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외국어/한문 영역 가이드] 0. 노베이스로 한문 50점 받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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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어그로에 대한 답부터 원하시는 분들을 위해: 한문 베이스는 정말로 거의 필요가 없습니다. 단, 한자 베이스는 일정 수준으로는 있어야 해요. 또한 그 '일정 수준'이 과거에 비해 많이 낮아졌습니다.
0. 제2외국어/한문 영역 가이드 작성 계획과 개괄
2021학년도 수능까지 상대평가로 진행되었던 제2외국어/한문 영역은 2022학년도 수능부터 절대평가로 전환되었고, 이에 따라 응시자층의 분포도 입시에서의 활용도와 활용 방법도 매우 크게 바뀌었습니다. 하지만 과거 상대평가 시절의 응시자층과 현재의 수험생이 사실상 단절된 수준이라 거의 모든 수험생이 이에 대한 정보가 많이 부족한 것 같고, 그 결과 제2외국어/한문 영역에서 고득점을 하면 (현재 사실상 유일한 활용처인) 서울대 정시에서 확실한 이득을 몇 점 챙겨갈 수 있음에도 거의 다같이 저조한 점수를 받고 있는 상태입니다.
2022학년도 6월부터, 표본 평균 수준의 저하와 '허수'의 다량 유입을 고려했는지 평가원이 선제적으로 난도를 대폭 낮췄음에도 대다수의 과목이 절망적인 1등급 비율을 보였습니다.
2021학년도 1등급컷 | 2022학년도 1등급 비율 | |
독일어1 | 44 | 11.31% |
프랑스어1 | 46 | 1.33% |
스페인어1 | 48 | 5.23% |
중국어1 | 48 | 2.27% |
일본어1 | 46 | 1.49% |
러시아어1 | 49 | 2.94% |
아랍어1 | 45 | 2.83% |
베트남어1 | 47 | 5.09% |
한문1 | 49 | 3.68% |
아랍어1 같은 경우는 잘 모르겠으나, 나머지 과목들은 거의 모두 눈에 띄게 난도가 대폭 하향되었음에도 오히려 고득점자의 비율은 극도로 감소했습니다. 이는 진심으로 응시하는 상위권의 절대량 감소도 있긴 하겠지만, 사실 이전같으면 응시하지 않을 '허수' 표본이 아랍어1을 제외하고 매우 많이 늘어났기 때문인 게 더 큽니다.
2021학년도 응시자수 | 2022학년도 응시자수 | |
독일어1 | 998 | 1,194 |
프랑스어1 | 1,209 | 1,730 |
스페인어1 | 1,265 | 2,080 |
중국어1 | 3,707 | 6,119 |
일본어1 | 5,626 | 8,395 |
러시아어1 | 494 | 408 |
아랍어1 | 38,157 | 7,062 |
베트남어1 | 764 | 491 |
한문1 | 2,631 | 5,764 |
스페인어1을 제외하고, 2022학년도에 상대적으로 1등급 비율이 높은 과목들은 죄다 응시자수가 얼마 증가하지 않았다는 사실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심지어 러시아어1과 베트남어1은 더 줄었습니다. (이것이 평가원 입장에서 예상되었기 때문인지 러시아어1은 22가 21보다 난도가 오른 것으로 보입니다) 참고로 한문1은 1컷이 49, 2컷이 46이었던 21수능보다 훨씬 쉬웠습니다. 바꿔 말하면, 22수능 기준 스페인어1을 제외한 모든 과목에서 유입된 표본은 절대다수가 하위권이라는 의미입니다.
이러한 '하위권의 폭발적인 유입'이라는 타 영역에서는 볼 수 없는 현상이 해마다 더 심화되고 있고, 이에 따라 23학년도 이후에도 각 과목은 계속해서 여러 방식으로 난도를 내리고 있습니다.
