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재에게 과외 받지 마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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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수학을 정말 못했었습니다. 예전에 말씀드렸다시피 항상 4~5등급이 나왔었죠. 그러다가 어느 순간 재수학원에서 깨달은 바를 바탕으로 공부를 제대로 하기 시작했고, 결국 1등급을 맞았습니다. 그러한 깨달음은 <수국비>에도 녹여서 책을 썼습니다.
제 친구 중에 서울대를 가고, 대학원을 스탠포드로 간 아주 머리 좋은 친구가 있습니다. 한번은 저랑 같이 대화를 하는데, 저를 칭찬해준다고 이런 말을 해주더군요.
서울에서 학부모들이 착각하는 것이 있다. 바로 자녀들을 서울대생을 비롯하여 매우 뛰어난 학생들에게 과외를 맡기는 것이다. 하지만 그러면 안된다. 실질적으로 자녀들이 과외를 통해 성장을 할려면 너처럼 바닥을 찍었다가 맨 위까지 올라가본 사람한테 과외를 맡겨야 한다고요.
저 또한 맞는 말이라고 생각합니다. 이야기를 좀 해보겠습니다.
제가 오르비를 알게 되고, 오르비에 글을 쓰기 시작하고, 오르비를 통해 <수국비>를 출판하게 된 계기가 바로 <수학의 명작>이라는 아주 좋은 수학책입니다. 제가 한창 4등급에서 고전을 면치 못할 때 아주 우연하게 재수학원 선배 형님이 이 책을 푸시는 것을 보았는데, 보니까 정말 내용이 좋더군요.
기초부터 심화까지 아주 탄탄한 책이었습니다. 수학의 기본기가 다져지지 않은 학생들에게, 처음부터 하나씩 어떻게 생각을 하기 시작하는지, 힌트를 보고 무슨 생각을 떠올려야 하는지, 저를 포함해 여러 학생들이 가진 오개념이 왜 치명적인 약점이며 이걸 어떻게 극복해야 하는지 등등.
저는 한때 수학에 대한 허영심이 있어서, 무조건 어려운 문제집과 어려운 수업만 찾아다니던 적이 있었습니다. 필기는 열심히 했었으나 대체 무슨 말인지 이해할 수 없었고, 의미없는 삽질만 반복했습니다.
그러나 저에게 딱 맞는 수준의 책을 찾고 나서야, 중하위권 학생에게 필요한 기초 개념부터 시작하는 책을 접하고 나서야 발전을 하기 시작했습니다. 여러분 무조건 어렵고 심화된 수업과 내용만 공부한다고 실력이 느는 것이 안닙니다. 자신의 수준에 맞추어서 적절하게 기본기를 다지는 작업이 필요합니다.
제 고등학교 동창 중에 수학을 미친듯이 잘하는 학생이 있었습니다. 그런데 그 친구는 풀이 과정을 거의 적지도 않으면서 머릿속으로 빠르게 푸는 스타일이었습니다. 제가 당시 수학이 4~5등급이었는데, 이 친구한테 과외를 받았었으면 제 등급이 올랐을까요? 전혀 아니라고 봅니다.
그 친구의 머릿속에는 이미 기본적인 개념과 해야 할 일들이 자리잡혀 있어서(<수국비> 식으로 표현하자면 알고리즘, 시냅스가 이미 충분하게 잡혀있어서) 굉장히 생각하는 속도도 빨랐고 정확했습니다. 그렇기에 풀이로 끄적이는 문자도 굉장히 간결했죠.
그 친구가 머릿속에서 수없이 많은 과정을 밟는 것을 제 실력으로는 따라갈 수가 없었습니다.
제가 여태 칼럼으로 영어에 대해서 연재를 한 적이 거의 없습니다. 아니, 언급을 한 적이 거의 없습니다. 왜냐하면 저는 영어가 너무너무 쉽기 때문입니다. 한번도 영어 1등급을 놓쳐본 적이 없을 정도로 영어에 대해 타고난 감각이 있습니다. 그래서 전 영어를 남들에게 가르칠 생각을 하지 않습니다.
