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수 실패
게시글 주소: https://i.orbi.kr/00065184537
23 수능 93 66 3 5 5
24 수능 66 60 2 48 39(사탐으로 변경)
왜 그렇게까지 낙관적이었는지 모르겠지만,
나는 재수가 성공할거라는 확신이 있었다.
특히 수학은 무조건 작년보단 잘 받을거라는
교만한 확신이 있었다. 나 정도면 꾸준히는 아니지만
열심히 하지 않았나, 대충 사설 모의고사 풀어봤는데
90점대 나오니까 괜찮겠지. 서울대 합격해버리는 거 아냐?
뭐에 홀린 것처럼 마음은 붕 떠있었고, 수학 단과 학원 선생님의
조언과는 정확히 반대로 공부할 때 나에게 아주 관대했다.
자기객관화를 못한 채 당당하게 예비소집일날 졸업한 고등학교를 찾아가 2학년때 담임선생님을 마주쳤었다. 선생님은 내 자신만만한 태도에 놀라셨던 것 같다. 잘되면 플랜카드 걸어주는거냐며 거들먹거리는 나에게 선생님은 당연하다며 수능 잘보면 꼭 좀 연락 달라고 거듭 말하셨다. 벼는 익을수록 고개를 숙이는데 나는 벼가 아닌 무언가였는지, 익지 않고 썩어버린 벼였는지 잘 모르겠다.
나태했으며 오만했다. 현실과의 괴리를 무시하고 망상했다.
여태까지 정신병 속에서 살아온 것 같다. 가볍게 시작했으니
가벼운 결과가 손에 쥐어지는것, 당연하다.
그러나 사실은 가볍게 시작하는 것도, 그로인해 가벼운 결과를
받는 것도 수능이라는 시험에서는 있으면 안되는 일이었다.
수능 전까지 허언하며 부모님과 주변 의 기대감을 증폭시켰던 내가 패잔병처럼 집에 돌아와 방에 숨었을 때, 부모님은 조심스러워하시며 어떤 말도 잘 하지 못하셨다. 조금의 시간이 지나고 나는 어차피 이렇게 된거 그냥 웃고넘기자 생각하여 거실로 나가 웃으며 작년보다 더 못한 대학을 갈 것 같다 말했다. 엄마는 자세한 성적을 물으시며 화가 난 듯 했다가 또 웃기도 했다가 “뭐야 그게..맥 빠져..진짜 맥이 빠진다.” 라고 말하셨다. 가슴이 철렁했다. 맥이 빠진다는 말에 나도 피가 쭉 빠지는 듯 했다. 나는 이제 끝난 수능에 별 생각이 없다며 자리를 털고 일어나 다시 방으로 돌아왔다. 침대에 누워 부모님 몰래 25수능 19패스를 구매했다. 눈물이 흘렀다. 수험장에서 쉬는시간에 화장실에서 조용히 흘렀던, 집에 혼자 돌아오는 길에 하염없이 흘렀던, 방에서 숨어있는 동안 흘렀던 눈물이 또 흘렀다.
0 XDK (+0)
유익한 글을 읽었다면 작성자에게 XDK를 선물하세요.
-
기상 후 30분 러닝 해도 빠지겠지?
-
전과목 기준 1학년 1학기:1.55 1학년 2학기:2.14 2학년...
-
작수 화작 미적 영어 생1 물2임 95 93 3 88 93 서성한 높공 or...
-
수1만 드릴 0
5모 62 6모 61 7모 69 7덮 69입니다 6모 이후로 n티켓 (60%정답률)...
-
[중심 문항] 2022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 9월 모의평가 수학 영역 미적분 30번...
-
과외 학생이 고3인데 인강은 안듣습니다. 과외 많이 해보신 분들 조언좀 듣고자 질문...
-
하나만 풀고 잘까요.. 하
-
464일 후에는 나도...
-
마더텅이나 자이 풀수록? 같은 기출도 같이 하면 좋을것 같긴 한데 미기완이...
-
문학 기출 선지 중 풍채와 인품이 소탈하고 명랑하여 사랑할 만하다. 라는 구절이...
-
옯끼얏호우!
-
독학생 이감이랑 간쓸개 어디서 구할 수 있을까요ㅜㅜ 6
스카에서 혼자 공부하려 하는데 간쓸개랑 이감 어디서 구할 수 있을까요..! 따로...
-
지인선 N제 14회 15번 -------------------스포...