2022학년도 응시자수 | 2025학년도 응시자수 | |
독일어1 | 1,194 | 1,801 |
프랑스어1 | 1,730 | 2,403 |
스페인어1 | 2,080 | 3,276 |
중국어1 | 6,119 | 6,967 |
일본어1 | 8,395 | 13,012 |
러시아어1 | 408 | 563 |
아랍어1 | 7,062 | 3,896 |
베트남어1 | 491 | 434 |
한문1 | 5,764 | 11,750 |
특히 중국어1, 일본어1, 한문1, 스페인어1 같은 경우 다른 과목에 비해서도 절대적으로 매우 많은 표본이 유입된 만큼, 난도 하향폭도 큰 상황입니다. 21학년도 대비 25학년도 응시자는 한문1은 무려 4.5배 가까이 증가했고, 스페인어1은 2.6배, 일본어1은 2.3배, 중국어1은 1.9배 가량 증가했습니다. (물론 비율로 따지면 독일어1, 프랑스어1 응시자 증가율도 중국어1과 비슷하지만, 중국어1과 달리 이쪽은 아직 절대적인 응시자수가 적습니다) 따라서 특히 이 네 과목을 주목할 필요가 있고, 조금의 베이스라도 있다면 이 네 과목 중에 고르는 것이 기본적으로 좋습니다. 다만, 무엇이든 간에 베이스가 평등하게 없는 수험생분들이라면 이야기가 다를 것입니다.
참고: 저는 현재 절대평가 중국어1, 일본어1, 한문1을 합쳐서 40분 이내에 다 풀고 모두 1등급을 받을 수 있습니다. 반면 상대평가, 특히 17-20 시절 기출을 풀면 한 과목 푸는 데 30분 이상은 걸립니다. 그 정도로 많이 쉬워졌어요.
이에 저는 제2외국어/한문 영역을 대비할 생각이 있는 수험생분들께, 과목 선택과 공부에 도움을 드리기 위해 제2외국어/한문 영역 가이드를 작성할 계획이고, 취지에 맞게 특정한 과목(언어)보다는 모든 제2외국어 과목을 관통하는 파트/유형별로 주로 이야기를 하려 합니다. 그런데, 여기서 모든 내용에 예외가 되는 과목이 하나 있으니 그것이 바로 한문1입니다.
제2외국어/한문 영역은 "제2외국어/한문 영역"입니다. 새삼스럽게 뭔 소리냐고요? 합쳐져 있지만, 한문은 기본적으로 다른 영역이라는 겁니다. 실제로 한문1은 과목 내용으로 보든 시험 구성으로 보든 다른 모든 제2외국어 과목과 현격한, 사회탐구 영역과 과학탐구 영역의 차이만큼이나 큰 차이를 갖고 있습니다. 따라서 한문1 이야기는 아예 따로 할 수밖에 없습니다. 그래서 원래는 한문1을 가장 나중에 다루려고 했는데.....
한문1은 가장 폭발적인 응시자 증가율만큼, 가장 난도가 크게 하향된 과목이기도 합니다. 한문1은 원래 상대평가 시절에도 다른 제2외국어 과목들에 비해 낮은 난도와 높은 등급컷을 갖던 과목이었습니다. 14학년도부터 21학년도까지 1컷이 48보다 낮았던 적이 단 한 번밖에 없었고 그게 47이었습니다. 그런데 그것보다 22학년도에 난도가 한번 더 크게 하향되었고, 그걸로도 부족해서 매해 말도 안 되는 수준으로 계속해서 난도가 더 내려가고 있습니다. 한문1 관련 약간의 베이스가 있다면, 한문1은 무조건 우월한 선택일 수밖에 없는 상황입니다. 따라서 한문1을 반대로 가장 먼저 다뤄야겠다는 결론을 내렸습니다.
한문1에 대한 글은 아마 2~3편으로 작성될 것 같습니다. 이후의 글은, 과목별로 다루기보다는 (한문1을 제외한) 모든 과목을 아우르는 '파트별 소개'부터 진행할 생각입니다. 지금은 간단히만 말씀드리자면, 한문1을 제외한 모든 제2외국어 과목은
문자-어휘, 의사소통, 문화, 문법
의 4파트로 구성되어 있으며, 이 사실은 그 자체로 과목 선택 전략에도, 공부 전략에도 중요합니다. 이에 대해서는 나중 글에서 자세히 다루겠습니다.
