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루자 [1335212] · MS 2024 (수정됨) · 쪽지

2024-09-15 17:26:44
조회수 774

올해 29세, 약대 편입 vs 수능 고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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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 요약]


수능 : 이번 9월 모의고사 집풀이 100(화작) / 92(미적) / 97(1등급) (플루크인 것 같음), 기타 2022~2024 수능 및 평가원 모의고사 시간 재고 풀어봤을 때 국어 및 수학 1등급 컷 근처


편입 : 서울대학교 학부 GPA 4.03/4.3 (97.3점), SCI 1저자 논문 3개, 토익 980+ 가능할 것 같음, 생물 노베 / 화학 까먹음


내신은 1.8정도라 수시는 어려울 것 같아 생각하지 않고 있음


2026 수능을 준비하는 것과 약대 편입을 준비하는 것, 어떤 것이 더 가능성이 높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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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14학번으로 서울대에 입학한 것이 엊그제같은데, 벌써 10년이 넘는 시간이 흘러버렸네요.


학부 및 석사 졸업 후 2년째 연구직으로 직장에 다니고 있는데 여러 사정이라 할까요. 약사 면허를 따고싶다는 마음이 들어 최근 다시 입시판을 기웃거리고 있습니다.




우선 당연히 정시를 처음으로 생각했습니다. 현역 당시 수능은 조금(많이) 망쳤지만 그래도 모의고사 성적은 괜찮게 나왔던지라 수능을 고민해봤는데, 10년간 수능판에 전혀 관심을 가지지 않았더니 그간 출제 경향도 난이도도 많이 변해있더군요.


그래서 우선 지금 현 수준을 알아보고자 주말에 무작정 9월 모의고사를 시간 재며 풀어보았습니다. 



국어의 경우 이번 모의고사가 워낙 쉽다고도 들었고, 어쨌든 한국어는 계속 사용해왔으니만큼 큰 문제는 없었는데, 

수학이 조금 문제였습니다. 대학교 1학년 교양수학 이후 사실상 9년만에 처음으로 미적분이나 삼각함수 등 문제들을 풀고 있으니 공식이나 개념도 가물가물한 것들이 많고, 문제 접근방식은 잘 떠오르지도 않고, 계산실수는 진짜 끝없이 나오고... 차근차근 풀어봤는데 20번 및 미적 30번 2문제를 틀렸습니다. 

영어는 대학원에서 논문 읽거나 논문 작성 등을 하다 보니 괜찮더군요. 

과탐은 대충 봤는데 최근들어 너무 복잡해진 것 같아서 나중에 공부해야지 하고 손도 안대봤습니다.



약간 자신감을 얻어서 비교적 최근 국어랑 수학 기출들을 한번씩 쭉 풀어봤는데 무지 어렵더라구요. 가끔 잘 나오는 것들도 있었지만 대부분 1등급 커트라인 근처에서 ±1문제정도 성적이 나왔습니다. 


국어는 전반적으로 난이도가 많이 올라가서 계속 훈련해야 할 것 같았습니다. 

수학은 개념에 뚫린 구멍이 많아서 개념부터 다잡아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일단 아예 시험시간 중 접근 방향 자체도 안보이는 문제들도 매 모의고사마다 1-2개씩은 나왔고, 시간은 또 엄청나게 모자라고. 수학은 진짜 벽이 느껴지더군요. 시험 자체가 예전보다 많이 어려워진 영향도 있겠지요. 제 기량도 크게 떨어졌을테고요. 과탐은 현역때는 물1화2였는데, 요즘 화학이 지옥이 됐다는 말이 많아 물리1 + 지구과학1을 할 것 같습니다. 과탐은 사실상 바닥부터 쌓아간다 생각해야겠네요.


약대 입결이 대부분 누백으로 나와서 감이 잘 오진 않지만 그래도 지금부터 1년 2개월 잘 준비하면 지방약대 수준까지 끌어올릴 수 있지 않을까, 싶은 생각이 들다가도 집모의고사랑 현장이랑 차이도 매우 클 것이고, 실력이 앞으로 늘어날지에 대한 확신도 없어 수능이 쉬운 길은 아니니 편입쪽도 살짝 알아보았습니다.




