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모 몇 개 풀지 딱 정리해줌 (명시화 욕구)
게시글 주소: https://i.orbi.kr/00064446591
모두 불안한 시기다. 나도 수능을 쳐봤고 실패도 해봤다. 재수 끝에 의대 합격도 해봤다. 그래서 지금이 얼마나 불안한지 잘 안다.
학생들이 마음이 급한가보다. 이런 질문을 많이 한다. "실모 몇 개나 풀어야 할까요? 매일 풀어야 하나요?" 이에 대한 답을 준비했다.
내가 직접 경험한 일화를 들으면 답이 될 것이다. 꽤 흥미로운 이야기다.
전국단위 화학경시대회를 준비한 적이 있다. 일반화학과 유기화학까지도 나오는 시험이었다. 꽤 난도가 높았다.
당시에 나는 과학에 야망이 있었다. 국어/영어는 바보였지만, 과학은 사랑했다. 꼭 이 시험에서 큰 상을 받고 싶었다. 그래서 교육특구의 대형학원에 등록했다.
역시 학원에는 좋은 자료가 많았다. 모의고사 60회분이 준비되어 있었다. 각자 한 회를 풀어서 검사 받으면 다음 회를 나눠주셨다.
그때 선생님은 이렇게 말씀하셨다. "작년에 금상 받은 선배가 있어. 그 선배는 52개를 풀었어. 그게 내가 본 최고 기록이야."
학생들은 술렁술렁했다. 모두 자기가 더 많은 모의고사를 풀겠다고 의지를 다졌다. "기필코 50개 넘게 풀어서 금상 받아야지."
나도 열심히 하겠노라 다짐했다. 그런데 진도를 빠르게 빼기가 어려웠다. 성격이 꼼꼼한 탓인지 한 회차를 복습하는 데에 시간이 너무 오래 걸렸다.
1) 쉬운 문제라도 더 효율적인 접근법을 고민했다.
2) 어려운 유형은 이전에 풀었던 시험지를 다시 꺼내와서 서로 비교했다.
시험지에 있는 모든 유형의 접근법을 정립하고 나서야 다음 회차로 넘어갔다.
최선을 다해서 공부했지만 결국 12회까지밖에 풀지 못했다. 대부분 20회 이상 풀었고, 50회 넘게 푼 어린 동생도 있었다. 모의고사를 많이 푼 친구들은 의기양양했다. 선생님도 그 학생들에게 기대를 걸었다. 12개밖에 못 푼 나에겐 관심이 없어보였다.
결과는 어떻게 됐을까? 나만 금상을 받았다. (자랑을 하는 거 같아 죄송합니다. 10년 전 일이니 봐주십시오ㅜㅜ)
이게 중학생 때의 일이다. 그러나 그때의 기억은 아주 강하게 각인되었다. 남들이 옆에서 얼마나 많은 문제를 풀든 신경 안 쓰게 되었다. "저렇게 풀어봤자 남는 것도 없을텐데"
수능에도 비슷한 분위기가 조성된다. 어디를 가도 새로운 컨텐츠가 쏟아진다. 실모를 50개씩 푸는 친구도 있다. 나도 그만큼 풀어야 될 거 같은 불안감도 든다.
그런데 다들 속으로는 알지 않는가? 모의고사를 몇 개 푸는 지가 점수를 결정하는 게 아니다.
수능 전까지 모의고사 10개만 풀어도 괜찮다. 그래도 중요한 유형은 몇 번씩 만나게 된다. 어떻게 분석하고 피드백하는지가 더 중요하다. 1) 쉬운 문제는 뜯어보면서 다듬고, 2) 어려운 유형은 모아서 접근법을 분석하자.
그런데 왜 학생들은 아직도 양에 집착할까? '명시화 욕구' 때문이다.
수험생은 불안하다. 모든 게 불확실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모든 걸 명시적으로 나타내길 원한다. 그래야 마음이 편해지기 때문이다.
지금 내 실력이 어느 정도인지 정확한 '수치'로 보고 싶다. 다른 사람에 비해 얼마나 공부했는지 정확한 '수치'로 보고 싶다.
그런 두려움을 해소하기 위해 모의고사를 푼다. 그러나 일시적인 도피에 불과하다.
점수가 못 나오면 빨리 다음 모의고사를 풀어야 한다. 이게 내 실력이면 너무 비참하기 때문이다. 점수가 잘 나와도 빨리 다음 모의고사를 풀고 싶다. 진짜 실력이 오른 건지 확인하고 싶기 때문이다.
당연히 공부에 깊이가 안 생긴다.
공부는 원래 눈에 안 보인다. 진짜 수능에 필요한 '사고력'은 눈에 보이지 않는다. 수능날 열어봐야 아는 것이다.
그래서 수험생은 원래 불안하다. 그 사실을 알고 묵묵히 나아가야 한다. 계속 뭔가를 확인하려고 애쓰지 말자. 계속 확인받고 싶어 하는 사람은 나약한 사람이다.
