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사들이 파업하는 이유.. 의대 증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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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대에 있는 나는 체감하기 어렵지만, 주변에 의료와 관련된 지인들이 힘들어하는 것을 들을 때, 아침 저녁마다 뉴스에서 나오는 방송을 보면 요즘 의대 증원이 대한민국에서 큰 논란이 되고 있는 것 같다.
5/16일날이었다. 나는 서울고등법원의 의대증원 집행정지 기각 판결이 났을 때 연대 에타에서는 대부분 의사들 욕하며 통쾌하다는 내용이 상당수였으나, 의대증원과 관련된 뉴스 유튜브를 보면 댓글에는 한국의 의료계가 이제 망했다며 정부와 보건복지부를 비판하는 글들이 많아 왜이리 상반된 여론이 형성되는지를 궁금했다.
내가 여러 커뮤니티와 지인들을 관찰해본 결과 이 사태의 반응은 크게 3가지인 것 같다. (극단적으로 쓴 것이니 불편했다면 미안하다..)
1. 정부가 이번에 큰 맘먹고 아주 큰 일을 했구만, 밥그릇을 지키려는 이기적인 의사들 때문에 무고한 국민들만 희생되네. 에휴;;
2. 현장을 하나도 모르는 정부와 보건복지부가 세계적인 수준의 의료체계를 말아먹는구나. 결국 어디까지 가나 한번 보자.
3. 잘 모르겠고 딱히 관심 없음. 전공의들이 밥그릇 지키려고 이기적인 것 같긴한데..어떻게든 되겠지.
대부분의 사람들이 3번인 것 같고 나는 이 사태가 왜이리 심각해졌는지 본질적인 갈등구조과 내가 모르고 있는 정부와 의협의 속내를 알고 싶어 관련 유튜브와 서적을 찾아보던 중 " 왜 의대정원이 늘면 응급실 의사가 줄어들까? " 라는 극히 역설적인 제목을 보고 이 책을 읽게 되었으며 이를 통해 현 사태에 대해 깊이 이해하게 되었다.
현재 우리나라의 의료는 "미국의 비싼 의료수가" 와 "영국의 높은 의료 진입 장벽" 과 같은 선진국의 단점들이 없는 명실상부 서민들이 이용하기엔 최고의 수준으로 이루어지고 있다.
그.런.데. 낮은 의료수가임에도 우리나라의 의사들은 어떻게 돈을 많이 버는 것일까?
이것은 우리나라만의 특이한 의료구조 때문이다.
먼저, 우리가 돈을 많이 번다고 알고 있는 의사는 보통 개원의이다.
(개원의> 봉직의> 대학교수로 갈수록 벌어들이는 돈은 적으나 일을 함으로서 얻는 보람과 명예가 올라간다.)
이러한 개원의들의 고수입은 (인건비)*(회전수)로 보장된다.
인건비는 한번 진료를 보았을 때 보험에서 고정적으로 나오는 수입이며 회전수는 짧은 기간에 여러번 진료를 보아 인건비를 중복으로 받는 것이다. 예를 들면 다리가 한번 다쳤을 때 의사분이 조치를 해준 후 며칠뒤에 경과를 보기 위해 재진을 권유하고 예약을 잡으며 수익을 올리는 구조이다. (예전에 의사 3분 진료 뺑뺑이로 한번 논란이 있었다.)
하지만, 현재 정부가 2000명 증원의 근거로 내세운 필수의료분야(수련의+봉직의+대학교수에 해당)는 다른 방식으로 이루어진다. 필수의료분야는 대학병원을 비롯한 대형병원들에서 이루어지기 때문에 수익구조가 다르다. 큰 병에 걸린 사람들은 기본적으로 감기와 같이 간단하게 진료볼 수 있는 것이 아니기에 치료 안에 들어가는 비용과 노력, 즉 (인건비)*(회전수)보다 기본적인 수가가 낮아 적자가 나기 때문이다.
따라서, 필수의료분야는 인턴 및 레지던트의 고역으로 유지된다.
정상적인 선진국에서 한 섹터에 전문의 10명이 필요하다고 가정해보자. 우리나라에서는 수가가 낮기 때문에 각 대학병원에서는 안그래도 적자나는 필수의료분야에 전문의 10명을 고용할 수 없다. 따라서 인턴과 레지던트 2명이 그 10인분을 대신 하는 느낌이다. 그들은 (괜찮은 기업에 취직했을때보다 낮은 연봉) + (살인적인 근무시간)으로 부족한 숙련된 전문의 10명의 몫을 다하며 경험을 쌓게된다..
