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십덕 칼럼] 걸밴드 애니 #1 - 케이온!
게시글 주소: https://i.orbi.kr/00070026667
영화나 애니 보고 평론 쓰는게 취미라 예전에 써놓은 글이에오...
수능 끝나면 그래도 볼 사람이 있지 않을까 싶어서 올려봐요
‘걸’밴드 애니메이션 <케이온!>은 건반이다. 친근한 이미지인 점, 누구나 편하게 감상할 수 있다는 점, 다양한 스펙트럼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는 점, 이후에 등장한 모든 파생 작품들의 기반이 되는 작품이라는 점이 그렇다.
잠시 우리의 학창시절을 떠올려보자. 친구들과 함께했던 가장 즐거웠던 추억을 돌이켜보자.
사진처럼 남아있는 몇몇 장면들이 있을 것이다. 그런데 그 기억들, 대단히 특별한 것인가? 그래봤자 점심시간 교실에서 떠들던 것, 노래방에서 목이 쉬어라 노래한 것, 친구들과 번화가 놀러간 것, 친구 집들이한 것 정도 아닌가?
가장 스펙터클한 기억이라고 해봤자 다함께 간 수학여행, 몇몇 사람들에게는 학교 무대에서의 장기자랑 정도일 것이다. 평범한 학생들의 추억이란 다 거기서 거기다.
일상물을 잘 만드는 것이 어려운 이유가 여기서 발생한다. 모두가 공감할만한 평범한 이야기이지만, 지루하진 않아야 한다. 마음 편히 볼 수 있지만, 흥미를 잃게 되진 않아야 한다. 또 현실적이기만 해서도 안된다. 일상물을 시청하는 데에는 잠시나마 각박한 현실을 잊고 만화속의 즐거운 삶을 지켜보며 대리만족하려는 심리가 있기 때문이다.
이 ‘힐링'을 위해서는 너무 현실과 동떨어져서도 안되지만, 지나치게 현실적이어서도 안된다. 세상을 살아갈수록 ‘평화로운 일상'은 판타지가 되어간다. 일상물은 적절한 선을 지키며 그 판타지를 충족시켜야 한다. 이렇듯 일상물을 만든다는 건 단순히 예쁜 그림체로 귀여운 여자애들 하하호호 하는 것만 그린다고 해결되는 문제가 아니다.
그런 의미에서 <케이온>은 일상물의 교과서와도 같다. 물론 만화적 과장은 있지만, 캐릭터들이 맞닥뜨리는 상황과 그에 따른 반응의 밑바탕이 되는 심리는 모두 공감할 수 있다. 돌이켜보면 그리 웃기지도 않은 실없는 농담이 왜 그렇게 웃겼는지, 왜 매번 모인 목적을 잃고 의식의 흐름대로 대화를 이어나갔는지.
또한 여성 스태프가 다수 참여한 작품답게 이 작품의 여고생들은 친근하고 입체적인 캐릭터성을 가지고 있으며, 시간을 보내는 모습도 지극히 현실적이다. 성적 뉘앙스 없이 섬세하게 묘사된 캐릭터들은, 오타쿠를 위한 ‘상품’이 아니라 생동감 넘치고 개성있는 ‘인물'로 느껴진다. 캐릭터들의 사소한 말버릇과 행동까지 신경쓴 디테일이 이 작품의 진가를 드러낸다.
한편 이렇다할 갈등도 없고, 어쩌다가 오해가 생겨도 결국에는 매번 훈훈하게 끝나는 이야기들은 일상물의 비현실적 요소에 대한 니즈를 충족시킨다. 시청자들은 작품을 보며 감정노동 머리노동을 할 필요가 전혀 없고, 만화 속 꿈같은 세계에 잠깐 들어갔다 나오면 그만이다. 캐릭터들이 걱정없이 놀며 순수하게 미소짓는 모습을 흐뭇하게 지켜보는 20분동안은 현실의 고단함에서 벗어날 수 있는 것이다.
작은 행복의 소중함을 일깨워주는 에피소드들은 뭉클한 감동까지 있다.
혹자는 ‘미소녀 동물원'이라는 표현을 쓰며 별 내용도 없는 일상물을 왜 보냐고 비판하기도 한다. 나 또한 그렇게 생각했다. 그러나 나는 <케이온>을 보며 다시 학창시절로 돌아가 작품 속 캐릭터들과 함께 시간을 보내는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마지막화에 가까워져갈 때는 왠지 모를 아쉬움이 남기도 했다.
