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능 국어는 전공자가 더 잘 가르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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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습에 직접적으로 도움이 되는 칼럼은 아니고, 그냥 썰 같은 글입니다 ㅎㅎ
학생분들은 '수능 국어는 전공자가 더 잘 가르치나요?'라고 묻는 경우가 거의 없지만,
학부모님들, 타 과목 선생님들과 대화하다보면 종종 받는 질문이기에
이번 기회에 한 번 제 생각을 밝혀보려 합니다.
저는 연세대학교에서 철학과 본전공 / 국어국문학과 복수전공으로 졸업했습니다.
국어국문학과 전공 학점은 4.15/4.3이었으며, 국어교육론 수업 역시 수강했습니다.
전공자와 비전공자의 사이에 있으므로, 나름 객관적인 의견을 낼 수 있는 위치라고 생각합니다.
혹시 전공자분들 중에 다른 의견이 있다면, 기탄없이 댓글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학생분들은 그냥 재미로 읽어주십쇼 ㅎㅎ
0. 국어국문학과 / 국어교육학과는 '수능 국어'를 가르치는 학과가 아니다.
일단 전제할 것은, 국어국문or국어교육 전공이 '수능 국어'를 가르치는 곳이 아니라는 점입니다.
국어국문학은 말 그대로 국어학과 국문학을 가르치며,
학교에 따라 한국 문화 및 컨텐츠, 언어학 등을 다루기도 합니다.
이중 국어학에서 다루는 '문법'이나, 국문학에서 다루는 '문학'의 경우
수능 국어에 출제되는 영역이니, 어느 정도는 수능 국어와 맞닿아 있다고 할 수 있겠습니다.
그러나 후술하겠지만,
수능 국어는 '문법을 얼마나 잘 아냐', '문학을 얼마나 잘 감상하냐' 등을 묻는 시험이 아닙니다.
대학에서 배우는 문학 / 문법에 대한 접근 방식은, 오히려 수능 국어에는 적합하지 않은 경우가 많습니다.
또한, '국어교육학과'는 '수능 국어'를 교육하는 데에는 거의 초점이 맞춰져 있지 않고,
교육과정에 따른 '학교 국어'를 어떻게 가르쳐야 하는가를 배우는 곳입니다.
이 역시 문법 및 문법 교육법, 문학 및 문학 교육법을 배운다는 점에서 수능 국어와 연관은 있으나
'수능 문법을 가르치는 법', '수능 문학을 가르치는 법'을 배우는 곳은 아닙니다.
요약하자면, 국어국문학과, 국어교육학과에서 배우는 문학/문법은 분명 수능 국어와 접점은 있으나
수능 국어를 가르치기 위한 지식을 배우는 것은 아니기에,
해당 전공자라고 해도 수능 국어를 가르치기에 반드시 적합한 능력을 가졌다고 볼 수는 없습니다.
1. 수능 문학을 가르치는 경우
그런데, 수능 문학을 가르침에 있어 전공자들이 갖는 이점이 있는 것은 사실입니다.
제가 과거 여러 비전공자 강사들의 인강, 해설을 보았을 때,
특히 현대시, 고전시가에 대하여 아예 얼토당토 않은 해설을 하는 경우를 많이 목격했습니다.
대부분의 비전공자들이 현대시를 제대로 읽고 감상하는 법을 알지 못하고,
고전시가에 대한 기본적인 지식이 부족하기 때문에 일어나는 일입니다.
반면, 전공자의 경우에는 이런 경우가 현저히 적은 것으로 보입니다.
전공자는 작품에 대한 완벽한 해석을 제시하지는 못하더라도,
최소한 '틀린 해석'을 제시하는 경우는 적습니다.
대학에서 문학 자체를 접근하는 법을 배운 이들이기 때문에,
문학을 접근하는 기본이 되어 있는 것이죠.
그러나, 가끔은 전공자의 문학 강의가 더 별로인 경우도 있습니다.
전공자들은 수능 국어에 출제되는 현대시, 고전시가 대부분을 '이미 알고 있는' 경우가 대부분이고,
그 작품을 '이해해서 푸는' 경향이 있습니다.
그리고, 학생들에게도 '작품을 이해하는 법', '작품을 이해해서 푸는 법'을 가르치는 경우가 많죠.
그런데 문제는 현재의 수능 국어가 문학 작품을 감상하거나, 이해하는 것을 요구하지 않는다는 점입니다.
아니, 애초에 현대시 같은 경우에는 '이해하는게 불가능한' 작품들이 출제됩니다.
(관련 칼럼은 orbi.kr/00041234556 )
딱 객관적으로 파악할 수 있는 요소들만 파악하고,
문제를 잘 푸는게 중요한 영역이 현재의 수능 문학인데,
이를 이해해서 풀게끔 가르치는 것은 수능에 적합하지 않습니다.
요컨대, 요즘의 수능 문학을 '잘 가르치는' 방법은
완전히 이해를 하지 못하더라도,
객관적이고 논리적인 판단을 통해 답을 골라내는 법을 가르치는 것입니다.
