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BS 낯선 시 꿀 해석 드려요 5
게시글 주소: https://i.orbi.kr/0006673972
백석 시인의 「국수」를 살펴보겠습니다.
(수완 A형 실전편 68쪽 참조)
문과생도 읽어보면서 대가의 시를 감상해봅시다.
눈이 많이 와서
산엣새가 벌로 내려 멕이고
눈구덩이에 토끼가 더러 빠지기도 하면
마을에는 그 무슨 반가운 것이 오는가 보다
한가한 애동들은 어둡도록 꿩 사냥을 하고
가난한 엄매는 밤중에 김치가재미로 가고
마을을 구수한 즐거움에 싸서 은근하니 흥성흥성 들뜨게 하며 이것은 오는 것이다
이것은 어느 양지귀 혹은 응달쪽 외따른 산옆 은댕이 예데가리밭에서
하룻밤 뽀오얀 흰 김 속에 접시귀 소기름불이 뿌우현 부엌에
산멍에 같은 분틀을 타고 오는 것이다
이것은 아득한 옛날 한가하고 즐겁던 세월로부터
실 같은 봄비 속을 타는 듯한 여름볕 속을 지나서 들쿠레한 구시월 갈바람 속을 지나서
대대로 나며 죽으며 죽으며 나며 하는 이 마을 사람들의 의젓한 마음을 지나서 텁텁한 꿈을 지나서
지붕에 마당에 우물든덩에 함박눈이 푹푹 쌓이는 여느 하룻밤
아배 앞에 그 어린 아들 앞에 아배 앞에는 왕사발에 아들 앞에는 새끼사발에 그득히 사리워 오는 것이다
이것은 그 곰의 잔등에 업혀서 길러 났다는 먼 옛적큰마니가
또 그 집 등새기에 서서 재채기를 하면 산넘엣 마을까지 들렸다는
먼 옛적큰아바지가 오는 것같이 오는 것이다
아, 이 반가운 것은 무엇인가
이 희스무레하고 부드럽고 수수하고 슴슴한 것은 무엇인가
겨울밤 쩡하니 익은 동치미국을 좋아하고 얼얼한 댕추가루를 좋아하고 싱싱한 산꿩의 고기를 좋아하고
그리고 담배 내음새 탄수 내음새 또 수육을 삶는 육수국 내음새 자욱한 더북한 삿방 쩔쩔 끊는 아르궅을 좋아하는 이것은 무엇인가
이 조용한 마을과 이 마을의 의젓한 사람들과 살뜰하니 친한 것은 무엇인가
이 그지없이 고담(枯淡)하고 소박(素朴)한 것은 무엇인가
1. 이 시의 특징
산문시처럼 내용이 많아서 읽어나가기가 어렵습니다.
또 사투리가 많이 나와서 시행들을 이해하는데 시간이 걸립니다.
이런 시에서는 행 단위로 의미를 살펴보기보다는
문장 단위로 의미를 알아보는 게 도움이 됩니다.
문장 단위로 이 시를 살펴보면,
1연은 5개 문장, 2연은 3개 문장, 3연은 2개의 문장으로 되어 있습니다.
1연은 18개 행, 2연은 4개 행, 3연은 2개 행으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그래서 이 시는 행과 연을 압축하고 축소하면서 시상이 전개됩니다.
그러면 시의 내용도 압축되고 있을까요? 결론부터 말하면, 그렇습니다.
그러면서도 2연 자체만 보면,
1, 2, 3 문장의 길이가 점차 늘어나고 있습니다.
즉 각 연의 시행이 압축되는 속에서도
2연은 점층적인 강조와 감탄을 통해, 정서의 고양이 일어납니다.
2. 서술어와 통사구조를 통해 시의 의미 구조 확인하기
서술어는 문장의 주요 성분이기 때문에
시의 의미 구조 형성에 중요한 역할을 합니다.
이 시의 서술어 부분은
‘오는가 보다’, ‘오는 것이다’, ‘무엇인가’,
3개로 되어 있습니다.
‘오는가 보다’는 추측과 기대를 나타냅니다.
‘오는 것이다’는 화자의 확신을 나타냅니다.
‘무엇인가’는 의문문 형태이지만 감탄을 나타냅니다.