1. 한문1 과목의 난도 하향 실태
그럼 이제 구체적으로 한문1이 그럼 대체 어떻게 난도가 낮아지고 있고, 현재 난도가 어떠한지 살펴보겠습니다. 참고로 예외는 있지만, 제2외국어/한문 영역의 문항 배치는 기본적으로 파트별 난도에 따라 쉬운 파트가 앞에, 어려운 파트가 뒤에 배치되어 있습니다.
<2017학년도 수능 17-18번>
<2025학년도 수능 17-18번>
다소 상징적인 느낌을 줄 수 있을 것 같아 가져와봤습니다. 한문1 과목은 제2외국어 과목들과 달리 파트 구분이 상대적으로 불명확한데, 그래도 크게
한자, 한자어, 성어, 구, 단문, 한시, 중단문
으로 나눌 수 있습니다. 최근, 특히 24-25학년도 수능 한문1의 경우 단문이 너무 짧아져 구와 단문의 경계가 사실상 무너져 있습니다. 따라서 다음 글에서 다룰 유형별 분석에서도 구와 단문은 그냥 하나로 묶어서 살펴볼 예정입니다.
형식적으로도 제시문이 짧아지고 까다로운 유형이 사라지거나 줄었지만, 내용상으로도 사실상 해석을 하지 못해도 답을 쉽게 고를 수 있는 문제가 매우 많아졌습니다. 이 때문에, 23학년도 이후, 특히 24-25학년도 수능 한문1은 한문 해석력이 아예 없어도 요령껏 1등급을 받을 수 있는 수준까지 떨어진 상태입니다. 이 '요령껏'에 높은 수준의 해석 능력이나 한자 베이스는 필요하지 않습니다.
하지만 그럼에도 한문1에서 '꿀을 빨려면', 일정 수준의 한자 베이스가 필요한 것은 분명한 사실입니다. 막말로 하늘 천 따 지도 못 알아보는 사람이 난도 하향만 보고 한문1을 고르는 것은, 여전히 어리석은 선택일 수 있습니다. 그렇기에, 어떻게 '한문을 못 읽는 사람이 50점을 받을 수 있는지' 25수능을 통해 살펴보겠습니다.
제가 생각하기에 이 '일정 수준의 한자 베이스'(앞으로는 '최소 베이스'라고 부르겠습니다)에 반드시 포함되어야 하는 것에는 밑줄 표시를 하겠습니다. 이 '최소 베이스'를 중심으로 읽어주시기 바랍니다.
2. 한문 노베로 2025학년도 수능 한문1 50점 받기
* 참고로 이러한 칼럼 구성은 오직 한문1에서만 있을 예정이며, 다른 과목에서는 없습니다. 다른 과목은 절대로 그 언어 노베로 50점을 받을 수 없습니다.
바로 시작하겠습니다.
이별한대요. 2번 송별 골라야죠.
이거는 한자 자체는 최소 베이스보다는 높을 수도 있겠는데... 뜻은 몰라도 음이 읽히기는 하는 수준이어야 좋지 않을까 싶긴 합니다. 2번의 음이 '송별'인 것만 알면 무슨 송 무슨 별인지 몰라도 2번 고를 수 있잖아요.
답은 4번입니다. 이 정도 한자를 모르신다면 한문1 선택을 재고해보실 필요가 있습니다.
정말 어이가 없습니다. 일단 음이 '신'인 한자가 하나뿐입니다. 3번 고릅니다.
* 난도가 극도로 하향되고 있다는 좋은 예시입니다. 아무리 1페이지 쉬운 문제라도, 조건 4개 중 첫번째 조건만 봐도 답이 특정되는 건... 원래 있던 일이 아니죠.
높은 땅이네요. 고지입니다. 3번.
