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선생 [604215] · MS 2015 · 쪽지

2015-10-13 19:55:09
조회수 2,933

[엄선배]지금 행복하지 않다면,그래서 공부하기 싫다면part.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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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안녕하세요. 엄선배입니다.

지난 번 처음으로 올렸던 글에 많은 관심을 보여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

그저 제 마음 속에서 답답하게 머물고 있던 이야기들을 두서없이 풀어냈던 것인데 

'공감된다. 힘이된다.고맙다.'라는 댓글들을 달아주셔서 어찌할 바를 잘 모르겠습니다. 

다시 한 번 정말 감사드립니다.


그 중 몇 몇 분들께서 '그래서 당신이 말하는 행복이 무엇이냐?' 라는 문의를 주셨습니다.

그래서 생각에 생각을 거듭한 결과, 제가 이것에 대해 정확하게 답변을 하기는 어렵고,

그저 한 두가지 에피소드로 행복이란 이런 것 같다. 이런게 행복한 공부가 아닌가... 

하는 정도로 대답을 드릴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그래서 애당초에 약속 드렸던 '꿈'에 대한 이야기 대신, 

행복에 대한 이야기를 먼저 풀어보겠습니다. 


 


우리나라의 일반 성인들은 하루 평균 10번을 웃는다고 합니다.

그리고 한 번 웃을 때 약 9초 정도 웃는다는군요. 

그럼 하루에 약 90초 정도를 웃게 되는 겁니다. (꽤 짧죠?)


그렇다면 우리가 앞으로 약 팔십년을 더 산다고 한다면(100살 시대니까) 

아무리 좋게 계산을 해봐야, 평생에 걸쳐서 1~2달 정도 밖에 못 웃게 되는겁니다.

(생각보다 정말 짧네요. 만약에 두달을 연속으로 웃으라면...고문이겠지만..)


이에 반해서 일반 성인들은 하루에 걱정이나 근심으로 3시간 정도를 보낸다고 합니다. 

회사일로 걱정, 가정일로 걱정, 자녀일, 부모일, 개인적인 일까지. 여기에 모두 포함이 됩니다.

그러면 팔십 년 중에 약 10년 정도를 걱정과 근심으로 보내는 겁니다. 

우리는 인생의 1/8을 스트레스와 고민 속에서 살다가 죽음에 이르게 됩니다. 



저는 몇 개월 전에 위와 같은 통계를 보고, 

너무 놀라서 한 동안 입을 다물수가 없었습니다.

내가 80년을 살아도, 기껏해야 반 년도 못 웃었구나.

내가 80년이나 살면서도 10년은 스트레스로 허비하는구나. 하고 말입니다.  

(만일 극단적으로 웃음이나 미소가 행복의 척도라면, 전 80년 중 반 년만 행복했던 겁니다.)


그런데 이런 생각을 하는 와중에, 저는 불현듯 소름이 돋았습니다.

왜냐하면 이 통계는 일반 성인들의 것이라는 사실을 새삼 깨달았기 때문입니다.


만약에 이런 식의 계산을 우리 학생들에게 적용을 해본다면 어떤 결과가 나올까요? 

또 우리의 꽃다운 젊음에 가산점을 부여해서 적용해본다면

과연 그 결과는 얼마만큼의 파장을 불러올까요? 


저는 물론 이것을 계산하기도 싫지만 

그래도 오늘은 단단히 마음 먹고 그 현실에 조금은 다가가고자 합니다.



제가 이전 글에서 이런 얘기를 했었습니다.


"우리가 만약에 공부를 한다면 , 공부하는 동안에는 행복하자고. 적어도 스트레스는 받지 말자고"

  

이 이야기를 다시 해보겠습니다. 



일반 고3의 경우 하루에 몇시간쯤 공부를 할까요?

학교 수업이 대략 8시간. 보충수업이나 학원이 약 4시간. 그리고 자율학습이 약 2시간.

얼추 계산을 해보아도 하루 약 14시간 정도를 책상에 앉아 있는 것 같습니다.

제 고3 때의 경우를 생각해보아도, 14시간은 사실 그리 긴 시간이 아닐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런데 만약에, 우리가 책을 보고, 문제를 푸는 이 시간에 

무언가 지적으로 깨달음을 얻고, 공부하는 데 즐거움을 느끼지 못한다면,

문제는 풀기가 싫은데, 공부를 하긴 해야하니까 억제로 앉아 있었다면,

선생님의 수업은 지루하고 재미가 없는데, 그래도 듣고 있어야 한다면,

우리가 공부하는 14시간은 모두 걱정과 근심 그리고 스트레스의 시간으로 환원됩니다.


우리 인생에서 가장 아릅답고 행복해야 할 십 대, 이십 대의 나이에 

2/3를 행복하지 않은 시간들로, 오히려 고통스러운 시간들로 보내고 있습니다.


