슬리벙 [928022] · MS 2019 (수정됨) · 쪽지

2023-11-18 04:16:07
조회수 20,117

나도 믿기지 않는 내 군수 이야기

게시글 주소: https://i.orbi.kr/00065214913


음슴체 주의. 육군 복무중임. 곧 전역함. 


12월에 첫 휴가 나갔는데, 이공계 현실에 좀 현타가 와서 시간 알차게 써야겠다는 마음으로 군수 시작함. 수과학 베이스는 있었지만 현역 때 수능을 아예 준비한 적이 없어서 강기본, 뉴런부터 들음.


선택과목이 뭔지도 몰라서 첨에 엄청 헤맸음. 과탐은 서울대 투 가산점 준다길래 3점 큰 줄 알고 낭만있게 설의 목표로, 지1물2로 선택. 


올해 초때는 짬찌여서 매일 연등때려가며 6월 전까지 평일 4시간, 주말 12시간 투자해서 어찌저찌 개념 기출을 끝냈었음. 이때까 딱 우매함의 봉우리에 있었음. 독해력은 있어서 국어 학평은 1이 뜨고, 수학도 뭔지 모를 근자감으로 차 있었음. 과탐도 뭐 실수 안하고 뽀록 터지면 만점 가능하지 않겠냐나는 마인드. 


그리고 6월에 ㅈ망함.

85 88 1 37 46


국어, 수학, 지학 전부 충격이었음. 나름 카이스트 다니는데, 전적대보다 몇 단계 떨어지는 성적을 받으니 정시 개빡세다는 생각이 들었음. 다시 겸손하게 돌아와서 6모 오답을 하는데 뭔가 깨달음이 오더라고. 


국어는 언매 공부량 엄청 늘리고, 감상을 기반으로 하는 문학 풀이법을 기출 보면서 정립해 나갔음. 매일 문학 기출 한셋씩 풀어서 모든 선지 스스로 해설할 때까지 공부함. 이전까진 ‘강민철의 기출분석’을 수강했다면, 이때는 ‘내가 하는 기출분석’ 느낌으로.


 수학도 좀 더 깊이있는 기출분석 + 무조건 1일 1실모씩 했었음. 특히 이때 오르비에서 올라온 올린 기출분석 칼럼, 시간 운용 칼럼 큰도움이 되었음. 내가 약한 파트들(수열, 도형) n제로 집중 보완은 덤.


지학은 EBS 수특수완을 이때부터 다 풀면서 조금이라도 구멍난 개념을 최대한 메꾸는 데 집중했음. 그리고 실수하는 패턴이 정해져 있었는데 실수 노트 만드는 것도 주효했음.


이렇게 하다 보니까 레벨업이 꽤 되어서, 7월은 수학에서만 1개 틀렸음. 다시 자신감 100되고, 이때 공부가 좀 해이해지더라. 훈련도 있어서 공부 페이스가 끊겼음. 그래도 어느 정도 수준으로 공부하다가 9월을 봤는데, 결과가

 

88 96 2 50 47이었음.


훨씬 오르긴 했지만, 쉬운 수학에서 틀렸고, 물리도 실수한 게 너무아쉬웠음. 그리고 특히 국어 문학에서 3개 틀린 게 너무 뼈아프더라. 수필에서 두개 나갔었는데, 생각해 보니 내가 수필 쪽은 대충 봤던 것 같아서, 수필 약점을 이때 메꿨던 것 같음. 수학은, 검토를 2번이나 했는데 틀린 건 그냥 운이 나빳다고 생각했고.


9월 이후론 막바지여서, 실모 비중을 확 높였음.


국어는 매일 조금씩 간쓸개 풀고. 이땐 짬도 좀 찼어서 행정병 일과때 EBS 독서랑 문학 책 읽듯이 그냥 읽었음.


수학은 연등 2시간 동안 실모 1개, 오답하면 끝나 있었고.


과학은 저녁 먹고, 점호 전까지 실모 한셋 돌리고 오답 분석하면 끝나 있었음. 남는 시간은 짬짬이 영어, 한국사했고.


10모를 만점받긴 했지만, 시험이 쉬웠고 9모를 망쳤기에 신경 안 쓰기로 함.


10월 중순부턴 말출을 미리 땡겨서 수능 한달전부터 집 근처 독서실에서 공부했음. 이때 오르비에서 어떤 연의분이 매일 실모 두셋을 돌리라는 칼럼을 보고 그대로 따라함. 이때 매일 공부량은


국어 실모 1, 국어 기출 2-3회

수학 실모 2회

과탐 각각 2회씩

오답 및 실수노트 적고,

영어 남는시간 기출 풀어보기.


일케 했음. 일주일에 한번씩은 실수노트 보면서 내 생각의 흐름, 실수가 발생하는 과정을 머릿속으로 재연해 보면서 나쁜 습관을 고치려고 애썼음.


그러다가 수능을 쳤음.

국어 때 손가락 건 문제가 셀 수도 없이 많아서 망한 줄 알았지만 그동안 해온 게 너무 아까워서 최선을 다해서 나머지 과목을 시험 봄. 


결과가 생각보다 너무 좋게 나왔음. 가채점이랑 복기랑 다른 게 수학 1개(28번) 있지만, 그동안 가채점 연습할 때 항상 한두개씩 잘못 옮겨적는 실수를 했어서 복기가 맞다고 생각함!


제발 안 밀려 썼길 바라며, 복기한 대로 성적 나왔으면 하네요. 설마 28번 풀고 2번까지 체크한 기억이 나는데 3번으로 마킹했겠어요? OMR이랑 시험지 답일치 검토도 2번 했는데. 진짜 ㅋㅋ 


여튼 뭔가 인생에서 이렇게까지 제 전부를 바쳐서 뭔가를 열심히 한 적은 처음인데,다시는 이 짓거리 못할 것 같네요. 지금 생각해도미친 듯…. 혹한기 2박 3일 철야하고 행군 전 휴식시간에 시냅스 풀었을 때 동기가 미친놈이냐고 했던 게 기억에 남는데, 결국 그런 노력들이 이렇게 좋은 결과로 이어질 수 있어서 다행입니다. 너무 기쁘네요.


어쩌다보니 마지막에 존대체로 바뀌었네요 ㅋㅋㅋ 올해 수능보신 현역, N수생, 그리고 특히 군수생 분들 너무 수고 많으셨고 성적 발표때까지 자유로운 인생을 즐기시길!

0 XDK (+0)

  1. 유익한 글을 읽었다면 작성자에게 XDK를 선물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