내실을 다지는 공부를 하자. 수능이 2년 남았든, 2개월 남았든 바뀌는 건 없다. 실력을 높이는 방법은 언제나 똑같다. 이미 정해져 있다.
꼭 이 칼럼을 읽어보길 바란다. 내 인생을 바꾼 방법이다. 다음은 당신 차례였으면 한다. 나는 어떻게 의대생이 되었을까?: https://orbi/medchan19/223034590100
오늘도 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모두 힘내세요.
0 XDK (+1,000)
-
1,000
-
너 느린맘이지 0
잡았다 요놈!
-
나도 오르비에선 젊은편인데 젠장 뭐지
-
앞 시즌은 안 샀고 이번거 살까 고민중인데 구성 어떤가요
-
일단 내신은 인강으로 들어서 되는 내신이 아니라 모의고사 대비용으로 인강 들으려...
-
내 친구 다 곡소리네 나라 걱정된다 슬슬
-
문과가 100일 동안 열심히 살면 1등급이 나올 수 있을까? 0
곧 D-100일이 되어 '100일의 가능성'에 대한 제 생각을 적어볼게요. 저보다...
-
교수들 많네
-
8월 수학공부 0
내신 기간 끝나고 뉴런 들어가서 수열합까지 진도 뺏는데 크게 지장 없나요? 단원...
-
오늘의 공부 2
구시대의 잔존물을 풀어보았어요
-
08년생 자퇴생인데 내년 입학이랑 정시파이터 고민중입니다 3
초2때 홈스쿨링을 하기로 결정해서 지금까지 왔는데요 일단 지금 현재 상황은 검정고시...
-
오늘부터는 잃어버린 nn년이 시작됩니다 경제대국 대한민국아 이젠 안녕 주식 시작으로...
-
실모 미적 30번 풀었는데 더하기 땜에 틀림 실모 미적 30번 첫경험 할 수...
-
그림 평가 2
안녕하고요 저의 그림실력에관해 가능성이있는지 평가좀요 미대희망입니다 소중히 관찰하고 평가 부탁
-
마지막 5분 남기고 푸는데 시간이 없어서 제일 답일거 같은 상황들로 쭉쭉 생각의...
-
드릴5 2
평균적으로 정답률 60정도 나오는데 계속 해도되나요?
-
외생성장모형 이미 냈으니까 내생도 건드리지 않을까? 지문에 "솔로우"넣었자나...
-
내후년 시행 수능 볼거야 국 2 영 1 탐 96 90 가정이면 수학 확통으로...
-
7월말에삿는데…하..
-
프메 기본에서 비기너스 스텝3정도 문제 하는건가요? 0
아니면 2~3 정도?
-
난 지금 20살 대학생이거 지금까지 알바로 300정도 모아놨음 그래서 이번...
-
요즘 하루에 실모하나 하프실모 하나 풀고 엔제 깔짝이고 수학 공부 끝내는데 4시간...
-
생윤 수완 136p 코헨이 싱어에게 인간과 동물을 종차에 근거해 차등적으로 대우해야...
-
로피탈 2
이런 거 풀 때 쪼오금 더 편하더라고요
-
뉴런 2
뉴런 책에 있는 개념 꼭 읽어야 하나요?? 전 강의랑 문제만 풀어와서..
-
휫자 먹구 싶다 0
휫자휫자
-
절차상 가능한지도 모르겠지만 검정고시 치고 반수중이에요 그냥 3년 쉬면서 행복하게...
-
언매 91 확통 97 영1 사탐 86 96 이면 연고 낮과 가능했나요?
-
후반으로 갈수록 앞에서 한 공부보다 남는게 훨씬 많기에 남은 기간이 중요하다 모두...
-
92점 22,30틀 1-12: 딱히 뭐 없었음 13: 부등식의 영역으로 풂...
-
언매 92 확통 94 영1 사탐 96 90 이면 연고 낮과 가능했?
-
복수전공으로 공대전공해서 기업면접때 불리할거 같은데 초과학기 다녀서 학점을...
-
아무리 빨리 해도 권 당 약 6시간은 잡아야 될 듯
-
법을 전공한다고 자랑할테야
-
서바랑 엄샷 풀때마다 20,30점대 나오니깐 자신감이 확확 떨어짐 항상...
-
고1 방학 조짐 2
고1 학교 보충 3시간 듣고 순공은 하루에 3시간 정도밖에 안했음... 다른 애들은...
-
AI솦만 있는거임?
-
미국은 신이다 나스닥은 무적이고
-
아무튼 아무것도안했지만 3위됐음 ㅇㅇ
-
코로나 시절 급인데 이정도면
-
미토콘드리아 지문 3점 보기문제인데요 개체성을 잃을 정도로 유기적 상호작용이 강하지...