이렇게 수능 문학 문제 풀이를 '잘 가르치는' 것은 전공자냐 비전공자냐가 중요하지 않습니다.
요약하자면,
문학에 대한 일반적인 접근법, 기초, 개념 강의는 '전공자가 나을 가능성이 높다'라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문제 풀이 강의에 있어서는
'작품을 이해하지 않고 푸는 비전공자가 오히려 더 나을 수도 있다'는 것이 제 주장입니다.
2. 수능 문법(언어)을 가르치는 경우
개인적으로 수능 문법은 개념이 50%, 응용이 50%라고 생각합니다.
개념에 있어서는,
사실 수능 국어 문법 자체가 꼭 전공을 해야 할 정도로 깊은 내용도 아니고,
비전공자 선생님들 중에서도 많은 연구를 통해 효과적인 개념 강의를 만드신 분도 많습니다.
그럼에도 문법 개념을 체계적으로 가르치는 것에서는, 역시 전공자가 나을 가능성이 높긴 합니다.
비전공자가 수능 문법 개념의 100%를 알고 있다면,
전공자는 수능 문법 개념의 150% 이상을 알고 있는 경우가 많기에
강의가 커버하는 내용의 폭이나 깊이가 다르긴 합니다.
오히려 수능 문법은 개념은 기본으로 알고 있음을 가정하고,
<보기>, 제시문을 통해 '학생이 알 수 없을' 내용을 던져 준 다음에
그 내용을 응용, 적용하여 문제를 풀 것을 요구하는데,
이런 문제 풀이법은 전공자라고 해서 딱히 이점을 갖지는 않습니다.
그냥 수능 문법 자체를 잘 연구한 강사가 잘 가르칠 수밖에 없죠.
요약하자면,
수능 문법 개념 강의는 아무래도 전공자가 나은 경우가 많지만,
비전공자 선생님의 강의 중에도 좋은 강의가 많습니다.
문제 풀이에 있어서는 전공자가 딱히 더 잘 가르치지는 않고,
그냥 문제 풀이를 잘 가르치는 강사가 좋습니다.
3. 수능 비문학(독서)을 가르치는 경우
전공자의 메리트가 거의 없는 영역이 비문학입니다.
국어국문학에서 간혹 리터러시 일반을 다루는 과목이 있긴 하지만,
이게 수능 비문학에 적용되지는 않습니다.
연세대학교 학부에는 국어교육학과가 존재하지 않지만,
타 학교 국어교육학과 재학생/졸업생 분들과 얘기를 나눠봐도
'수능 비문학을 잘 읽고 잘 푸는법' 같은 것은 안 가르치는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다들 아시겠지만, 비문학은 그냥 글을 잘 읽는 법을 가르치고,
문제 잘 푸는 법을 알려주는 강사가 좋습니다.
이과 출신 선생님들 중에도 훌륭한 분들이 많죠.
다만 기출 비문학 지문 해설에 있어, 다방면으로 교양이 있는 사람이 잘 가르치는 것 같다는 생각은 듭니다.
비문학이 비록 배경지식만 가지고 문제를 푸는 영역은 아니지만,
학생과 달리 강사는 어느정도의 배경지식이 있어야 잘못된 지문 해설을 가르치는 경우가 적기 때문이죠.
물론 이상적인 비문학 해설은
'학생이 배경지식이 전혀 없음을 상정하고, 배경지식이 전혀 없더라도 문제를 풀 수 있도록' 해설하는 것이지만,
수능 국어에 도움이 되는 스키마(배경지식)를 알려주고, 정확한 지문 해설을 제공하려면
강사 본인은 배경지식이 좀 있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이건 뭐 전공이 중요한 것은 아니죠!
4. 결론
이 글을 보고 강사를 옮기거나, 바꾸겠다는 생각은 하지 마시길 바랍니다!
제 결론은, 비전공자와 전공자 모두 나름의 장단점이 있다는 것이고,
수능 국어는 그냥 수능 국어를 잘 가르치는 강사가 최고라는 얘깁니다.
저는 문학 / 비문학 / 문법을 꼭 한 선생님 강의로 다 들을 필요는 없고
각각 잘 가르치는 선생님을 찾는게 좋다고 생각하는데,
각각의 영역에 있어 이미 1~2타이신 선생님들은 대개 전공자, 비전공자 여부와 상관 없이
'수능 국어를 잘 가르치는' 분들인 경우가 많으니,
디씨 같은 곳에서 '비전공자 강의 왜 듣냐', '전공자 강의가 더 별로다' 이런 걸로 싸우진 맙시다...
비전공자, 전공자 여부에 따라 장단점이 있듯이,
각각의 선생님들 개별 강의에 있어서도 장단점이 있으니
너무 한 가지 지표만 가지고 강의를 선택할 필요는 없음을 말씀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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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능 수학도 공대생이 수학과 학생보다 잘 풀 것같은 느낌이 들더라구요
대학 영어 수업 때 교수님께서
전략적으로 읽는 법, 전략적으로 쓰는 법 등등
해외 대학에선 틀에 맞춰서 가르친다하는 데
국어국문은 딱히 없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