(의학 드라마에서도 거의 매일 밤을 새는 식으로 묘사되며, 실제 월급을 근무시간으로 나눴을 때는 최저시급보다 임금이 낮다고 한다.)
이들이 이러한 고통을 견디는 이유는, 우리나라의 의료체계는 정부와 의사들의 암묵적인 약속(계약?)으로 돌아가기 때문이다.. 필수 의료에서 수련의들이 뼈가 빠지게 일을 한 후에는 정부가 면허를 주고, 이 면허를 통해 전문의가 된 후에는 그 면허로 "보장된 삶"을 살아가는게 암묵적인 합의였다.
물론, 필수의료분야의 의사들이 부족한 것은 사실이며 이 책의 저자도 자신과 같은 일을하는 전문의들이 보충되어야 하는 이유들을 설명해준다. 하지만 문제는 정부가 일을 2000명의 수준까지 극단적으로 추진하여 밤낮없이 고생하는 수련의들을 자극해버린 것이다.
안 그래도 매일같이 잠을 줄이며 고생하는 수련의들은 2000명 증원이라는 소식을 듣고 무슨 생각을 하였을까?
"내 친구들 중에는 힘들게 전문의를 안따고 일반 의원으로 미용쪽으로 가서 벌써 월 몇천씩 벌고 있는데 나는 여기서 뭐하고 있지?
"그래도 나는 힘들어도 사람들을 위한 의사가 되고 싶어서 전문의를 따러 왔는데 나중엔 나의 수고에 대한 기본적인 대가도 보장못받을 것 같네."
"매년 2000명의 후배들이 들어오기 전에 먹고 살기 위해서 나도 그냥 미용쪽으로 가야겠다."
이렇게 환자들을 위해 처음부터 전문의를 따려고 마음먹은 이들도 위와 같은 이유들로 이렇게 하나둘씩 대학병원을 떠나게 된다. 처음에는 소규모였겠지만, 이들의 부재는 원래도 고통스러웠던 현장을 지키고 있는 남아았는 이들의 부담을 가중시켰을 것이다.(실제로 한 인턴의 인터뷰에서 원래는 주 2회의 당직을 4회씩이나 서면서 더이상은 못 버텨서 떠난다고 말 한 것을 본 적이 있다.)
결과론적으론 수련의들의 집단 파업이 일어나게되고, 수련의들의 고행으로 운영되던 필수의료분야는 정상적으로 운행이 불가능하게 되어 대학병원들이 줄도산 나게 되는 것이다.
이렇게 부족한 공백을 현재는 남아있는 전문의와 교수님들이 대신하고 있고 그렇기에 의대생들의 집단 휴학은 고사하고 원래는 수련의들이 해야했던 업무들을 교수님들이 맡으면서 학생들을 가르칠 시간조차 없어 2000명은 증원은 고사하고 현재 의료체계부터 대학교육까지 다 마비가 온 상태가 되었다.
나는 대다수의 국민들이 이렇게 집단 파업한 수련의들을 자기 이익을 위해 행동하는 이기적인 집단이라고 욕만해서는 안된다고 생각한다. 애초에 우리가 누리고 있는 기본적인 의료혜택들이 그들의 희생으로 이루어지고 있는 것이고, 이것이 대한민국만의 특이한 의료구조이며 강점이기 때문이다.
또한, 정부가 실시한 2000명 증원으로 효과를 보려했던 "의사 면허의 가치" 의 하락보다 "전공의 면허"의 가치 하락이 훨씬 크기 때문에 이미 대부분 사라진 소아 청소년과처럼 다른 필수과들 또한 사라질까봐 걱정된다. (고령화로 인한 인구 감소,이공계의 인재 유출, 의대 교육 시설의 미흡 등 의대증원을 반대하는 여러가지 이유들이 있지만 필자는 "전공의 면허의 가치 하락"이 가장 위험하다고 한다. 구체적으로 알고 싶은 사람들은 yes24에서 ebook으로 2400원인가 그정도밖에 안하니 꼭 한번 읽어보기 바란다.)
부연설명을 하자면 현재 의료에는 대강, 돈을 많이 버는 "미용과"와 의료 공백이 큰 "필수과" 두개로 나눠보자. 정부의 논리는 의사수를 늘려 인기많은 미용과의 공급이 늘어감에 따라 벌어들이는 돈도 적어들 것이며 이에따라 필수과쪽으로도 사람이 갈 것이라는 논리이다. 하지만 현재 전문의를 따기위한 수련의들로 유지되던 필수과를 수련의들이 등지게 되어 아예 과가 사라질 위기에 처했다는 것이다. 정부가 예상한 수요와 공급에 따라 필수과로 의사들이 이동하는 것도 그 때까지 필수과가 존재하고 있어야 실현 가능한 것이다. 이는 이전 정부 때 집값을 잡으려고 부동산 규제를 했다가 집값이 오히려 두배가 되는 부작용과 매우 비슷한 양상인 것 같다. 음 내 생각인데 우리나라의 짧은 정권 교체의 특성상 이론과 현실의 차이를 충분히 고려하지 않고 단순하게, 단시안적으로만 정책을 짜서 그런 것 같다...
