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학생 때 과학 선생님들이랑 대판 싸웠던 썰
게시글 주소: https://i.orbi.kr/00067856321
공부를 하다가 문득 옛날 생각이 나서 적어봅니다. 제가 초등학교 5학년 때부터 '질문노트'라는 것을 만들어서 들고 다니기 시작했었습니다. 어릴때는 호기심이 굉장히 강한 학생이었죠. 중학교 때 과학 선생님들한테 항상 달려가서 세상에 대해 이것저것 물어본 기억이 새록새록 납니다. 그 때문에 제가 이과를 간 것이기도 합니다.
여러분 중학교 한 2학년 쯤에, 에라토스테네스라는 사람이 지구의 둘레를 그림자를 이용해서 구했다는 것 알고 있으시죠? 제가 이때 이 내용으로 제가 다니던 중학교의 모든 과학 선생님들과 대판 싸웠던 썰을 풀어봅니다.
http://hermes.douclass.com:8080/hermes/resource/store/89/c9/59a606545324cf2bbafb0e3553e3044c1419/hview.html
당장 검색해서 지금 중학생들이 쓰는 과학2 교과서 PDF 파일을 떠왔습니다. 아마 이 정도면 기억이 다들 나실 껍니다.
제가 한창 중학생 시절에는 에라토스테네스가 지구의 둘레를 구한 내용 중에 중대한 오류가 있었습니다. 일단 에라토스테네스가 전제를 2가지를 했습니다, 지구는 완벽한 원이며 태양빛은 모든 곳에 평행하게 들어온다 라고요.
에라토스테네스가 구한 지구의 둘레가 실제 둘레랑 차이가 나는 이유가 2가지 였습니다. 하나는 "지구가 실제로는 완벽한 원이 아니어서(지구는 적도 부분이 살짝 더 부푼 타원형입니다)", 그리고 문제가 된 것이 "그림자를 측정한 두 도시가 동일한 경도가 아니어서" 였습니다.
저는 이 동일한 경도가 아니기 때문에 오차가 났다는 말에 굉장히 심각한 의문을 품었습니다. 다시 전제로 돌아가보겠습니다. 지구는 완벽한 원이라고 했습니다.
한 막대기는 태양빛이 내리꽂게, 평행하게 세워두고 나서 다른 막대기는 다른 곳에 아무 곳이나 꽂으면 된다는게 제 생각이었습니다. 왜냐? 지구는 완벽한 원이라고 가정을 했으니까.
완벽한 구형을, 중심이 지나가게 자르면 무조건 완벽한 원이 나오죠? 그러니까 구에서 두 개의 막대기를 꽂으면(물론 정확히 말하자면, 원의 중심을 향하도록 정확하게 꽂아야 합니다) 무조건 완벽한 원이 생깁니다. 즉, 경도가 같을 필요가 없습니다.
https://namu.wiki/w/%EC%97%90%EB%9D%BC%ED%86%A0%EC%8A%A4%ED%85%8C%EB%84%A4%EC%8A%A4
위의 그림처럼, 두 개의 vertical한 막대기를 꽂으면 그 두 막대기를 포함하는 완벽한 원을 하나 만들 수 있습니다. 그러면 끝입니다. 그러니까 같은 경도에 있을 필요가 없다고요.
그런데 교과서에서는 단순하게 에라토스테네스의 측정이 틀린 2가지 이유를 "지구가 완벽한 구형이 아니어서" 와 "두 도시가 같은 경도에 있던게 아니라서" 라고 서술합니다.
그래서 저는 손수 완벽한 원을 그려가면서 중학교 과학 선생님들을 다 찾아다니면서 제 생각을 이야기했습니다. 완벽한 구형에서, 중심을 지나도록 한 평면을 잘라 완벽한 원을 만들 수 있다. 경도가 중요한게 아니다. 경도가 달라도 된다.