편입쪽은 약대가 정시 선발을 하며 편입 모집 인원이 최근 살짝 늘어났더군요. 스펙은 GPA 97.3점으로 아슬아슬하게 1차 합격권 턱걸이 근처, 토익은 980이나 990 맞는다고 생각하면 정량대 1차는 합격 가능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정성대쪽은 원 전공도 관련이 없고, 나이도 있는데다 작성한 논문들은 공학 분야인 등 다른 스펙들이 없어 조금 어렵지 않을까 생각도 들었고요.


토익은 카투사 지원하려고 한번 가서 쳐봤을 때 935점이 나왔었는데, 일단 토익은 공부하면 어찌 980이나 990은 맞출 수 있다 치더라도 화학 및 생물 필기고사가 문제입니다. 생물은 정말 완벽한 노베이스고, 화학도 대부분 까먹어 노베나 다름이 없어 만약 편입을 고려한다면 이 부분이 큰 문제가 될 것 같습니다.



우선은 방향성은 수능으로 생각하고는 있는데, 내년 수능까지 과연 약대 가능한 점수가 나올지가 고민입니다. 수능 대비 공부 방법도 조금은 변한 것 같아 고민이고요. 편입쪽도 메리트가 있어 보이고, 수능 공부할 시간에 일반화학 / 일반생물을 공부하면 될수도 있지 않을까 생각이 들지만 편입판이 워낙 불확실한게 걱정이라 일장일단이 있어보입니다. 여러분들이라면 어떤 선택을 내리실 것 같은가요?


다음은 추억팔이 및 사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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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년도 더 된 입시가 새록새록 생각나네요. 당시 A/B형으로 바뀐 첫 세대였는데, 솔직히 국어/수학/영어는 별 문제는 없었지만 과탐이 문제였습니다. 과학 내용이 싸그리 바뀐지라 기출도 거의 없고, 시중에 문제집도 거의 없고, 공부할 수 있는 내용이 거의 없다시피 했습니다. 특히 물1, 화2 중 물리 1이 엄청 심했던 것 같습니다. 그래도 지금이랑 비교하면 거의 개념 수준으로 묻는 문제가 많아서 크게 어렵지는 않았던 것 같아요.


저는 학원을 갈 형편이 되지 않아 고등학교 2학년까지 따로 선행은 하지 않았습니다. 고등학교 2학년 때 학교 수학선생님이 제가 선행을 전혀 하지 않았다 하니 당황하셨던 기억이 나네요. 학교가 당시에도 SKY 180+명을 보내던 학교라 덕분에 1학년 내신은 처참했습니다. 이것 때문에 사실상 지금 수시가 봉인되어있기도 하구요. 또 인강은 당시에 수학은 신승범T랑 한석원T정도가 유명하셨던 것 같은데, 전반적으로 인강 보고 공부하는 분위기는 아니었던 것 같습니다. 제 주변만 그랬을진 모르겠는데, 일단 저는 인강은 따로 챙겨보진 않았어요.


그래도 고2때부터 동네 학원이라도 다니면서 열심히 공부하니 내신도 좀 오르고 고3때 모의고사 성적도 굉장히 잘 나오는 편이었습니다. 제 기억이 맞다면, 국수영탐 400점 만점 중 3월 398(영어-2), 4월 398(영어...국어...? -2), 6월 396(수학-4), 7월 400, 9월 397(화2 -3), 10월 398(이것도 영언지 국언지 기억은 잘 안나네요). 어차피 1,2학년 내신이 낮아 수시는 납치당하지 않도록 서울대 1장만 쓰고, 정시로 대학 갈 생각이었습니다.



수능날, 저는 아마 평소처럼 본다면 전체 하나쯤 틀리거나 혹 운이 좋아서 다 맞는다면 만점자 인터뷰 하는 것 아닌지 싱글벙글 망상을 하며 시험장에 들어갔습니다. 



