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도 울적한 사람만 와보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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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래 무책임한 말 별로 안 좋아하는데, 주위에 실제로 투신한 사람도 있고 해서, 그냥 내 사상이 조금은 도움 되지 않을까 싶어 나눠보려고.
얼마 전에 책을 하나 읽음. 작가의 삶을 옮긴 내용이었음. 책 속에서 작가는 맨날을 굶음. 수중에 돈이 있을 때보다 없을 때가 더 많고, 굶주림에 위는 극도로 긴장하여 섭취한 음식물조차 토사물로 나옴.
여기서 작가는 속된 말로, 좆같은 경험을 했음. 남들 모두 따뜻이 잘 먹고 잘 사는데, 작가는 배를 움켜쥐고 톱밥을 씹으며 부랑자가 되어 거리를 돌아다님.
이뿐만이 아님. 작가는 하는 일 족족 잘 풀리는 법이 없음. 지원한 일자리도 모두 떨어지고, 손에 상처를 입은 채 심혈을 기울여 써내려간 원고들도 끝끝내 모두 수포로 돌아감.
그런데 작가는 남들보다 못난 삶을 산 걸까? 남들보다 저급한 삶을 살았을까? 실패한 삶을 살았을까?
한 나라 수도의 길거리에서 거지가 되고, 자존심마저 짓밟힌 채 방황하는 건 물론 모두가 기피할만한 경험인 건 맞지. 그런데 작가가 그러한 경험이 없었더라면, 훌륭한 작품들을 써내려갈 수 있었을까? 작가가 부랑자가 아닌, 고기를 썰고 있던 부자였더라면 어땠을까?
현역은 재수생의 아픔에 공감할 수 있어도 그 아픔을 제대로 알 수 없음. 재수생은 3수생의 힘듦에 공감할 수 있어도 그 힘듦이 어느 정도인지 절대 알 수 없음.
요컨대, 부자는 절대 거지의 입장에 서볼 수 없음. 그리고 n+1수생의 경험은 n수생의 것과는 다른 것임. 반대의 경우 또한 마찬가지이고.
세상에 모든 이가 서로 다른 경험을 하기에 그만큼의 다양한 인간이 나오고, 그 개개인들이 세상에 불러오는 결과 또한 천지 차이임.
지금은 내 경험이 쓰레기 같겠지. 비교가 되겠지. 남들이 술술 하는 일을 나는 못 하고 있으니. 그런데 다시 말하자면, 그 남들은 절대 당신과 같은 방식으로 세상을 보고, 듣고 대하지 못 함. 당연하지, 당신이 겪은 그 일들은 당신이 아니면 절대로 알 수 없는 거니까.
쓰다 보니 글에 조금 두서가 없긴 한데, 인생이라는 게임에서 당신의 손에 들린 그 카드들이 남들의 것보다 급이 낮은, 단순한 쓰레기가 아님을 알아뒀으면 함. 지금은 쓰레기 같아 보이는 내 카드들이, 미래 나의 직업을 책임져주고, 삶의 방향을 제시해 주고, 또 새로운 인연으로 안내할지 누가 앎?
다양한 경험은 다양한 사람을 빚음.
그러니 너무 우울해하지 말아줬으면 함. 당신이 한 경험, 그리고 당신이라는 인간 모두, 진짜로 대체 불가능하다는 거, 맞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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