전 개념을 익히든 n제를 풀든 해야한다고 생각해요. 저도 복잡한 극한 처리 상황일수록, 특히 평가원에서 출제한 문항이라면 교과서대로 정석대로 접근해봐요. 말씀하신 것과 비슷한 맥락에서 2022학년도 수능 미적분 26번, 27번 같은 문항이 평소에 급수의 정적분화, 2차원 운동 제대로 공부하지 않던 학생들 제대로 저격한다고 느꼈습니다

  • 김재훈그는감히전설이라고할수있다 · 1181484 · 23/05/26 00:52 · MS 2022 (수정됨)

    특히나 떠먹여주는 식의 강의가 늘어나고 있는 요즘 시기에 더더욱 중요해지고 있는 것 같아요.. 초반에 실력이 부족해서 못 풀때는 도움을 받을 수 있다고 해도 나중에 다시 풀어볼 때 관성대로 풀이를 적어내려가고 “풀 수 있네?”하고 넘어가는 게 아니라 의도적으로 풀이의 첫 시작점부터 과정 간의 leaping을 능동적으로 이끌어내려는 연습이 필요하다고 느꼈어요.

  • 책참 · 1020565 · 23/05/26 08:46 · MS 2020

    정확히 파악하셨다고 생각합니다! 처음 배울 때는 누가 설명해주는 것을 잘 듣고 따라해보는 것만큼 효과적인 방법이 없지만 어느 정도 실력이 생긴 후에는 꼭 혼자 고민하는 시간을 가질 필요가 있다고 생각해요. 웬만큼 머리가 좋은 게 아니라면 꼭 의식적으로 스스로의 사고과정을 뜯어보는 훈련을 해야한다 생각합니다. 생각 나누어주셔서 감사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