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관심(無關心)과 방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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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달 반만에 (채원이 생일을 맞아) 다시 오네요. 다들 잘 지내셨는지 모르겠습니다.
지난 5월 20일, 무척이나 목 메어 그리워하는 어떤 사람 때문에 위험한 상황에서 모든 교류를 접고 그렇게 2달이 지났습니다. 그 사이에 6평도, 7모도, 사관시험도 지나가고 어느덧 수능이 또 100일 전후로 남았습니다. 시간이 참.
그 사이에 완전히 사람들 사이에서 잊혀진 존재가 되어버렸고, 저도 딱히 사람들과 섞이고 싶지 않아서 인터넷에 글 쓰는 것도, 소셜 미디어도 모두 끊고 홀로 무관심에서 시간을 보냅니다.
중간에 종종 수학 과외 제의가 들어오기도 했었고, 한동안 손을 놓고 있었음에도 6평에서 시간 재놓고 풀어보니 괜찮은 점수(96)라 할까 고민도 하고, 아래 상황과 더불어 본인 살길도 막막하여 결국 단념하고 조용히 지냅니다.
그렇게 이곳에 글 쓰기 전에 다시 한 번 이 무관심에 대해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무관심은 정말 무서운 것임을... 계기는 제 기준에서 오랜 기간의 해외 여행과 방송 출연이었습니다.
이전에 단 한번도 1주 이상 여행을 다녀온 적이 없었습니다. 돈 문제가 가장 크기도 하지만, 여행을 가봤자 어디 자랑할 곳도, 얻을 것도 없기 때문에 늘 1일 내지는 2일이 대부분이고, 정말 드물게 가족하고 갈 때나 3일 이상이 되는 구조입니다.
그런데 이번에 빡빡한 한국 사회에서 도저히 살기 힘들다는 생각이 문득 들면서 갑자기 한국에서 잠시 떠나고 싶어졌고, 근교의 나라에 (제 기준에서) 장기간 나갔다옵니다. 물론 돈은 허리띠를 졸라맬정도로 아껴쓸 수밖에 없었습니다.
다녀와서 느낀 것은 되려 커져버린 외로움과 지친 마음이었고, 그냥 사람들 사이에서 살기 힘들다는 마음뿐이었습니다. 마음이 붕떠서 여행 이동 거리만 수천km가 되는데도 제 마음을 확 사로잡는 장소는 전혀 없었습니다.
게다가 사람들 사는 곳은 다 보는 시선이 비슷한 것 같습니다. 한국에서 이상한 사람 보는 그 차가운 눈길은 타국이라고 크게 다르지 않은 것 같았습니다. 오히려 외국어가 안 되니까 더 차가웠을지도 모릅니다. 그야말로 씁쓸한 심정이었습니다.
사싷 제가 해외를 나가야 했던 것은 한국을 떠나있고 싶어서... 이기도 하고 그 속에는 한동안 잊고 있었던 방송에 대한 내용이 갑자기 방송된다는 것을 알고나서였습니다. 우리 가족이 이걸 보면 충격받을 것 같다는 생각에 창피해서 도피했습니다.
그리고 지난 주 즈음에 방송이 나갔습니다. (방송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겠습니다. 무슨 계약땜시리...) 솔직히 만약에 이게 잘못되어서 크게 퍼지면 학교 에타 및 온갖 온라인 환경에서 조롱당할 것은 물론, 과거일까지 피곤해질 것을 염려했습니다.
진지하게 방송 나가고 잘못 얽히면 자살할까봐 지금까지 방송에 관련한 어떤 것도 보지 않고 있습니다. 썸네일은 어쩔 수 없이 잠깐 봤는데 농담 안 하고 ㅈㄴ 못생기게 나왔습니다... 카메라빨 안 받는 스타일이고 맨얼굴이긴 하지만 하지만 역시나...
불안한 나머지 혹시 연락이 오면 어떻게 대응하지... 고민하다가 결국 카톡이나 인스타 이름도 숨기고, 스토리도 다 차단하고, 에타에 썼던 글도 몇 개 지우고 흔적을 숨긴 후에야 안심할 수 있었습니다. 문제는 그렇게 뻘짓을 한 결과...
효과가 있었던 것인지는... 모르겠습니다. 오히려 가족(엄마)이 제일 먼저 알아보고 연락을 줬습니다. ...만 그게 끝이었습니다. 처음에는 고소나 협박 당할 걱정은 없어서 다행이라고 생각했습니다. 댓글에는 어떤 혐오스러운 말들이 있을지는 차치하고..
다만 방송이 되고 하루, 이틀, 사흘... 지나도 아무도 연락이 오지 않습니다. 물론 연락 걸 방법이 없다고는 하지만, 연락처 아는 사람들이 분명 몇몇 있을텐데... 그리고 저는 결론을 스스로 내렸습니다. "모든 사람들에게서 잊혀졌구나"
그 생각을 하니까 갑자기 암울해졌습니다. 욕이라도 좋으니 뭔가 아는 사람들에게서 반응이 있었으면 좋았을텐데, 정말 평소와 다를바 없이 지나갔습니다. 솔직히 갑자기 다른 쪽으로 후회가 되었습니다. 방송까지 나간 건 변화를 바랐던 것인데...