여기까지 긴 글 읽어줘서 고맙다.. 이 글은 개인적인 나의 견해일 뿐이고, 지금까지 내가 쓴 정보는 내가 여기 저기서 주워들은 내용 그리고 일부 책을 읽고 이해한 내용이니, 전문적이지 않고, 틀린사실이 있을 수도 있다. 나는 이 사건의 당사자도 아니어서 이런 글을 쓰는게 웃긴 것 같은데 그래도 주변에 사태의 심각성과 원인 등을 제대로 알지 못하며 무지성으로 의사들을 비난하는 모습이 좋지 않아보여 글을 써봤다.(사실 그냥 요즘 군태기 와서 심심했다. 슬슬 의대증원도 된다는데 다시 수능공부 해볼까 싶다. )
그럼 ㅂㅂ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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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글은 묻히고 무지성으로 의까하는 글은 메인 가는 게 씁쓸하네요..
좋은글 감사합니다
희생 후 큰 보상이 따랐다면
미래에 큰 보상을 없앤다는데 희생하지 않겠다는 움직임으로 보입니다
개추~
정말 좋은 글인 듯
현재 우리나라 의료보험은 의료진 노동력을 엄청나게 착취해서 저수가를 땜빵하는 구조
그 결과 짧은 진료시간 등 단점도 있지만 그래도 전세계적으로 봤을 때 싼 값에 단 시간 내에 전문의 및 3차병원 진료를 볼 수 있는 나라는 우리나라가 유일무이한 수준
실제로 그렇게 좋아하는 OECD 의사 수는 부족하다지만.. 같은 논리로 따지면 의사 상승률부터 해서 나머지 지표는 OECD 평균을 상회하는 수준
문제는 당연히 저수가로 인해 필수과가 한계에 부딪치고 있고 이번에 관심 가지는 국평오들 대부분은 끽해봤자 소아과나 응급의학과 정도나 겨우 알겠지만 사실 진짜 필수과인 내외산소 포함하면 아무리 못해도 절반 이상임, 다만 특히 내과 외과가 언급조차 되지 않는 이유는 규모부터 상당한 과들인데 이미 저수가로 인한 데미지가 못해도 20년 전부터 꾸준히 누적되면서 아예 손도 못 쓸 정도가 되어버림 ㅋㅋ 그래서 소규모 과들로 생색내기만 겨우 하는 수준일 뿐
그래서 결국은 건보료를 왕창 걷든가, 의료서비스에 대한 접근성을 높여버려서 혜택을 줄이든가, 의료민영화로 가든가 셋 중 하나인데 당연하게도 1번, 2번은 우리 위대한 국평오들 때문에 절대불가할 예정
아이러니하게도 전세계적으로 최상급인 의료 서비스를 가지고 있기 때문에 의료에 대한 인식이 개판났기 때문
그 예로 3차병원에 불필요한 날먹 환자들이 너무 많아서 로딩이 가중되고 이 좁은 나라에서 집앞 편의점 마냥 병원이 있어야 한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많으며 시골에서도 모든 의료서비스가 완벽하게 충족되어야 하고.. 맛집은 몇시간씩 웨이팅 하지만 병원에서는 꼴랑 1시간만 대기해도 엄청난 불만이 폭주하기 때문
또한 단순히 생각해도 이런 의료 다이어트를 해야하는 상황에서 수도권에 대규모 병상 병원 엄청나게 짓고 의사 증원해서 건보료 가속화하는 건 결국 3번으로 가겠단 소리
미국만큼은 아니겠지만 결국 이번 의사 증원 정책으로 인해 우리나라 의료는 점점 미국에 가까워질 듯 물론 국민 대부분은 반대하겠지 근데 이번 증원 정책은 대부분 찬성함
왜? 의사들 그냥 꼴보기 싫은 것만 생각하니까 ㅋㅋㅋ 이러니 국평오란 말을 듣는거임
차라리 난 의료민영화에 가까워지는 거 찬성하더라도 의사들 꿀통(?) 박살내고 싶다는 정의감 가진 사람이면 인정함, 그건 개인의 가치관이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