-
일본주식근황 4
어어어어
-
하하 눈풀성공
-
55일은 쉬기로 마음먹음
-
8번??이랑 27번 틀림.. . 2829 맞히고 공통 12 14 15주르륵 틀림...
-
애니보는중 4
으헤헤 신난다
-
정훈구T 정답개념 듣고 고석용T CNR 특강 이런식으로 들으면 좀 불편한가요??...
-
파월은 옳았다 0
과도한낙폭을보니 거품존나낀게맞다 건강해지고있다
-
뉴런 드릴 시냅스 차이가 뭔가요?? 워크북 필요한가요?? 수분감: 평가원 기출...
-
ㅇ 원광치 기하 사문정법되나요?
캬
키야하
혹시 아이큐 재보신적 있으신가용
정식으로 받은 적은 없습니다.
캬
와 내가 실모에 중독됐었던게 명시화욕구였구나...
오늘도 감사합니다
12개 풀어서 금상.. 선생님 반응이 궁금하네요 ㅋㅋㅋ
이거 보고 매일 실모보다는
내가 할 수 있는 공부를 밀도있게 하기로 결심했어요...
좋습니다ㅎㅎ
이거 ㅇㅈ. 작년엔 풀어넘기는짓만 하다가 수능때 망해서 올해는 풀고 첨부터 해설들으면서 더 빠르게 푸는 방법들을 터득하니까 시간도 확줄고 점수도 올라가더라구요
떴다 내 야동
60일의 기적 드가자 ..
그래서 몇개 풀면 되는거임?
![](https://s3.orbi.kr/data/emoticons/rabong/018.png)
안그래도 요즘 무지성 실모 박치기 하고 있어서 회의감도 많이 들고 불안했었는데ㅠㅠ 남은 기간 동안은 양에만 집중하지 말고 질도 같이 챙겨야겠네요좋은 글 감사합니다
와 금상
와.. 진짜 맞는말인듯요 다시한번 제 생각을 확고히 하고 가게됐네요 감사합니다
대학교 선행 에바 ㅜㅜ
캬 ㅋㅋㅋ
참.. 본질을 꿰뚫는 말인데 실제로 지키는 너무나 어려운
어떤게 정말 성적을 올리는 방법일까요? 제가 아는 의대가신 형 누나들은 하루에도 과목당 실모를 몇개씩 치면서 만점맞을때까지 계속 문제를 풀고 오답하고 버리고 이렇게 한 것이 성적을 많이 올리게 됐다 라고 하던데 ..
이미 실력이 궤도에 올라서 오답을 효율적으로 잘 하신 거 아닐까요. 50회 풀고 금상받았던 선배처럼요. 그 실력이 안 되는데 50회를 따라푸는 건 의미가 없다고 생각합니다.
혹시 추천수별로 칼럼 보는건 어떻게 설정하는 건가요..뉴비라..
![](https://s3.orbi.kr/data/emoticons/dangi_animated/026.gif)
굿잡캬 확실히 의머는 다르구나
잘 배워갑니다
실모치며 흔들렸는데 시몬스 감사합니다
내용이 정확히는 기억 안나지만 저번에 쓰신 풀커리에 목매지말고 필요한거 하라는 느낌의 글에서도 강하게 느꼇었는데
덕분에 멘탈 안정감 많이 얻어갑니다 선생님..
그 욕구가 ㄹㅇ 맞아요
게임은 다음 레벨을 위한 EXP라도 명시되어 있는데 말이에요
공부에는 그런 게 안 보이니까 힘들어요
![](https://s3.orbi.kr/data/emoticons/almeng/003.png)
넘넘 맞말 좋은 글 감사합니다매번 느끼지만 글 되게 잘 쓰시네요 잘 봤습니다 !
세줄 요약좀 글 개못쓰네
입시 몇년도에 치르셨나요? 아마 최근은 아니신 것 같은데...
요즘 ㅅㄷㅇㅈ 같은 재종에서 학생들에게 1년동안 풀리는 수학 실모가 기본 100개는 훌쩍 넘는데, 그들이 바보라서 그만큼 시키는 건 아니겠죠.
현재 기조에서 실모 10개로 충분하다는 건 대부분의 사람들에게는 해당되지 않는 말 같네요.
그리고 최고기록이 52개인데 12개 푼 거면 그렇게 적게 푼 것도 아니네요..^^
저희 때도 서바이벌 그만큼 있었습니다. 그리고 대형 학원의 커리쿨럼을 무작정 따르는 건 위험합니다. 그들의 커리큘럼이 모두에게 맞는 것도 아니고요. 그들이 100개를 준다고 해도, 어떻게 활용할지는 사람마다 달라져야 합니다. 그래서 주체성 없는 학생이 이리저리 휘둘리다가 망하기 딱 좋은 조건이죠.
지금 수능때 까지 계획을 완벽하게 정리하려 하는것도 명시화 욕구인가요?
3번째 엎드려있는짤 엉덩이가 너무 야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