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능 실패한 분들께, 꼭 드리고 싶었던 얘기
게시글 주소: https://i.orbi.kr/00065189947
*재수생, 이후 N수생분들께 드리고 싶었던 얘기입니다.
혹시나 재수 실패하셔서 너무 힘드신 분이 있다면, 쪽지주시면 고민 들어드리겠습니다.
지난 글이랑 이어지는 면이 있습니다. (비슷한 맥락이지만 약간 차이는 있습니다)
수능은 별 게 맞습니다. 수능을 통해 여러분의 삶이 결정되는 경우도 많고요.
하지만 살다보면 수능은 또 별 게 아닌 것 처럼 느껴질 때도 많습니다.
앞서 말했듯이 저는 수능을 2번 망쳤습니다. 그런데 저는 수능을 망쳤다는 것에 대해서 힘든 것 보다는, 내가 무엇을 잘 하는지를 모르겠는데 어른으로 등 떠밀리는 느낌이 고통스러웠습니다. 여러분도 만약 이러한 감정을 느끼고 있다면, 저는 당연히 수능판을 떠나라고 강조하고 싶습니다. 이게 지속되면 ‘수능 중독’으로 변질 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저 같은 경우는 정말 지방사립대를 갔음에도 불구하고 자신이 원하는 일을 하고, 즐거워하며, 주체적으로 살아가는 친구들이 부러웠습니다. 오히려 한국 최대의 학교들(카이스트, 포스텍, 서연고 등등)을 갔던 친구들은 즐거워하지 않는 게 참 딜레마처럼 느껴지더라고요.
모든 사람들은 합격할 때 행복해합니다. 지옥 같은 입시가 끝나고, 새로운 곳에서 새로운 사람들을 만나며 새로운 생활을 꿈 꿉니다. 그러나 여기서 주체적이지 않다면, 대학 생활은 더욱 힘들어집니다. 서카포를 다니는 제 친구 중 한 명은 이렇게 말했습니다. “고등학교를 다닐때는 그냥 학교에서 입시만을 강요해서 그걸 해왔는데, 막상 와보니 이게 끝이 아니라 공부는 지속되는 거 같아 힘들다. 그러나 주변 애들이 다 하고 있어서 도저히 그만두지를 못하겠다.” 제가 재수할 때 이 말을 들었었는데, 참 묘한 감정이 들었습니다.
지방사립대를 가도 주체적으로 사는 애는 즐겁게 사는데, 서카포를 다니는 친구는 우울증에 가까운 삶을 살고 있습니다. 멀리서 보면 희극인 삶일지라도 가까이서보면 제 친구의 삶은 비극에 가까울 지도 모르겠습니다. 정말로, 인생은 무언가 틀리고 맞고가 전혀 정해지지 않았습니다. 저는 수능이라는 작은 공간에서는 실패했지만, 대학교라는 큰 틀에서는 좋은 성과를 내고 있습니다.
재수를 할 때 고등학교 친구와 저는 둘 다 논술을 준비했습니다. 현역때 부터 논술 준비를 해왔지만 둘 다 수능에서 좋은 성과를 내지 못해 결국 대학교에 진학하는 선택을 했습니다. 겨울에 다시 만났을 때 ‘우리 잘 살 수 있을까? 세상이 내 인생을 부정하는 것처럼 느껴지는데.’라고 대화하면서 맡았던 겨울 냄새가 아직도 기억이 남네요. 같은 지역에 통학러라 1학기 내내 만나서 대화를 했었는데, 초반에는 참 많이 울었습니다. 학교가 마음에 들지 않아서, 괴로워서, 어떻게 살아야 할지 전혀 모르겠어서. 20대는 그래요. 매번 불안하고 남들이 원하는 성공의 기준이 자신의 기준이라 생각하고 절망하고 넘어지는 삶입니다.
그러나 23학번으로 입학하고 이제 곧 종강을 앞둔 시점에, 제 친구와 저는 논술로 학교에서 큰 성과를 냈습니다. 1학년 학부생이지만 제 친구는 교수님한테 대학원 컨택을 받을 정도로 논술 실력을 입증했습니다. 저 또한 중의적으로 내신 논술 시험에서 점수가 까였지만, 제 글을 보시고 교수님이 따로 상담까지 진행하시면서 ‘너처럼 글 잘 쓰는 애는 처음본다. 읽자마자 고민을 많이 했다. 점수 올려줄테니 걱정하지 마라.’라고 하셨습니다. 과연 이게, 제가, 그리고 제 친구들이 모두 실패한 삶이라 할 수 있을까요?