그러나 중학교 과학 선생님들은 제 이야기를 끝끝내 거부했고, 결국 하는 수 없이 제가 다니던 학원 선생님들께 가져갔습니다. 다행히도 학원 선생님들은 제 이야기를 이해하셨고, 제 말이 맞다고 인정해주셨었습니다.
다만 문제는 시험 문제가 이따위로 나왔었어요. "에라토스테네스의 측정이 잘못된 이유는 두 도시가 같은 경도에 있지 않기 때문이다" 라고요. 저는 당시 정말 눈물을 흘리면서 어쩔 수 없이 해당 답을 체크했었어야 했습니다.
다만 좀 더 깊이 들어가면 두 도시가 같은 경도이면 '편리한' 점은 있습니다. 각 도시의 위도차가 곧 각도 차이가 되기 때문이죠. 설마 지구 중심까지 땅을 파서 확인할 것도 아니고, 두 도시 사이의 각도를 재는 것도 상당한 문제일 것입니다. 그런데 만약 두 도시가 같은 경도에 위치해 있다면, 위도 차이가 곧장 각도 차이가 되기에 두 도시 사이의 각도를 측정하기는 쉬워진다는 '편리한' 점은 있습니다.
그러니까 중요한건 두 도시가 '같은 경도'의 여부에 달려있지 않았습니다.
갑자기 옛날 생각이 나면서, 똥고집을 피웠던 학교 선생님들 생각이 나니까 화딱지가 나서 한번 지금 중학생들이 쓰는 교과서를 찾아보았습니다.
다행히도 '두 도시가 같은 경도가 아니라서 오차가 났다'라는 개소리는 없어진거 같고, 에라토스테네스가 틀린 2가지 이유가 '두 도시 사이의 거리를 정확히 측정하지 못해서' 와 '지구와 전제와 달리 완벽한 구형이 아니라서'라고 써져 있습니다.
https://dn.vivasam.com/2022_ebook/MS/mid_sci_2/index.html
http://ebook.tsherpa.co.kr/webdata/15/TB2015TC2NN_80_N_textbook_1/viewer/ebook/index.html?contentInformationURL=/webdata/15/TB2015TC2NN_80_N_textbook_1/resource/ebook/&page=1&bookBinding=true&UUID=fcem:uuid:TB2015TC2NN_80_N_textbook_1
하여간 워낙 어릴 때 있었던 일이라 그런지 뇌리에 제대로 박혀서 아직도 기억이 생생하네요. 지금 생각하면 고구마 2천개쯤 먹는 정도의 답답함이지만, 결국 제 추론이 틀리지 않았다는 것에 만족합니다.
혹시 이해가 안된다면 정리가 잘 된 아래 블로그 글을 추천드립니다.
https://blog.naver.com/ppok7/222039351634
0 XDK (+1,000)
-
1,000
-
이거 요즘 국밥도 못사먹는데 ㅠ
-
작년의 나는 너무 멍청하게 공부 한 것 같다
-
성격,공부,인성 다 포함해서 외모 비중이 일반적으로 몇은 차지할까? 남친 된다는 조건 하에
-
n제 한 문제 몇 시간씩 박는게 좋은 학습법일까요? 2
n제 풀다가 한 문제 잡히면 끝까지 해설 안보고 풀려고 하다보니 2시간 3시간 훅...
-
사탐런 1
제가 완전히~ 그냥 쌩노벤데 이번에 재수하면서 교대나 지거국 공개 가는게 목표라서...
-
???: 언제 한 번 봐야지 집 들어가서 먼저 연락할게! 했는데 연락이 없음 아 ㅋㅋ
-
강박있는 나조차도 저건 ㄷㄷ ㄹㅇ 컨셉이길.....
-
7년간 우울증 약 먹은 예비신부 "예비신랑에게 말해줘야 하나요?" 1
결혼 전 예비신랑에게 과거 우울증 병력을 알려야 하는지 고민이라는 예비 신부의...