과몰입이라고 욕하려면 욕할 수도 있지만, 학창시절에만 느낄 수 있는 감정을 아주 희미하게나마 다시 기억하게 해준 것만으로도 일상물, 그 중에서도 학원물이라는 장르의 가치는 충분하다고 본다. 특히나 갈수록 경쟁이 치열해져가는 현대사회에서, 어쩌면 꼭 필요한 장르일 수도 있겠다.
무엇보다, 그 자체만으로 너무나 아름다운 학창시절의 모습에 굳이 거창한 이야기가 필요할까 싶다.
favorite character: 히라사와 유이
누군가가 모에의 정의를 묻거든 눈을 들어 유이를 보게 하라. 주인공답게 대부분의 개그와 귀여움을 담당하고 있다. 유이의 경우 다른 캐릭터들에 비해서도 성격과 행동이 일관적인 편인데, 그럼에도 처음부터 끝까지 사랑스러운 매력을 잃지 않는다는 사실은 이 캐릭터가 얼마나 잘 만든 캐릭터인지 알 수 있는 부분이다. 어쩌면 그 ‘한결같음’이 이 캐릭터를 애정하게 되는 이유일 수도 있겠다.
favorite scene: 수학여행 밤
정말 별 거 없는 장면인데 왜 이렇게 기억에 남는지 모르겠다. 소등 이후 잠에 들기 위해 누웠지만 적막 속에서 누군가가 던진 아무 의미 없는 말에 누구 한명이 웃음이 터지고, 웃음을 참으려니 더 웃음이 난다. 웃음은 전염되어 친구들 모두 숨죽여 폭소한다. 그렇게 한참을 잠에 들지 못한다. 그리고 다음날이 되어서야 뒤늦게 터지는 친구 한 명까지, 공감하지 않을 수 없는 에피소드다.
favorite track: 푹신푹신 타임
<케이온>의 에피소드 수는 2기와 번외편까지 포함하면 약 40편 정도로 적지 않은 분량인데, 삽입곡은 매우 적은 편이다. 이는 음악보다 일상에 초점을 맞춘 작품의 방향성 때문이기도 하지만, 한층 현실감을 높여주는 요소이기도 하다.
음악이라는 걸 이제 막 시작한 주제에 메이저 퀄리티의 앨범을 뚝딱 만들어내는 여고생 밴드보다는, 쉬엄쉬엄 연습하다가 괜찮은 곡 한두개 만들어놓고 축제 때마다 우려먹는 밴드가 평범한 학교 밴드부의 가장 현실적인 이상향일지도 모른다.
이 노래는 특유의 ‘아마추어’ 감성을 살리면서도 대중적인 히트곡의 자질을 갖춘 곡이다. 가사는 오글거리고 세션과 보컬은 어딘가 서투른 듯하지만, 중독성 있는 멜로디와 학창시절을 떠올리게 하는 아련함이 이 곡을 찾게 만든다. 누가 뭐래도 방과후 티타임의 대표곡이자 <케이온>을 상징하는 곡이다.
0 XDK (+0)
유익한 글을 읽었다면 작성자에게 XDK를 선물하세요.
-
엄마도 여자다! 6
여자는 어떤 생물일까...
-
언매 원점수 79 등급 3 표준점수 119 백분위 80 기하 원점수 52 등급 5...
-
수열의 극한 성질 식에서 bn≠0이라는 조건이 왜 붙어있는지 모르겠습니다. 극한값만...
-
D-360이구나 6
공부는 D-300부터 할게...
-
근데 왜 대학엔 많은거냐.... 재종반이나 수능시험장에선 진짜 거의 못봤는데 ㅋㅋㅋ
-
근데 생윤 18번이 정답률 제일 낮을거라곤 생각못했는데 11
(차등의 원칙에 근거한) 법은 시민불복종의 대상이 될 수 있다 는 너무 맞아보여서...
-
얼마나 보심? 구석기 신석기 청동기 철기만 아는 찐노베
-
지들은 성별인증 안하면 가입도 안되는 개씹음지 여시같은거 함
-
24, 25 수능을 치른 재수생입니다... 24수능에 비해 국,영,탐구 평균...
-
설의제외 의대입시에 뭐가 더 유리한가요
-
2025년 11월 13일에 봐요.
-
미적 사탐이긴한데.. 국어를 제일 적게봐서요 가산점 고려하면 자연계쪽 추합권으로 가능할까요??
-
요즘 댓글보는맛으로 인생사는데 Qwer 영상에 유독 욕 존나많음 거기에 답글도 존나많고
-
과탐 선택 고민 0
물1 + 지1 / 생1 + 지1 중 하나로 하려고 함 학교가 전국단위자사고라...