이건 실패한게 아니라, 어쩌면 새로운 도약으로 기능한다고 생각합니다. 저는 대학교에 와서 제가 하고 싶은 일을 찾았고, 문과임에도 공대 수업을 들으며 흥미를 느껴보기도 하고 교수님한테 컨택도 받아보고, 빌넣을 받아주시지 않는 교수님이 지난 학기 제 성적을 보고 저를 기억해주시면서 저만 받아주시기도 하고. 그런 소소한 성공을 통해 또 다른 성공을 꿈꾸면서 살아가고 있습니다. 그래서 24편입을 준비할때도 ‘나는 실패한게 아니라, 이 학교에서 얼마나 성과를 냈느냐를 증명해야겠다’라는 생각으로 임하고 있습니다.
물론 제 주변에는 다양한 친구들이 많고, 수도 없이 제 길을 응원해주는 친구들이 있기에 지금의 저로써 성장했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제가 생각을 바꾸려고 하지 않으면 달라지는 건 없어요. 재수를 실패했든, 혹은 N수를 꿈꾸든 조금만 슬퍼하고 또 다른 길을 생각해보고 꿈꾸고 성장하는 시간이기를 간절히 바랍니다. 성적표 나오기 전까지 많이 긴장 되실 텐데, 개인적으로 제가 슬퍼했음에도 했던 일들을 한 번 따로 써놓아 보는 글을 마지막으로 올리고 싶네요. 긴 수험생활 기간 수고 많으셨습니다.
“한 달 전엔 시대가 내 꿈을 뺏었다는 얘길 들었는데, 얼마 전엔 시대가 날 살렸다는 말을 들었어. 그런 거 보면 백 프로의 비극도 없고, 백 프로의 희극도 없는 것 같아. 그래도 너랑 내 앞에 놓인 길엔 희극이 더 많았음 좋겠다.”
0 XDK (+0)
유익한 글을 읽었다면 작성자에게 XDK를 선물하세요.
-
한완기 다 끝내면 기출 추가로 더 하지 않고 N제 들어가도 되나요?
-
기상 후 30분 러닝 해도 빠지겠지?
-
전과목 기준 1학년 1학기:1.55 1학년 2학기:2.14 2학년...
-
작수 화작 미적 영어 생1 물2임 95 93 3 88 93 서성한 높공 or...
-
수1만 드릴 0
5모 62 6모 61 7모 69 7덮 69입니다 6모 이후로 n티켓 (60%정답률)...
-
[중심 문항] 2022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 9월 모의평가 수학 영역 미적분 30번...
-
과외 학생이 고3인데 인강은 안듣습니다. 과외 많이 해보신 분들 조언좀 듣고자 질문...
-
하나만 풀고 잘까요.. 하
-
464일 후에는 나도...
-
마더텅이나 자이 풀수록? 같은 기출도 같이 하면 좋을것 같긴 한데 미기완이...
-
문학 기출 선지 중 풍채와 인품이 소탈하고 명랑하여 사랑할 만하다. 라는 구절이...
-
옯끼얏호우!
-
독학생 이감이랑 간쓸개 어디서 구할 수 있을까요ㅜㅜ 6
스카에서 혼자 공부하려 하는데 간쓸개랑 이감 어디서 구할 수 있을까요..! 따로...
-
지인선 N제 14회 15번 -------------------스포...
-
벽을 너무 세게 느껴서 몇 번은 공부를 던지고 한동안 못 빠져나왔었음 정시로는 비빈...
-
레전드공하싶 0
대학공부하고싶어
-
특히 국어 ㅇㅇㅇ… 국어만큼 평가원이랑 사설괴리 큰 거 없다고 생각하는데 국어...
-
고능아풀이를 배울 의지가 없어서 공부량을 셀프로 늘리는 학생들이 많음
-
탐구는 22이럴때처럼 어렵게는 언나올거같음 왠지
-
D-100 1
결과로 증명해
-
안녕히계세요! 100일주 사실 곱창 시킴 100일 달려봅시다 D-100도 못 하는데...