-
벽을 너무 세게 느껴서 몇 번은 공부를 던지고 한동안 못 빠져나왔었음 정시로는 비빈...
-
레전드공하싶 0
대학공부하고싶어
-
특히 국어 ㅇㅇㅇ… 국어만큼 평가원이랑 사설괴리 큰 거 없다고 생각하는데 국어...
-
고능아풀이를 배울 의지가 없어서 공부량을 셀프로 늘리는 학생들이 많음
-
탐구는 22이럴때처럼 어렵게는 언나올거같음 왠지
-
D-100 1
결과로 증명해
-
안녕히계세요! 100일주 사실 곱창 시킴 100일 달려봅시다 D-100도 못 하는데...
-
항상 하는 말입니다만, 로스쿨 들어오기 전에는 도대체 로스쿨생들은 왜 칼럼도 잘...
-
공부량이 많은가요???? 과탐이 양이 엄청 많은거같던ㄷ
-
쌍윤 커리 0
지금 임정환쌤 림잇 생윤 윤사 거의 완강을 해가는데 다 듣고 한번더 회독 하면서...
-
정병호T만 D-100 수능응원영상 빠짐 ㅋㅋ D-100일 그딴거 없다 그냥 하는 게 정공법인 것
-
100일기념축구 50일기념축구 10일기념축구도 했음
-
오늘 한 과목만 공부함 ㅋㅋ 무슨 과목을 공부했을까요?? 답변 예시) 수2-접선의...
-
그냥 표정이 없다 해야 하는지 싶음
-
Feedback & Summary 지구 • 동한 난류는 여름에 더 강하게 나타난다•...
-
아무 문제 없이 이번년도 달리다가 슬럼프가 쎄게 왔습니다 늘 독서실가는게 즐겁고...
-
다음 논의가 틀린 이유는 무엇일까요?
-
9모 전에 수특 독서 문학 수완 국어 1회독 하고 들어가려는데 국어 기출 공부만...
-
20분만에 풀고 검토 돌렸는데도 저능아적인 실수 하나 못잡음;; 차라리 몰라서...
-
팁좀 주삼 뭔가 막막함 하고는 있는데
-
배가 빵빵하고 턱을 밑으로 했을때 분명 턱살이 하나도 없었는데 접히네요
-
다들 뭐하시고 계신지 궁금합니다
-
뭔 차이인가요? 난이도가 더 어려워지나요?
-
문학 연계 0
3~10모에 나온 작품들 수능때 또 나올수있나여?
-
ㄹㅇ 그런사람이 있음?
-
여기서 실험2 반응후 몰비 2 자료 안쓰고 그냥 A분자량2 C화학식량5 실험1에서...
-
여기에서 제가 빨간색으로 표시한 그럼에도라는 접속사가 나온 이유를 잘 모르겠네요.....
-
왜 하필 나 왔을때 나가냐 짜증나게 씻지도 못했는데
-
그냥 벅벅 쓴 똥글을 후손들이 문장에 동그라미 세모 네모치면서 분석하고 있는거임
-
옵치 마렵네 2
고1까지 매일 10시간씩 했었는데 공부한다고 거의 못함 고3와서는 켜본 적도 없네요...
-
문장에 작가가 뭔생각을 담아놨는지 파악하는게 얼탱인게 내가봤을때 의미안담고...
-
수능 끝나고 12월초에 3박4일정도 친구랑 가는데 뭐하는게 좋지 친구는 부산 한번도...
-
너무 시장에 인원이 풀렸다..
-
저도 같이 약대지망이었는데 ㅅㅂ 난 삼수하고 있음 열등감 개오지는데 삼수 어디까지...
-
외쳐라 갓재원 0
매주 두근두근 리스폰스 + 숏컷해설 + 동기부여 완벽한 트리니티.. 얼른 일요일이...
-
얘하느라 며칠째 국영 유기했고 과탐도 제대로 못해서 좀 미워질라함 개념끝났으니 이제...
-
근황 아는게 이상할려나...... 중딩때 성적만큼 의미 없는건 없는거같네요...
저도 6월 9월 88이었는데 수능날 수학 57점 박아버렸어요... 재수 성공할거라고 막연한 확신 가지고 했는데 쉽지 않더라고요... 너무 고생하셨어요 무슨 마음인지 잘 알아서 안타깝네요 저도 현역보다 점수 훨씬 떨어졌어요. . 힘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