이런 사실 때문에 제가 공부하는 동안에는 적어도 스트레스는 받지 말자고 한 것이었습니다.

우리 공부하는 동안 내내 행복할 순 없어도, 적어도 고통스러우면 안되니까요. 



우리는 대체 공부를 왜 하는 걸까요? 


우리가 우리의 금쪽같은 젊음을 

하루 14시간씩 소비하면서 책상에 앉아 있는 이유는

결국 즐겁고, 기쁘고, 행복한 감정들로 삶을 가득 채우기 위함이 아닐까요?


그런데 우리가 공부를 열심히하는 이유가 

만일 즐겁고, 기쁘고, 행복하기 위함이라면

그냥 지금부터 즐겁고, 기쁘고, 행복하면 안될까요?


꼭 십 대의 12년. 이십 대의 4~6년을 적금처럼 부어놓고 

삼십 대, 사십 대가 되어서에 이자를 왕창 붙여 행복을 일시불로 얻어야 하는 걸까요?

정말 그 행복은 일시불로 얻을 수 있을까요?


행복을 위한 공부라면, 

공부할 때 행복한 것이 가장 현명하리라 생각합니다. 


행복이 적금 타듯이 일시불로 목돈으로 들어온다면야 

한 번쯤 고려해보겠습니다.


그런데 이놈의 행복은 지금이 아니면 언제 또 올지 불확실하거든요.

투자 수익률이 보장되지 않은 겁니다. 공부는 투자나 도박이 아니니까요. 

 

(네, 그렇습니다. 공부는 투자가 아닙니다.

공부는 절대로 투자가 될 수 없는 이유를 나중에 다시 이야기 하도록 하지요)




그렇다면 우리가 공부를 할 때 스트레스를 받는 이유는,

행복하지 않은 이유는 대체 뭘까요?


그건 우리가 공부의 주인이 아니라, 공부의 노예이기 때문입니다.


주인된 공부는 이렇습니다.

만일 공부가 잘 안 될 때면, 


'네 이놈, 공부야. 너는 오늘 왜이리도 말을 안 듣느냐?

혼쭐 한 번 나볼래?' 라면서 다그칠 수도 있어야하고


'아, 공부 네가 오늘 정말 하기 싫구나. 그래! 오늘은 한 껏 놀고

내일부터 다시 하자꾸나! 힘들게해서 미안해' 라면서 타이를 수도 있어야 합니다.


그리고 다그치든, 타이르든지간에 스스로 내린 결정이기에 기꺼이 받아들이고 

스스로에게 내린 미래의 약속(내일부터 다시 하자)에 대해서

책임감 있게 지켜나가려고 노력을 해야 합니다. 


이것이 주인된 공부입니다.


옛말에 수처작주(隨處作主) 라는 말이 있습니다. 

이는, 따르는 곳마다 주인으로 임하라(따를 수, 곳 처, 임할 작, 주인 주) 라는 뜻입니다. 


여러분들은 여러분들의 방에 무엇이 있는지 잘 아시지요

비록 방이 정리가 안되어있거나, 어지러워도 자신들의 물건이 어디있는지는

귀신같이 찾아내지 않습니까? 


그 이유는 여러분들이 그 방의 주인이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여러분들의 방을 청소하시는 어머님들은 

여기가 돼지 우리인지, 개 장인지 모른다고 합니다.

그건 그 방이 어머니의 방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열 번을 들어와서 청소해도

여러분들을 깨우러 어머님이 매일 아침 몇 년을 들락거리셨어도

절대로 어머니는 여러분들의 방을 여러분 보다 잘 알 수 없습니다.


왜냐하면 그 방의 주인이 여러분들이기 때문이지요.

(사실 어떤 어머님들은 더 잘 아실지도....

근데 그건 어머님이 그 집 주인이시기 때문입니다. 하하) 


공부도 마찬가지입니다.

공부에 주인이 되면, 그 누구보다 공부에 정통하게 됩니다.

어디에 뭐가 있는지 정확하게 알 수 있죠. 

수1은 무엇 무엇이 중요하고, 전체 수학의 맥락에 어디에 있다.

영어의 이 단어는 어느 정도 수준이고, 어떻게 하면 잘 외워진다.

이 문법은 어떻게 활용되고, 얼마나 자주 나온다. 등. 

이렇게 정확하게 알고 있는 겁니다. 


반면에 공부에 손님이나 노예가 된다면. 적어도 주인이 아니라면

바로 여러분들에게 방이 어지럽다고 잔소리를 하시는 어머님처럼 

열 번을 청소해도, 백 번을 들낙거리셔도 어느 위치에 뭐가 있는지 잘 모르게 되는 겁니다.

내가 수1을  열 번을 봤는데도, 지수로그는 어디있는지, 행렬이 어디있는지조차 모르는 겁니다.

