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능 해킹: 사교육의 기술자들" 읽어본 후기
게시글 주소: https://i.orbi.kr/00069555679
전반적으로 현 대학 입시 체제가 얼마나 망가졌는지, 특히 수학, 과학/사회탐구가 얼마나 괴랄해졌는지를 정확하게 분석한 책이라고 생각합니다.
수시와 입학사정관제, 사교육을 조장하는 현재의 체제를 분석하는 것은 다른 책에서도 충분히 했던 거지만,
이 책은 조금 특이한 점이 있습니다. 현 시대의 수능이 얼마나 기괴해졌는지를 정말 정확하게 짚어냈습니다.
단순히 교수 몇명 데려와서 수학문제 풀리고 "수능 좀 이상한거 아닌가요?" 같은 소리를 내보내거나,
외국인 몇명 데려와서 "오 문체카 안 풀려요. 수능 말이 안 돼효우." 따위를 앵무새처럼 반복하던
기존 언론의 패러다임에서 완전 벗어나있습니다.
수능 출제유형의 고착화, 범위 축소로 인한 "실전 개념" 의 등장,
인강의 등장으로 사라진 지방의 학원가와 입시 커뮤니티, 이로 인해 생기는 또다른 지역간 격차,
2010년대 이후 열린 대 사설실모 시대의 확대,
시대인재와 현우진 선생님을 필두로 한 모의고사/N제 전성시대의 역사,
그를 뒷받침했던 커뮤니티 중심의 수능 문화,
잘 알려지지 않은 사설모의 업계의 어두운 뒷면 이야기까지 다룬 것이 되게 인상적이었습니다.
(여기서 말하는 어두운 뒷면이라는건 소위 "사교육 카르텔" 따위의 불법적인 냄새가 나는 그런게 아닙니다. 오히려 학생들이 잘 모를만한 이야기들, 예컨대 열악한 근무 환경이나 불안정한 직업 안정성, 박봉으로 구르다가 창의력이 떨어지면 매정하게 버려지는 출제자들의 뒷이야기 등을 말합니다.)
그렇다고 해서 단순히 "수능 폐지하고 수시로만 뽑자!" 따위도 아닙니다. 당장 저자 역시 책에서 "수능을 무작정 폐지하자는 건 쓰레기가 가득한 방을 청소하지 않고 문을 잠근 채 계속 방치하는 것과 다르지 않다." 며 매우 비판적으로 말합니다. 저자가 말하고 싶은 건, 이러한 현실을 모른 채 탁상공론으로 이뤄지는 제도의 수립, 아무것도 모르고 맹목적으로 기사를 나르는 언론과 대중의 문제이지 수시가 좋네 정시가 좋네 따위의 일차원적인 내용이 아니었습니다.
이런 점에서 이 책은 현 시대 대입의 어두운 일면을 나름대로 잘 조명한 책이라고 생각합니다.
물론 단점도 없진 않습니다. 특히 국어 과목에서 '스킬' 로 초고난도 킬러 문항을 해결한다는 대목은
솔직히 음...? 싶었습니다. 당장에 사교육의 효과가 가장 적은 과목 중 하나가 국어인데 말이죠.
그 스킬이랍시고 가져온다는게 다른 것도 아니고 치환 스킬, 소위 눈알 굴리기나 다름없는 건데
이렇게 수능을 푸는 친구들은 잘해봐야 3등급인 건 당연할 겁니다. 그건 스킬이 아니라 무식한 행동이죠.
또한, 이러한 스킬을 언급하면서 이런 걸 가르치는 '사파' 강사들로 "이러한 강사들 중에서는 LEET나 PSAT를 가르치다 온 강사들이 많다."
는, 누가봐도 이원준T를 암시할 만한 멘트를 넣었는데, 이 부분도 상당히 의문스러웠습니다.
오히려 제가 아는 이원준쌤은 누구보다 지문 이해와 논리적 코드를 중시했으면 중시했지,
소위 행동 강령이나 실전 스킬을 가장 싫어하시는 분이거든요.
제 생각에, 이 부분은 저자분이 수능의 기조가 급변한 17학년도 이후의 입시를 경험하지 않으셔서 생기는 일 같습니다.
그 전의 수능은 저자분이 이야기하시는 눈알 굴리기 신공이 나름 먹혀들어갔던 시대니까요.
그래도 이 부분을 제외하면, 나머지는 상당히 정확하게 문제를 잘 지적했습니다.
지문 길이나 킬러문제 따위로 난이도를 논하는 언론들의 일차원적인 태도와는 결이 다릅니다.
개인적으로 수능 끝나고 시간이 남으시면 한번 읽어보실만 합니다.
읽어보시면서 이름은 가려졌지만 누군지 다 알고 있을만한 강사분들의 이야기도 있기에
누군지 맞춰보는 나름의 재미(?)도 있을 겁니다.
0 XDK (+0)
유익한 글을 읽었다면 작성자에게 XDK를 선물하세요.
-
국어 깨달았는데 6
인강 굳이 들어야 할까 혼자 자습하다가 대인라 뜨면 듣는 게 차라리 낫지
-
과고 가면 안되는 이유 21
보닌은 지방과고 꼴지이자 예비 고3.. 1. 입시판에서 혼자 개찐따됨. 워낙 소수고...
-
결국은 그 당시 정답률과 실제 현장 응시자들의 평가가 대변해주는 거고 기출로 만나면...
-
전 잠깐 다녔지만 운이 좋게도 좋은 사람들을 많이 만났음.. 덕분에 아직 껍데기나마...
