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렙노프사(였던 것)​ [1244908] · MS 2023 (수정됨) · 쪽지

2023-09-05 20:40: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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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평 이후에 대하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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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마 제목을 보시고 이상하게 생각하실 분이 많을 겁니다. "아직 9평이 시작도 안했는데 9평 이후라니?" 라고 말이죠. 제가 여기서 여러분께 전하고자 하는 메시지는 단 하나입니다. '9평은 중요하지 않다' 라는 겁니다. 몇몇 분들은 "당연한 거 아닌가." 라고 하실 수도, "수능 전 마지막 모의고사인데 왜 중요하지 않다는 거지." 라고 하실 수도 있습니다.


우선 모의평가는 무엇인가요. 말 그대로 '모의'평가, 즉 연습 게임, 시뮬레이션이라는 겁니다. 다시 말해 모의평가는 철저하게 목적이 아닌 수단이 되어야 하고 초점이 시험이 아닌 나 자신에게 맞추어져 있어야 합니다.


쉽게 설명하자면, 여러분은 모의평가를 통해서 여러분의 약점, 시험장에서 겪었던 어려움 등을 파악하고 분석해서 어떻게 하면 시험을 잘 볼 수 있을 지에 대해 고민하는 것이 가장 이상적이라는 것입니다.


하지만 시험이 끝나면 시험의 난도, 유형, 스타일, 점수, 등급컷 등등 객관적인 지표에만 관심을 가지는 경우가 많습니다. 흔히 "이번에 국어 백분위가 100 수학이 94네. 그럼 이제 수학에 좀 더 비중을 둬야지." 라든가, "이번 시험에서는 문학에 연계가 생각보다 많이 됐네, 그럼 EBS를 더 집중적으로 봐야지" 같은 식으로 말이죠. 하지만 모의평가와 수능이 완전한 독립시행이라는 것은 이미 주지의 사실입니다. 대표적인 예시로 22학년도 국어 9평과 수능이 있죠.


이런 경우는 그나마 분석적이고 미래지향적인 태도를 지닌다는 점에서 조금이나마 낫지만, 더 심한 경우에는 "와 그냥 망했네. +1 해야겠다." 라는 식으로 결과를 과하게 감정적으로 받아들이거나, "나 어느 라인 대학 (못)가겠다." 라는 식으로 모의 지원을 하면서 9평을 수능인 것 마냥 과몰입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전부 자신이 아닌 시험에 초점이 맞춰져 있는 경우인 것이죠.


그렇다면 9평 이후엔 어떤 태도를 가져야 할까요. 앞서 말씀드린 대로 시험에 대한 객관적인 지표는 중요치 않습니다. 어차피 수능은 9평과 관련이 없기 때문이죠. 그보다는 예를 들어 "내가 탐구에서 (준)킬러 문제풀이만 연습했어서 비킬러에 시간을 너무 많이 소요했었네. 비킬러도 꾸준히 연습하고 빨리 푸는 법을 고민해야겠다.", "앞 과목때문에 멘탈이 흔들려서 다음 과목에도 악영향을 미쳤네. 멘탈을 잘 유지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시험 전에 이러저러하게 예열을 했더니 컨디션이 좋았던 것 같네. 수능때도 똑같이 해야지." 와 같은 식으로 시험을 통해 알아낸 약점, 강점, 느낀 점, 교훈 등을 소중한 경험치로 삼는 게 바람직할 것입니다. 흔히 9망수잘이라는 것은 9평을 망치면서 얻은 점수가 아닌 경험을 값지게 활용한 케이스라고 볼 수 있겠죠.


여기까지 읽으셨다면 제가 처음에 9평이 중요하지 않다고 한 의미를 이해하셨을 거라 믿습니다. 중요한 건 9평이라는 객관적인 시험이 아니라 그 시험을 응시하면서 얻은 주관적인 경험인 것이죠.


+) 여기서 반론을 제기하실 수 있습니다. 올해는 킬러 문제에 대한 이슈때문에 상당히 이례적인 경우니까 9평 자체도 주시해야 하는 것 아니냐면서 말이죠. 하지만 그러한 이슈로 인해 혼란스러운 것은 맞지만, 9평을 통해 수능을 예측하기 어려운 건 마찬가지입니다. 만약 9평이 기존과 비슷하게 출제된다면 어떨까요. 수능 역시 비슷하게 출제될 수도, 아니면 정부가 더욱 압력을 가해 수능때 대격변이 일어날 수도 있습니다. 반대로 9평때 기조가 완전히 바뀐다면 어떨까요. 그 기조 그대로 수능까지 이어질 수도, 수능때 갑자기 원래 기조대로 복고할 수도, 아니면 완전히 새로운 방향으로 출제될 수도 있습니다. 따라서 정말 극단적인 경우가 아니라면 9평의 기조를 통해 수능을 예측하는 건 큰 의미가 없다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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