웨하스 [362791] · MS 2010 · 쪽지

2015-08-23 20:01: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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존스 홉킨스 지나영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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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미국 최대의 병원 존스 홉킨스 의과대학
소아정신과 지나영교수. 실패를 기회로 삼아 초고속 '코리안 드림'을 이룬 그녀는 앳된 모습의 발랄한 대구
아가씨였다.








미국 볼티모어에 있는 존스 홉킨스는 미국 최대의 병원이다. 유에스뉴스(US News)가
선정하는 미국 병원 랭킹 1위를 달리고 있다. 시내 몇 개의 블록이 하나의 병원으로 이뤄진 거대한 규모에 붉은 벽돌로 고색창연함을 자랑하고
있었다.
존스 홉킨스 의과대학 및 케네디 크루거 인스티튜트 소아정신과 교수. 직함에 비해 지나영(32) 교수는 앳된 모습의 발랄한 대구 아가씨였다.
어찌나 반갑게 맞는지 초면이지만 친척 여동생을 만나는 듯했다. 어떻게 이 먼 곳까지 오게 됐느냐고 묻자 "제가 좀 '무대포'가 있어요. 별로
무서워하는 것이 없거든요"라고 웃으며 대답했다.
"레지던트를 지원한 병원에 불합격한 것이 계기가 되어 생각보다 일찍, 인턴 마치자마자 미국에 오게 되었어요. 사실 이 실패가 내가 지금까지
오는 데 큰 전환점이 된 것이죠."
그녀는 대구가톨릭대 의과대학 94학번이다. 2000년 졸업 후 여의사로서 한계는 서울도 마찬가지라는 생각에 미국행을 결심했다. "간이
컸죠." 미국 의사국가고시 5단계를 1년 안에 따야 하는 당찬 계획을 세웠다. 1년 안에 실전 영어를 익히고 면허시험과 실습시험을 다 마친다는
것은 거의 불가능에 가까웠다.
그러나 2002년 그녀는 1차 시험을 상위 4%, 2차 시험을 상위 3% 안에 드는 성적으로 통과했다. 미국 의대를 졸업한 학생들과의
경쟁에서 상위 3%의 성적. 대학시절 악바리처럼 영어 공부를 했지만 그래도 이런 결과에 자신도 놀랐다.
보스턴에서 가까운 터프츠 의대에서 청강도 하고, 실습을 하면서 영어 실력도 하루가 다르게 쌓여갔다. "제가 원래 말이 좀 많은 편이거든요.
그게 영어를 배우는 데 강점이었죠. 처음엔 이질적인 그룹에 끼면서 적응이 어려웠지만, 절대 기죽지 않고 '자랑스런 한국인'이 되도록
노력했습니다."
오전 7시만 되면 어김없이 일어나 그 추운 보스턴의 눈보라를 가르며 30분 정도 찰스강변을 달렸다. 아침밥을 먹고는 부리나케 도서관으로
뛰어갔다. MIT 도서관에서 오후 10시까지 공부했다. "누가 공부하라는 사람도 없고, 코앞에 시험이 있는 것도 아니지만 그래도 끊임없이 공부를
했습니다." 돈도 모자라고 시간도 아까워 하루 세끼 핫도그로 배를 채우기도 했다.
본격적인 연구에 몰두하기 위해 하버드 의대, 터프츠 의대, 보스턴 의대 등에 이력서와 편지를 보냈다. 그런데 신기하게도 그 중에서 가장
들어가기 힘들어보였던 하버드에서 연락이 왔다. 세 번의 면접을 거쳐 뇌영상(Neuroimaging) 연구그룹에서 일하게 되었다. 이 연구실은
경력이 많은 교수급 연구원들이 자신이 받은 연구 자금을 가지고도 연수 오기 위해 대기해야 하는 곳이다.
2003년 처음 계획한 대로 1년 만에 미국 의사국가고시 전 과정에 합격했고, 하버드의 저명한 교수에게 받은 추천서를 가지고 정신과
레지던트에 지원했다. 여러 곳을 인터뷰한 후에 가장 가고 싶어 했던 노스캐롤라이나대학(UNC) 정신과에 붙었다. 2007년 노스캐롤라이나대학
병원에서 정신과 레지던트 과정을 수료하고, 이듬해 소아정신과 펠로우 과정도 수료했다. 지난해에는 미국 정신과 전문의 시험도 전 과정 합격했다.
미국에 올 때는 생각도 하지 못한 일이었고 처음부터 전혀 계획도 하지 않은 결과였다. 그 사이 외국인 의사 중에서 장래가 촉망되는
레지던트에게 주는 미국 정신과 레지던트 PD협회상도 받았다.
한번 인터뷰할 때마다 체중이 1㎏이나 빠질 정도로 신경이 쓰였지만 그녀는 "완전히 맨땅에 헤딩하는 기분으로 해 나갔다"고 말했다. 미국
의대생들과의 경쟁에서도 지지 않기 위해 이를 악물고 준비했다. 일부러 어려운 질문을 해서 학생들을 당황하게 하던 교수도 "그녀는 모르는 것이
없다"(She knows everything!)며 놀라워할 정도였다.
그녀가 존스 홉킨스로 온 것은 지난해 8월. 누구나 오고 싶어하는 병원이지만, 인터뷰하자마자 곧바로 취직이 됐다. "물리치료사,
심리치료사, 언어치료사가 모두 한 팀으로 움직이는 팀워크가 좋아요. 특히 아이들과 함께할 수 있어 더 행복해요."
현재 아이들의 자폐증 연구에 매달리고 있다. 나흘간의 임상에 하루 정도 연구할 시간이 주어지지만, "1주일 내내 연구만 하는 사람과
경쟁하기 위해 집에서도 자는 시간 빼고는 공부만 한다"고 했다.
"어른의 병은 어릴 때 나옵니다. 병의 뿌리를 찾다 보니 소아정신과까지 왔습니다." 그녀는 계속 미국에 남아 연구하고 싶다고 했다. 특히
한국의 아이들을 위해 책도 써 보고 싶다고 했다.
"한국은 너무 성취, 성과에만 중요도를 두고 그 과정에서의 보람과 기쁨은 가볍게 여기는 경향이 있죠. 단순히 좋은 대학, 좋은 직장 등에
가는 것을 목표로 두면서 너무나 많은 것을 포기하다 보면, 자신의 삶의 의미를 잃고 불행해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래서 그녀의 모토는 '자신의
진실한 마음을 따르라'(follow my heart)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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