-
항상 하는 말입니다만, 로스쿨 들어오기 전에는 도대체 로스쿨생들은 왜 칼럼도 잘...
-
공부량이 많은가요???? 과탐이 양이 엄청 많은거같던ㄷ
-
쌍윤 커리 0
지금 임정환쌤 림잇 생윤 윤사 거의 완강을 해가는데 다 듣고 한번더 회독 하면서...
-
정병호T만 D-100 수능응원영상 빠짐 ㅋㅋ D-100일 그딴거 없다 그냥 하는 게 정공법인 것
-
100일기념축구 50일기념축구 10일기념축구도 했음
-
오늘 한 과목만 공부함 ㅋㅋ 무슨 과목을 공부했을까요?? 답변 예시) 수2-접선의...
-
그냥 표정이 없다 해야 하는지 싶음
-
Feedback & Summary 지구 • 동한 난류는 여름에 더 강하게 나타난다•...
-
아무 문제 없이 이번년도 달리다가 슬럼프가 쎄게 왔습니다 늘 독서실가는게 즐겁고...
-
다음 논의가 틀린 이유는 무엇일까요?
-
9모 전에 수특 독서 문학 수완 국어 1회독 하고 들어가려는데 국어 기출 공부만...
-
20분만에 풀고 검토 돌렸는데도 저능아적인 실수 하나 못잡음;; 차라리 몰라서...
-
팁좀 주삼 뭔가 막막함 하고는 있는데
-
배가 빵빵하고 턱을 밑으로 했을때 분명 턱살이 하나도 없었는데 접히네요
-
다들 뭐하시고 계신지 궁금합니다
-
뭔 차이인가요? 난이도가 더 어려워지나요?
-
문학 연계 0
3~10모에 나온 작품들 수능때 또 나올수있나여?
-
ㄹㅇ 그런사람이 있음?
-
여기서 실험2 반응후 몰비 2 자료 안쓰고 그냥 A분자량2 C화학식량5 실험1에서...
-
여기에서 제가 빨간색으로 표시한 그럼에도라는 접속사가 나온 이유를 잘 모르겠네요.....
-
왜 하필 나 왔을때 나가냐 짜증나게 씻지도 못했는데
-
그냥 벅벅 쓴 똥글을 후손들이 문장에 동그라미 세모 네모치면서 분석하고 있는거임
-
옵치 마렵네 2
고1까지 매일 10시간씩 했었는데 공부한다고 거의 못함 고3와서는 켜본 적도 없네요...
-
문장에 작가가 뭔생각을 담아놨는지 파악하는게 얼탱인게 내가봤을때 의미안담고...
-
수능 끝나고 12월초에 3박4일정도 친구랑 가는데 뭐하는게 좋지 친구는 부산 한번도...
-
너무 시장에 인원이 풀렸다..
-
저도 같이 약대지망이었는데 ㅅㅂ 난 삼수하고 있음 열등감 개오지는데 삼수 어디까지...
-
외쳐라 갓재원 0
매주 두근두근 리스폰스 + 숏컷해설 + 동기부여 완벽한 트리니티.. 얼른 일요일이...
-
얘하느라 며칠째 국영 유기했고 과탐도 제대로 못해서 좀 미워질라함 개념끝났으니 이제...
본래적 삶을 살고싶다는 생각이 자주 듭니다
장수하는 친구들을 보면 '성공'이라는 프레임에 자주 갇히는 거 같더라고요. 몇달전에 만났을 때 제게 성공을 '수능처럼 빨리' 해야하지 않겠냐는 말을 하는 걸 보고 참 생각이 많아졌던 기억이 나네요.
2521 대사 너무 좋아하는데 반갑다 무너져도 다시 일어날 수 있는 단단한 마음은 우리의 편이기를…
중간 중간 대사들이 청춘의 입장을 대변하고 있다는 생각이 참 많이 들더라고요! 삼수하는 친구 응원할 때도 글귀를 편지에 꼭 담아 썼는데, 도움이 됐는지 잘 쳤다는 걸 듣고 저도 행복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