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작시인데 주제 맞춰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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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에서 내려온 나르시스가 있었다.
그는 본래 달의 님프들을 사랑하여,
그녀들 가운데 몇 명에게 다가가서는,
작은 꽃을, 제비꽃과 민들레와 연한 코스모스를,
벌과 나비에게 정중히 사과를 하면서까지,
주저하며 건네려 하였다.
님프들은 그에게 독사와 죽은 벌레와 썩은 나무 열매를 투척하였고,
변덕과 오만과 멸시로 가득찬 노래를 불렀다.
그리고 나르시스에 대하여,
그의 미련함과 미숙함과 연약함에 대하여,
숲 전체에 소문을 내었다.
얼마 뒤 나르시스는 신성한 바위에 올라,
달의 여신에게 기도를 올렸다.
아베 루나, 유혹을 머금은 달이여,
어찌 그리 내게 가혹, 하나이까
붉은 색을 띈 달은 입가에 핏자국을 고요히 남긴채 나르시스에게 물었다.
“너가 뭔데”
아베 루나, 영원의 황혼으로 나를 보낸 그대여,
어찌 그리 내게 냉소, 하나이까
푸른 색을 띈 달은 돌 같은 미소를 고요히 남긴채 나르시스에게 답했다.
“그건 아니야”
아베 루나,
아무렇지 않게 가여운 심장을,
잘근잘근 씹어먹는 당신은, 누구십니까
황금 색을 띈 어머니 달은 그 위엄과 권위를 만방에 펼치듯
어깨를 펼치고, 눈을 아래로 내리깔며,
아무 물음도 응답도 없이,
고개를, 가로 저었다.
그것은 하나의 큰 경멸이었다.
이후로 나르시스는,
멍에 아닌 멍에,
가시 아닌 가시,
상처 아닌 상처,
아픔 아닌 아픔,
교훈 아닌 교훈,
정상 아닌 정상,
에 짓눌려
그의 신음소리가,
온 골짜기에 두루 퍼질 즈음에,
그는 생각하였다.
어느 누구도
내 목소리를 듣지 않는구나,
내 핏자국을 지나쳐 가는구나,
그렇게 생각하고는,
그는 그저 죽을 생각만을 하고 있었다.
그리하면
내가 저들에게 하나의 교훈이 되고,
신성한 희생양이 되겠지,
라고 믿기까지 하였다.
나르시스는,
때로 물가로 가서,
그 표면에 비친,
자신의 어둡고 흐린 얼굴을 보고,
나는 정말 못나고 추하고 괴상한 인간이구나
나는 모두에게 환영받지 못하는 인간이구나
나는 정말,
나르시스의 죽음을 엿본 요정들은 누구였을까
신화에서처럼 그를 사모하던 요정들이었을까
아니면 최후를 관람하러 온 악마들이었을까
그 때에,
아침이 맑게 개었다면,
나르시스의 최후는 어땠을까,
달이 아니라 해가 떴다면,
물가에 비친 나르시스의 얼굴이,
밤의 그림자가 아니라,
낮에 비친, 눈동자가 어여쁜,
물거울의 상이었다면,
아베 솔, 위대하신 아버지께서는 찬미받으소서
거룩한 태양신께서는,
거칠고 투박한 수염을 내 머리 위에 얹으사
내 고된 하루에 안녕을 보태시며
내 눈물에 미소로 괜찮다 하시니
그 품에 안기어,
영원한 해가 뜨는 아침,
그것이 결국 나에겐 사랑이었다고,
나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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