‘무엇인가’는 이 시에서 청자에게 답변을 요구하지 않고,
화자의 심리를 드러내기 때문에 감탄을 표합니다.
그리고 2연의 1행에서 ‘아’라는 감탄사가 붙어 있어서,
‘무엇인가’는 감탄이라는 것이 분명합니다.
그렇다면 이 시는 대상에 대한 기대와 확신을 거쳐서,
감탄으로 고양되는 상승적 구조를 취하고 있습니다.
(2연의 문장들 길이가 늘어나고 있는 것은 이와 관련됩니다.)
즉, 화자는 대상에 대한 확신을 감탄으로 고양시키면서
시상을 심화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이 과정에서 어조의 변화가 있습니다.
‘~것이다’는 단정적 어조이고,
‘무엇인가’는 감탄의 어조입니다.
(설의법으로 착각하면 안 됩니다.)
그래서 화자는 단정적인 어조를 감탄의 어조로 바꾸면서
대상에 대한 인식을 심화하고 있습니다.
3. 1연의 의미 구조 살펴보기
1연은 5개의 문장으로 이루어졌는데,
이것을 다시 2개의 의미 덩어리로 나눌 수 있습니다.
1,2 문장은 ‘마을’에 대해서 말하고 있습니다.
3,4,5 문장은 ‘국수’에 대해서 말하고 있습니다.
3문장은 국수의 생성 과정을 말합니다.
(가리밭에서 메밀이 자라서, 분틀을 타고 국수가 만들어집니다.)
4문장은 국수와 관련된 것들의 시간(=역사성)을 말합니다.
(아득한 옛날 시작 시점으로부터,
자연의 시공간과 인간의 시공간을 지나서,
지금 현재 아배 앞에 아들 앞에, 사리워 옵니다.)
5문장은 국수가 설화와 관련되고 있음을 말합니다.
4. 2연과 3연의 의미 구조 살펴보기
1연이 복잡하다고 생각이 들죠?
그런데 2연과 3연은 시행이 적습니다.
그래서 수월하게 이해할 수 있을 겁니다.
일단 2연과 3연의 서술 부분의 통사구조는
‘~것은 무엇인가’로 똑같습니다.
그렇다면 이것의 앞부분이 어떻게 다르게 표현되는가를 살펴보면,
2연과 3연의 의미 구조를 알 수 있습니다.
2연의 ‘좋아하고’의 시어에 의인법이 사용되었습니다.
그런데 ‘좋아하고’의 주체가 국수입니다.
즉, 음식 대상이 주체(=주어)로 표현되고,
국수와 어울리는 다른 음식들과,
국수를 즐기는 방안 분위기가 구체적으로 나타납니다.
그런데 3연은
국수라는 대상의 특성을 ‘고담’, ‘소박’이라는
추상적 개념으로 압축하여 제시하고 있습니다.
즉, 구체에서 추상으로 시상이 마무리된다고 볼 수 있습니다.
5. 출제 가능한 포인트
지금까지 살펴본 것을 출제 가능한 선택지로 만들어볼까요?
● 대상의 특성을 압축하여 제시하면서 시상을 마무리하고 있다.
● 대상에 대한 확신이 감탄으로 고양되면서 시상이 전개되고 있다.
● 자연의 시간 흐름과 인간의 시간 흐름을 대구적으로 제시하면서 대상을 단정적으로 말한다.
● 어조의 변화로 대상에 대한 심화된 인식을 드러낸다.
(이 시는 국수에 대한 화자의 생각이 제시되고 있어서, ‘인식’의 개념이 들어 있습니다.)
● 화자는 대상을 인격화하여 표현하면서 감탄을 표하고 있다.
☞ ‘좋아요’ 하나 꾹 부탁드려요.
0 XDK (+0)
유익한 글을 읽었다면 작성자에게 XDK를 선물하세요.
-
진짜 완벽해 너무좋아 내남자…
-
29일에 첫글 썼는데
-
오케이 갈때까지 한다
-
전화 돌렸는데 더프 볼 수 있는 곳이 없음
-
러셀 자체모의랑 다른 날짜로 보는 곳 없나
-
먼저, 제 글에 관심을 가져주신 모든 분들에게 감사하다는 말씀을 드리고 싶습니다....