케일리헤밀턴 정리는 말은 알겠는데, 어떻게 활용되는지를 모르는 겁니다.

그러니 지수로그함수와 무한급수가 어떤 식으로 연계가 되는지는 말해서 무엇합니까.

그러니 매번 스스로에게 잔소리하고, 채찍질하고, 그 소리에 자기가 오히려 스트레스를 받는 것이지요.

스스로 공부가 안 된다, 하기 싫다며 고통을 만들어내는 것이지요. 



이것이 바로 주인의 공부와 주인 아닌 공부의 차이입니다. 


여러분들께서는 꼭 공부의 주인이 되셨으면 좋겠습니다. 

공부의 참 주인이 되셔서 행복하셨으면 좋겠습니다. 

그래서 공부 때문에 고통받지 않으셨으면 좋겠습니다. 


정말 그렇습니다. 안녕히 계십시오.








뱀발: 글을 쓰다보니, 애초에 제가 계획했던 것보다 너무 많은 이야기들을 쏟아버렸습니다.

이건 뭐 거의..... 감정의 배설이지, 내용과 형식이 아름다운 글은 아닌 것 같습니다.


아무쪼록, 부족한 글이지만 다만 몇 사람에게라도 

이 글이 힘이 되어 그분들의 행복한 공부에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었다면

저는 그것으로 만족합니다. 


혹여 다 못 나눈 이야기가 있거든, 우리 댓글로 소통을 했으면 좋겠습니다. 


좋은 하루 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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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엄선생 · 604215 · 15/10/13 20:46 · MS 2015

    사실 수처작주 뒤에는 입처개진立處皆眞 이라는 네 글자가 더 있습니다. 이는 이르는 곳마다 참 주인이 되고 우리가 서 있는 곳 모두가 참진리/진실이라는 뜻입니다. 참고하세요 ^^

  • 빛순이 · 584702 · 15/10/13 22:09

    사랑함둥♥

  • 엄선생 · 604215 · 15/10/14 18:00 · MS 2015

    하핫! 정말 감사합니다!! 저도 사랑함당!ㅋㅋ

  • 국홍 · 477477 · 15/10/14 00:55 · MS 2013

    오늘까지 진짜 스트레스랑 걱정으로 찌들어있었는데 내일부턴 좀 감사하고 기쁜 마음으로 공부해야겠어요
    근데 사실 제 20대의 시작은 기쁨만 있을꺼라고 생각해왔는데..

  • 엄선생 · 604215 · 15/10/14 18:02 · MS 2015

    정말 그렇습니다. 만약에 이런 공부를 계속한다면 20대에도 지금과 크게 다르지 않을 겁니다.... 오늘 하루 주인된 공부 하셨는지 모르겠습니다. 항상 기쁜 마음으로 행복하셨으면 좋겠습니다. 또 찾아와주세요!감사합니다

  • 동서사독 · 505952 · 15/10/14 18:35 · MS 2014

    잘읽고 가요~

  • 엄선생 · 604215 · 15/10/14 18:43 · MS 2015

    동서사독!이라는 아이디를 보니까, 예전에 읽었던 영웅문이 생각하네요. 혹시 거기서 착안한 아이디이신가요? ^^ 댓글 감사합니다

  • 으흫흫흫흐 · 479823 · 15/10/14 21:32 · MS 2013

    취지는알겟는데 너무 붕뜬 이야기같네요

    공부를하면서 행복할수잇을가요? 저는 불가능하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이 글이 와닿지않네요

  • 엄선생 · 604215 · 15/10/15 08:51 · MS 2015

    충분히 그러실 수 있어요. 마치 이런 것과 같아요. 혹시 낙타고기 드셔보셨어요? 악어나요..만약에 낙타나 악어를 안드셔보셨다면 그 맛을 상상하시기 어려울 겁니다. 뭐 대충 고기라는 건 알겠는데, 맛은 상상하기가 어려운 것처럼 되지요. 그것과 마찬가지입니다. 행복한 공부라는 건 분명히 있어요. 많은 사람들이 경험을 하고 얘기하고 있지요..하지만 그 고기를 먹어보지 못한 사람은 행복한 공부가 어떤건지 감이 잘 안 올 수가 있습니다. 그럴려면 용기를 내서 먹어보아야 합니다. 낙타든 악어든. 나는 지금 공부하면서 행복하다. 이런게 행복한 공부다 하면서 스스로 용기를 내서 노력해봐야합니다. 그러다보면 낙타든 악어든 먹을 기회가 생기겠지요.(호주나 몽고에 가면 드실 수 있어요)^^ 아무쪼록 오늘 하루도 즐거우시기 바랍니다. 이유가 어찌되었든 괴로운 것보단 즐거운게 좋잖아요?

  • 으흫흫흫흐 · 479823 · 15/10/16 00:23 · MS 20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