왜냐하면 제 영어에 대한 감각을 도저히 초보자한테 가르칠 엄두가 나질 않길 바랍니다. 아니 당연히 여기에 이 문장이 와야하는데, 이걸 왜 이해 못하지? 라는 생각이 많이 듭니다. 지난번 조정식 선생님을 언급한 칼럼에서처럼, 전 영어가 아무리 베베 꼬이고 어렵게 나와도 쉽게 풀어냅니다. 추론이 필요한 영역에서도 전 순식간에 그 본뜻을 파악하고 넘어가기 때문이죠.
그래서 역설적으로 제가 제일 잘 하는 과목은 영어지만, 영어를 남에게 가르칠 생각을 해본적이 없습니다. 기껏 가르쳐봤자 영어 단어 뜻 외우는 것 정도나 가르칠 수 있겠네요. 마치 수학 천재였던 제 친구처럼, 전 영어에 대해서 타고난 감각이 있고 선천적으로 1등급을 항상 맞는 실력과 재주를 가지고 있기에 남에게 가르칠 수가 없습니다.
그래서 제가 제목에서 '천재에게 과외받지 마십시오' 라고 말한 것입니다. 타고난 천재들, 처음부터 최상위권으로서 서울대나 포항공대 카이스트에 간 학생들은 오히려 남을 가르치는 능력이 떨어질 확률이 대단히 높습니다. 그 사람들에게는 당연한 것이 과외를 받는 중하위권 학생들에게는 도저히 이해가 가질 않을 것입니다. 그러니까 아무리 좋은 선생님, 뛰어난 천재를 과외를 붙여도 자녀분의 실력은 늘지 않는 것입니다.
만약 본인이 중하위권이고, 기초가 필요하다면 밑바닥부터 맨 위까지 올라간 사람을 유심히 살펴보고 찾아보세요. 그 사람들은 중하위권 학생들이 무엇을 고민하고 무엇을 못하는지 잘 알고 있습니다. 솔직히 저도 영어를 못하는 학생들, 특히 절대평가까지 된 영어를 제대로 못하는 학생들이 이해가 가질 않습니다. 아니 리스닝은 그냥 집중해서 들으면 다 답이 나오고, 지문들도 읽고 이해해서 풀면 그만인데 왜 그걸 못하지? 라는 생각이 듭니다.
절대로 실력에 대해서 허영심을 부리지 마십시오. 자신의 실력이 어느정도인지 객관적으로 파악하고, 그 수준에 맞는 선생님을 찾으셔야 합니다. 처음부터 최상위권이었던 학생들은 여러분을 이해하지 못합니다. 제가 영어에서 그러듯이요.
상위권 학생이야 최상위권을 가기 위해서 화려한 스펙의 뛰어난 타고난 천재들에게 과외를 받으면 됩니다. 그러나 대부분의 학생들에게 필요한 것은 중위권이 상위권으로 가기 위한 튼튼한 기본기입니다. 그 기본기를 가르칠 수 있는, 밑에서부터 올라가본 선생님들을 찾아보세요.
그런 의미에서 <수국비>도 추천드립니다 :)
<수국비 상>
https://docs.orbi.kr/docs/7325/
<수국비 하>
https://docs.orbi.kr/docs/7327/
알고리즘 학습법
https://orbi.kr/00019632421 - 1편 점검하기
https://orbi.kr/00054952399 - 2편 유형별 학습
https://orbi.kr/00055044113 - 3편 시간차 훈련
https://orbi.kr/00055113906 - 4편 요약과 마무리
사고력이란 무엇인가
https://orbi.kr/00056551816 - 1편 바둑과 수싸움
https://orbi.kr/00056735841 - 2편 예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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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s://orbi.kr/00057650663 - 8편 수학적 상상력
https://orbi.kr/00057786940 - 9편 편견깨기
https://orbi.kr/00058147642 - 10편 시냅스, 알고리즘의 강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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ㅜㅜㅜㅜㅠㅠ 이게 머냐
굿!
뭔가 어체가 현우진 선생님이 들리는 건 기분탓인가..
전에 애들 가르치다보면 가끔 '애들이 이걸 왜 못하지?'하는 순간이 있었는데, 요즘은 최대한 친절하게 설명해주려고 하게 되네요
약간 공감되네요.. 과외생 물1 알려줄 때 이걸 왜 못해? 라는 생각이 들 때가 가끔 있어요ㅋ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