-
197일만에 1
경기권 잡대->건동홍가본다 딱대
-
진짜
-
안넝 오르비 0
방가방가
-
얼버기 2
-
얼버기 0
고도의 노슬립은 얼버기와 다를 바가 없다
-
오.등.완! 0
중간고사 1일차임에도 6시 등교한 나 제법 성실해요
-
ㅇㅂㄱ 3
뒤지겠네
-
얼버기 1
음 악몽을 꿨네요....... 오늘부터 msi 시작하네요 상혁이형 ㅎㅇㅌ!!!!
-
시간참빠르네
-
아 개재밌네
-
"그 소원은 이루어졌다 이제 세개 남았어"
-
잔잔 겜했다 통화하면서 겜한거오랜만..
-
생명과학 1등급, 기하 85점 화이팅!
-
컨디션이 더 안좋아졌네 에라이
-
다들 뭐함?
-
한국여행 유투브가 이렇게 재밌을수가....최고다
-
그냥 답을 확신할 수 없는 그 특유의 ㅈ같음이 너무 싫음 수험 과목으로서는...
-
생1)방추사 길이랑 세포분열이랑 무슨 상관 관계인가요? 2
세포 분열이 일어나면 방추사 길이가 짧아지나요?
-
실검 꼬라지.. 2
과연 최상위권. 음음
-
내신 반영이야 백 번 양보해서 그렇다 쳐도 왜 3년 예고는 밥먹듯이 어기는 거지...
-
'코로나19 게놈서열' 공개한 과학자…근황 '충격적' 1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의 게놈(genome·유전체) 서열을 전 세계에 처음으로 공개했던...
-
배고프네 3
저메추좀
-
얼버기 4
반갑습니다
-
지금 파데 수1수2미적하고있는데 이거하고 킥오프 쎈 기생집2,3점 짱쉬운/짱중요하고...
-
어제 입시전형 떠서 대충 교과점수 계산해보니 47.5/50 나옴 2024 입시...
-
ㅈㄱㄴ
-
옷 샀다 오예 0
-
★[5/12 영어노베 무료특강!]★ 말이됨?! 수능날, 주제를 안 잡고도, 주제&빈칸 모두 맞추기 가능하다고!? [노병훈 EGON 영어강사] 0
안녕하세요 오르비 학생 여러분 :) 5월 12일 무료 오르비 특강으로 [FOR...
-
앙 ㄱㅁ찌
-
맨날 나만 그럼? 이불 싸매더라도 그게 훨나음 ㄹㅇ
-
국힙원탑 3
-
병원 이름은 침대라네여 옵붕이들은 지금이라도 주무시길... It's time to go to bed
-
이투스 환급 들어왔네 12
개꿀
-
안가람쌤… 4
공통 듣고있는데 미적분도 듣고싶어서,, 미적반에 수1,2랑 공통반 수1,2 아에 안...
-
학원에서 공부하는 것도 적은거같은데 집에 오면 놀게 되네.... 학원에서의 시간을...
-
커피 왜 마셨지 2
과학 공부 보충하려고했는데 오르비만 봤어 ㅋㅋㅋ 어떡하냐
-
그래서 랜덤 3명 해서 3000덕씩 드림 한양대생이면 1000덕 더 얹음(에리카면 정답맞추면드림)
-
내가 제일 자주가는곳 (드럼통가면 “뼈”도 못추리기도하고...)
-
하 수학 백분위 95에서 98 점프로 영남의 끝자락 붙기 ㄱㄴ이였는데 두고두고 아쉽다
-
반수고민 0
작수 백분위 88 93 3 74 77 맞고 일단 대학왔는데 생명이 너무많이...
오늘도 재밌게 읽었습니다 :)
임용을 어떻게 통과했는지는 모르겠는데 중고등학교 교사들중에 학생보다 멍청한 사람도 많더라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