-
2는뜨나요?
-
1월에 시작하려 하는데 안늦음?
-
인강 책 학원 추천좀여
-
경희대나 시립대 안될까요 ㅠㅠ?
-
어떤게 있는지 알 수 있을까용 ㅜㅜㅜㅜㅜㅜㅜ…?
-
ebsi만 가지고서 세계사 공부 했는데 좀 후회합니다 3
세계사 16번 관련해서 ebsi강좌 수능개념에서는 동인도회사 관련 말 한 마디도 안...
-
내년 수능 준비 어떻게 할까요? 조언을 듣고 싶습니다. 0
나이는 20대 초중반 올해 수능을 치게 됐습니다.학창 시절 지식 + 3개월 국어...
-
이데아에 있는 신이 귀찮아서 진성난수 발생기만 만들고 그 발생기로부터 세상이 만들어지도록 방치함
-
뭐 불이익같은게 있나요? 저 정법 50이라 갑자기 불안해짐
-
사실 1단원 끝도 아님 1강 남아있음 아직도 90강 가량이 남아있다는 게 말이 안 됨
-
의대 밸런스 게임임뇨 11
어떰뇨
-
뭐가 더 어려움
-
지금 화학 공부하고 있는데 이번 1컷 50점 나온거 보니까 다른 과목으로 돌려야되나...
-
근본 애니 플리 3
크으으... ..
-
대성 19패스 6
대성 19패스 오늘까지라는데 이래놓고 또 프로모션 올라오나요? 작년에 구매하신분...
-
언매 2컷 2
매체1틀 84 2컷 안되려나요… 메가가 85잡길래…
-
미적 과탐 현역 24수능 22233 반수 25수능 13111 이번에 수학을 너무...
-
하 서성한 젤낮과라도 매일 절하고 다닐 자신 있는데 의대 반수생 낙수효과로 가능성 있을까요 제발
-
유빈방에 떴노 ㅋㅋㅋㅋ
-
이거 몸살임? 2
토할거 같고 배아프고 몸에 힘 안들어가고 머리 아프고 으슬으슬 추움
-
목표인데 물1 지2 중 선택과목 뭘 고르는게 좋을까요. 경상대 2 가산점 있습니다....
-
EBSi는 22만 정도로 잡히는데 메가는 이것보다도 많이 높은 편인가요? 기타...
-
수학은 1등급 나오기전까진 문제 5분정도만 고민하는고 답보는게 맞나요?
-
미적 2틀 77 1
2안되나진짜로..? 27 28 틀렸는데..
-
기하러들 꿀빠네 11
기하 카르텔 ㄷㄷ
-
현직 알파메일)수능끝난이시점 여친사귀는법알려주겟음뇨 9
친구를 사귀고 암컷으로 만들면 됨뇨
-
어디까지 가능할까요 대학 붙는대로 다니다가 1학기 종강하자마자 시작할거고 수학은 그...
-
1년동안 수능판떴어서 트렌드가 바뀌지 않았을까 싶어서요 ㅎㅎ
-
예전 의대생들 상주하면서 정보나누고 친목질하던 시절이 그립고만. 의대생들 다...
-
동덕여대 약대 주면 가냐?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
뭔가 9평 96점보다 더 많아 보임
-
체감 어떠셨나요?
-
기출을 풀면서 문제 풀이의 단계가 있잖아요? 근데 제가 문제를 풀면서 어? 이...
-
국어 메가컷 표점이 제 표점보다 1점 높은데 이거 가능성잇나요 하ㅠㅠ
진심이네
글쓰는게 취미라서요...ㅎㅎ
방과후티타임!!!!!!!!! 아즈냥 제 여자친구
울애기 건들지 마요
입시관점에서 유이가 개사기캐임
바보인척연기하면서 입학때부터 성실하게 산 금수저까지 갖춘 무기랑 같은 학교감
튜닝할줄모르는데 어라라. ..? 난 절대음감이라 좀 튕겨보면 안다구!!
걸밴크도 기대합니다
이미 써놔서 와다다 올릴 예정이니 좀만 기다려용
오오
리빙포인트)케이온 애니를 만든 감독은
듣고싶은 소녀랑 듣고싶지않은 소년의 이야기를 다룬 목소리의 형태 감독이다
2024년에 너의색이란 작품을 만들었다
오오 목소리의 형태도 인상깊게 봤는데 같은 감독이었군요!!
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