-
정보를 생각보다 많이털렸어 치킨은 어떻게주지 내년에 재가입해야되나
-
6월쯤 되면 반수 생각 날 것 같음 높은 의대도 아니어서 개불안함 그냥
-
이거 문제 좋은데 나도 수능 전전주에 첫풀이함 ㅋㅋ
-
사설에서 이정도 퀄리티인 문제 한개도못봄
-
내일 과외 첫수업임 22
두근…… 저잘할수잇겠죠
-
현시점 작수면 3
24수능임 25수능임? 헷갈려요
-
어려운 느낌인데 24는 그래도 이제는 무슨 맥락인지는 다 아는데 23은 (가)...
-
다시봐도명작이군
-
ㅈㄱㄴ, 핑프ㅈㅅ
-
이정도면 인생에 큰 손해인거같은데
-
미적 28에서 이미 한 번 털리고 돌아온거라 현장에서 하나하나 대입하며 귀납 추론할...
-
현역인데 지금 인강 듣는게 너무 많아서 그런데 굳이 문학도 인강 들어야함? 존나...
-
공통은 노베 유베 차이 좀 있는 거 알겠는데 확통은 안 해봐서 그런지 잘...
-
너무 잘잤다 6
개운해
-
만약에 자기가 쓴 글이나 댓글 삭제하는 코드 짜면 쓸거임? 5
뭐 뻘글 정리용도라던가...... 아님 제목만 선택해서 삭제한다는가
-
걍 하나 글 타고 들어가서 쭉 보면됨 은근 옛날 느낌 남
-
241122<<이거 왜이렇게 고평가되는거임? 이거 난 현역때 걍 삼차함수 몇개...
-
미적 백분위기준 94 98 96인데 여태 n제 실모 양치기만 했는데 원래하던대로...
-
얼버기 6
망했다
-
작년기준 조건이 어떻게 되나요?
-
계속 새로고침하고 보자마자 클릭하는데 잡을 수가 없어 3일차인데 질문 3개 잡음.. 2100원 ㅋ
-
국어 9등급 하방 무조건 보장됨 ㄷㄷㄷㄷ
-
그냥 진급시키기로 결정했대요
-
생1 인강 ㅊㅊ 1
생1 내신땜에 기출 1회독은 함 근데 인강은 들어본적× 누구 들어야함? 생1 1타는 누구임? ㅊㅊ좀
-
https://xurl.es/4stnb
-
백분위 99 뜨고나서 왜 국어 조교 지원할 생각을 못했지
-
그러면 그 애는 최소 ㅅㅌㅊ 외모가 보장된 상태임 백인 혼혈들 다 연예인급이던뎅
-
민주당 회생방안 4
이재명 버리고 내란선동죄 고발하겠다는 전용기부터해서 전부 제명,자진탈당 비례면...
-
20년에 중학생..?
-
이친구는 통통이였는데 가채를 개같이해서 실채날에 수학백분위가 9오름
-
ㅁㅌㅊ?
-
일하고와서그런지 10
피곤하네요
-
조교알바 잡는법 1
조교하고 싶은데 정신차려보니 강사분들 현장조교는 다 마감임 무슨 알바 어떻게 잡으셨나요
-
국어 과외 상담지 10
한번 만들어봣어요 비판/개선점 지적 환영
-
중2 12월 25일에 친구들이랑 겨왕 2 보고 놀고 그랬는데 그러고 곧바로...
-
맞팔해주실분 4
은테가 얼마 안남았습니다 여러분들의 힘이 필요합니다! !
-
머리아프다 2
ㅠㅠ
-
나다. 영어가 제일 어렵다ㅅㅂ 듣기 다맞고 18번, 19번, 25~28번 빼곤 다...
-
25학번의대생 4
올해도 휴학인가요 기숙사 이런거는 어케하나요?
-
장원영 설윤 하니 민지 그 외에도 1군 아이돌 다수
-
여기서짧은 시간내에 유의미한 댓글을 작성한 것에 해당 될 수도 있음그렇지만 타인의...
-
4년에 한번씩 생일이 오니까 만나이는 4년에 한번씩 먹을까
-
모르겠넹
-
ㄹㅇ개틀딱이엇음….이때 내가 중2었는데
-
아니 교재배송 3
진짜 개빡치네;; 너므 심하게 구겨져서 넘길때마다 찢어짐..하
-
5월까지 끝내려고하는데 너무 늦거나 양이 많나요?? 정시로 튼지 얼마안돼서 감이...
과탐은 다른 나라의 입시와 비교하면 확실히 괴랄하죠. 수학은 뭐 옆동네도 괴랄하기로 유명하니까 넘어간다 쳐도. 한국 입시제도 깔 때 십중팔구 IB나 AP 들고 오는데 확실히 한국은 내용 면에서 약간 빈약한 감이 있음
근데 영어는 깔 게 크게 있나? 지문을 가지고 뭐라 할 게 아니라 오히려 듣기를 수정해야 될 거 같은데... "특히 수학, 과학/사회탐구가 얼마나 괴랄해졌는지" 하신 거 보면 영어 얘기는 별로 없을 거 같긴 하네요
영어는 별다른 이야기가 없었어요. 국어는 상술한 것처럼 허수아비 때리기였고
수학 과학은 정말 정확하게 짚어냈어요.
ㅂㄱㅇ?
과탐 괴랄함 짚어낸것만으로도 결이 다르군요
맞아요... 정말 읽으면서 속이 다 시원했습니다
'범위 축소로 인해 문제가 괴랄해짐' 딱 잘 짚었네요
수능이 문제다 ㅡ x
ㅂㅅ같은 교육과정이 문제다 ㅡ o
이 책에서는 시대착오적인 교육과정과 유형의 고착화가 수능을 망친다고 하고 있으니 잘 짚은 셈이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