-
외부인 8월에 셤 볼 수 있는거 없나? 어떻게 해야 좋을까나,,,
-
지거국이나 인아 라인만 가도 떡을 치는거 아님?
-
숫자 5개면 수능등급 숫자 3개면 칸수 아니냐?
-
현 고3인데... 고2 1월~2월 스트레스 받아서 밥 안먹고 하다보니...
-
둘 중 뭐 고르실 거 같나요? 공대 기준입니다
-
m1칩이랑 라이젠9 4900hs+램16기가 두 기기 다 느리면 와이파이 문제인거지?
-
1) 수능 2) T1 안티발언(1557 등등) 3) 과외 4) 야구 아 물론 메디컬...
-
근처사시냐고묻는데? 하 상상 모의고사@!!!
-
청천벽력같은 소리다
-
뭐가 더 좋을까요?
-
아 물론 돈주고... 패드에 넣어서 공부하려고 스캔까지 뜨니깐 두권에 책값 + 스캔...
-
감동이 덜한 4회차 다맞고 감동가득했던 3회차 반타작했노
-
다음 중 약어의 풀이가 올바르지 않은 것은?(1개 or 2개)...
-
10분해도 간지러운곳 싹 긁어주니 만족도 미치네
-
레버기 4
ㄹㅈㄷ
-
내꿈은 기린
-
dragon fly
-
동유럽 진출한 중국군…우크라 국경서 ‘친러’ 벨라루스와 군사 훈련 0
중국 인민해방군이 8일부터 오는 19일까지 우크라이나와 국경을 접한 친러...
-
내년목표
-
수학같은건 오르비도 보고 인스타도 보고 라면서 할만한데 국어는 집중해야함
-
어떻게 공부하심?
-
'만취 사망사고' DJ예송, 징역 10년…法 "피해자 수습 안해" 1
[서울=뉴시스] 장한지 기자 = 서울 강남 한복판에서 만취 운전으로 사망사고를 낸...
-
반도체 - 수도권 가천대, 서강대, 연세대 고려대, 아주대, 인하대, 한국공학대...
-
둘다 성인이라고 가정하면
-
5년 간 사상 최대 43조엔 쓴다던 日국방예산…엔저에 실제론 30% 줄어 0
스텔스 전투기ㆍ미사일과 주요 군사장비ㆍ부품은 미국서 달러로 구매 2022년 발표...
-
"韓아이들 해외여행 못가면 '개근거지' 놀림 당해"…외신도 놀랐다 2
초등학생 사이에서 해외여행을 갈 형편이 안돼 개근하는 아이들을 비하하는 표현인...
-
하프모(서킷x, 종민t 과제 등) 무한 양치기로 밀고 나갈까 하는데 괜찮을까요 방금...
-
동남아시아 국가 중 식민지였던 적이 없는 유일한 국가는?
-
3모 국어 백분위 99.5 수학 백분위 89.4... 국어는 워낙 글을 좋아해서...
-
어쩌지
-
강대주변 살면서 급식 먹는거 지쳐서 여기저기 주말마다 돌아다니다가 내기준 탑쓰리맛집...
-
한지 세지 중 고정만점 뭐가 괜찮음??
-
장영진모 0
3점 어려운거 빼고 2개틀 ㅠ
-
어제 ncs 레어 경매 재미로 눌렀다가 취소 안 되나 하고 경매 버튼 3번 더...
-
고2 고민… 0
1학년때 생기부 3줄이었는데 학종버려야할까요… 담임 ㅈ같네요
-
내가 곧이 알아들은 대로~ 에서 곧이의 이가 부사파생 접사에요? 그럼 곧은 뭐임.. 0
허수 도와주세요 ㅠ
-
상대가 재수생이었는데 당시 되게 유명한 곳이었음. 그 학원 시스템이 너무 궁금해서...
-
별의수명으로 푸는건 넘 힘들거 같은데... 반지름이 4배이상>광도가 16배이상인데...
-
대학응 못가서.
-
현재 고2구요 1학년때는 1321 나왔고 고2 올라오면서 감이 확 떨어져서 거의...
-
과팅 한번도 안나가본 13
다 거절했음 창피행
첫번째 댓글의 주인공이 되어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