혜설 [1197495] · MS 2022 · 쪽지

2024-08-24 01:24: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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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태 쓴 자작시중 가장 긴 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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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골집 마루 천장엔

으레 낡은 전등 하나가


작은 바람에도 날려갈 듯

허공을 휘적이며 매달려 있습니다


빈방들에 숨 하나 흘려보낸 후

애써 등지고 앉자 고갤 들면


동녘이 옅은 안개를 깨우듯,

주변 공기를 살살 붙잡고 

서서히 켜지는 저 전등


한 손으로 닭을 꼭 쥔 환한 아버지의 얼굴이요

문턱 너머 가마솥 앞 분주한 어머니의 등이요

맞은편서 사괄 깎아 건네는 누님의 하얀 손길입니다


허나 다시 어두워지는 전등은

나를 숨죽이게 하고, 


내가 볼 것은 오래된 이슬 먹은 잡초들이요

절대 같이 서지 않은 저 별들이요

사방이 잠긴 짙은 어둠뿐임을 알려줍니다


그렇게 어느덧 나도 잠겨 갈 무렵

잊지 말라는 듯 켜지는 저 전등은,


나를 놀리려는 건가요

나를 위하려는 건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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