어머니도 별로 대수롭지 않게 지나갔고, 저를 상담해주는 사람들, 저랑 아는 사이인 교사들, 친척들을 머리에 그려보면서, 스스로 어차피 시청률도 0%대인 프로그램이고, 또 본 지 오래되어서 못 알아보겠거니 넘겼지만 찝찝함을 지울 수 없었습니다.
방학이어서 더욱 그런 것도 있을 터였습니다. 계절학기도 끝난 마당에 저를 찾는 사람이 있을리가... 혹시 2학기가 시작하먄 어떻게 될 지는 모르겠지만, 지금상황으로 봐서는 방학이랑 큰 차이는 없을 것 같습니다. 아니 차이가 있으면 더 곤란합니다.
그래서 답답한 마음에 어떻게든 이 사실을 알리고 싶어서... (빙송 보면 목적이 약간 그렇거든요.) 고민을 했습니다. 누구한테 연락을 하기도 그렇고, 모 교수님 수업에서 리더를 어쩌다 2번이나 맡아서 전번은 많지만 연락 걸 사람도 없고...
근데 학교 에타나 학교 커뮤에는 도저히 쓰고 싶지 않습니다. 간만에 들어가뵜는데 이게 S대가 맞는지 의심스러울 정도의 저급함 자체였기 때문에 이런 글 써봤자 반응이 뻔할 뻔자입니다. 더군다나 얼굴까지 알려진 마당에 거기 잘못 쓰면 박제당합니다.
안 그래도 어제 글 리젠된 거 돌려본 결과, 여러 커뮤에서 1~2개 정도는 업로드가 되어있고, 에타는 핫게 간 글도 있더군요. 물론 반응이나 댓글은 그쪽 커뮤답게 참 그렇습니다. 진짜 서울대서 그런 사람들은 현실에서 못 봤던 것 같습니다만...ㅠ
그래도 오르비에서는 에타보다는 이상한 소문이 퍼질 가능성도 낮고, 제가 에타에서 오프라인으로 만났던 탕구트같은 돌아이들도 훨씬 적고, 무엇보다 여기가 환경도 상황도 훨씬 깔끔하기 때문에 여기에 조용히 올리고 갑니다. 여기는 글은 안 올라왔네요.
물론 에타에 안 쓴 건 아니고, 남들이 거의 안 보는 게시판에 써놓긴 했습니다. 하지만 '작은 사회'라는 용어가 무서운 것을 알기에, 그쪽 세계에서 소문 퍼지면 몇 년 갈테니, 공개적으로 좀 더 많은 사람들이 볼 수 있는 곳은 여기에 처음 올리게 되네요.
진심으로 올해 수능을 볼까 고민했습니다. 아직도 고민 중이긴 하지만 한다해도 도저히 S대 위로 갈 성적은 힘들 것 같아서 고사중입니다. 어차피 내년에 새로 입학한다고 해도 26살이라서 졸업하면 몇 살이 될 지 감은 안 오고요...
언젠가는 친구도 생기고 하지 않을까라...는 희망고문이지만 아직은 요원합니다. 미래의 제 여친도 다보탑과 함께 가능세계에는 존재하겠죠. 인생의 목적이기도 한. 연희. 물론 그걸 뛰어넘을 장벽은 너무나도 멀고도 깁니다. 20대 때 되려나...
지금은 뭘 할지 잘 모르겠습니다. 방송에서는 이야기하지 않은 대인기피가 가장 큰 문제인데, 이게 해결 안 되면 운동도 취미도 친구도 해결이 아무것도 안 됩니다. 문제는 사이 안 좋은 담당 의사가 파업(...) 중이라 진료는 기약이 없기도 하고...
결론적으로, 무관심은 정말 무서운 것 같습니다. 사람들이 괜히 고독사 이야기가 나오는 게 아닌가봐요. 명색이 서울대지만 학력 빼고는 빈곤한 처지라... 대학이든 다른 곳이든 관계는 정말 중요합니다. 무관심 속에 잊혀지지 마려고 노력해 보세요.
(참고로 혹시라도 방송분이 궁금하신 분들을 위해 요약하자면, 제 증상은 현실의 어느 시공간[과거, 현재, 미래]에서도 희망을 찾을 수 없을 때 나타나는 현상입니다. 공상은 누군가에게는 상상의 나래일수도, 현실의 도피처일수도 있습니다.)
혹시 궁금한 점이 있으신 분들은 댓 말고 쪽지로 남겨주세요. 앞으로 어떻게 살아야 할 지 갑갑하네요. 수능은 답이라도 있지 이건 난제를 넘어선 불가사의 같이 느껴지는 8월입니다.
후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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