(1교시) 긴장은 좀 되기는 했습니다만, 국어는 무난하게 봤습니다(국어A 1컷 96). 3점짜리 한 문제가 둘 중 하나로 좀 헷갈려서 찝찝하긴 했는데, 한문제 정도야 하며 넘어갔었죠.


(2교시) 수학은 정사영+벡터 문제랑 30번이 좀 걸렸었습니다. 30번은 요리조리 시도해보다가 먼저 풀었고, 29번은한참 풀다가 종료 좀 전에 풀어서 마킹했는데 딱 OMR 제출하자마자 심장이 덜컥 하더군요. 마지막 한줄 잘못풀었구나. 이 때 멘탈이 많이 갈렸습니다. 차라리 시험 끝나고 알았으면 괜찮았을텐데. 덕분에 점심시간에 밥도 거의 못넘기고 멘탈 추스르고 있었습니다.


(3교시) 영어 시작할 땐 그래도 많이 회복된 상태였습니다. 빈칸 말고는 무난하게 풀었는데, 하필 이때 영어 난이도가 무지 어려웠던지라 빈칸 풀면서 멘탈이 완전히 나갔습니다. 글이 눈에 안들어오길래 나가서 세수도 하고 들어왔는데, 그래도 어렵더군요. 3점짜리 3문제 선택지 2개 중 헷갈리다 찍었고, 정신 나간 채로 과탐 시간을 맞이했습니다. 절대적인 난이도는 오히려 최근 영어랑 비슷하거나 더 쉬웠을지도 모르겠는데, 지금 생각해보면 영어 상대평가 시험이라 조금 더 정신적으로 힘들었던 것 같네요.


(4교시) 멘탈 터진채로 과탐 들어오니 잘 될리가 있나요. 그래도 우선 최대한 풀었습니다. 물리1은 지금까지 한번도 헷갈리는 문제도 없었는데 이젠 물리1에서도 한 문제가 좀 어렵더군요. 화학2는 아예 가관이라 한 페이지에 하나씩 모르겠더라구요. ㄱㄴㄷ 중 하나씩 헷갈리는거 4문제, 50% 확률이니 기댓값 44점이다 하면서 찍었습니다. 지금 나무위키 찾아보니 당시 화학2가 헬이었다고는 하네요.


결과적으로 국어, 수학은 한문제씩 나갔고 영어는 2문제 나갔습니다. 50%로 찍은 3개 중 1개는 맞은거죠. 화학2는 50% 확률로 찍은 4문제 전부 틀렸습니다. 제가 고른 거 말고 나머지가 다 답이더라구요. 화학2 채점하면서는 진짜 이건 100% 재수다... 하고 있었는데, 이후 제 표준점수 및 배치표 보니 그래도 서울대는 합격권이라 정시원서 서울대 쓰고 아슬아슬하게 합격했습니다. 당시 고등학교 친구들 중 저랑 같은 점수 받은 애는 단치, 저보다 좀 못본 애들이 경희한이나 서남의 붙었던거 보면 아마 저도 국수영 비율 높은데로 썼으면 붙었을수도 있겠다 싶기는 한데, 어차피 서울대만 갈 생각이어서 따로 재수나 반수는 하지 않았습니다.



그 이후로 수능판은 아예 쳐다도 보지 않아서 이번에 슬쩍 찍먹해보니까 정말 많이 변했더군요. 수학은 준킬러를 늘려서 전반적으로 좀 시간을 촉박하게 하는 느낌, 국어는 등급컷만 봐도 전반적인 난이도 자체가 매우 오른 것 같고 과학은 아예 상전벽해 수준으로요. 요즘 학생분들 정말 공부하는데 고생이 많으신 것 같아요. 저도 수능이든 편입이든 (아마 높은 확률로 수능이지 않을까요?) 공부를 할텐데, 함께 최선을 다해서 좋은 결과가 있었으면 좋겠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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