* 1번의 '봉'자는 모를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땅 토, 높을 고, 땅 지, 평평할 평을 모르신다면 한문1 선택에 신중해지실 필요가 있습니다.
쇠래요. 답은 5번입니다.
* 이 문제는 혹여 '쇠 철'자를 모른다 해도, 나머지 4개를 소거법으로 지워 답을 낼 수 있습니다. 나머지 4개 중 모르는 게 있다면...... 한문1 고르지 마세요.
가로, 세로 모두에 등불이 있네요. 등불 고릅니다 1번.
* 이게 뭔 비약이냐 하실 분들 계실 겁니다. 물론 비약이 맞습니다. 근데 23수능, 24수능, 25수능 모두 그냥 가로 조건과 세로 조건에 모두 언급된 공통단어에 해당하는 한자를 고르기만 하면 답이었습니다. 성어 구성 못해도 돼요. 지금 한문1이 이렇습니다. (당연히, 22수능 이전에는 이렇게 막장으로 답을 고를 순 없었습니다 - 십자말풀이 자체는 오래 전부터 나오던 유형입니다)
* 물론 이런 풀이가 찝찝하시다면 세로 열쇠 풍전등화만 생각하시면 됩니다. 풍전등화 어려운 말 아니잖아요?
* 1번 한자가 등불을 가리킨다는 걸 모를 수 있습니다.
하지만 좌변에 '불 화'가 있고, 이 한자의 음이 '등'이니까 등불 같은 뜻이겠구나 하고 생각할 수는 있는 게 좋습니다.
그냥 읽을 줄만 알면 됩니다. 읽을 줄 아는데 ㄴ/ㄷ/ㄹ을 모르겠다면 그건 국어 문제일 것입니다. 답은 4번입니다.
눈 목, 앞 전을 모른다면 한문1 선택을 권하지 않습니다.
한자 疏의 훈까지는 정확히 모르더라도, 저 한자의 음이 '소'라는 걸 아는 게 베스트입니다만, 몰라도 적당히 찍을 수 있습니다.
일단 1번 우정, 2번 질서, 3번 충성, 4번 정직이 모두 아니니까요. 우정, 충성, 정직의 음, 그리고 소통의 '통'은 읽으실 수 있어야 할 것 같습니다.
한자의 뜻을 알면 더 좋겠지만 몰라도 음만 알면 됩니다. 2번입니다.
계속 같은 말을 하는 것 같은데 역시 음만 알면 됩니다. 2번 중임입니다.
오답 선지에 정말 최소한의 성의조차 보이지 않은 위 문제들에 비해서는 그래도 나름 비슷한 단어들을 넣어놨네요.
풀이 1) 4번 성어에 쓰인 한자는 뿔 각, 놈 자, 없을 무, 이 치입니다. 뭔 성어인지는 모르겠지만 아무튼 뿔이 있는 놈이 이빨이 없다네요. 제시문이랑 관계가 있겠네요.
풀이 2) 4번을 저렇게 넘길 수 없다면 나머지를 음만 읽어서 소거법으로 거를 수 있습니다. 조삼모사, 시시비비, 오합지졸, 일거양득 모두 내용이랑 전혀 관계가 없겠네요.
24까지 고정적으로 출제된, 한자 8개를 주고 적절한 성어를 조합해야 하는 유형이 사라진 대신 제발 답을 골라달라고 손짓하는 문제가 들어왔습니다.
우공이산 사자성어나 고사를 알면 베스트지만, 정말 극단적으로 '산(山)' 하나만 보고 골라도 됩니다. 1번.
이제 드디어 왜 한문 해석을 전혀 못해도 50점을 받을 수 있는지 살펴보기 시작할 타이밍입니다.
O산OO이, O심OOㄱ이라네요. O는 좌우가 서로 같습니다. 유의나 반의로 대구를 이뤄줘야겠죠? 답은 5번입니다. 밑의 문장은 볼 필요도 없습니다.
* 뫼(산) 산, 마음 심은 당연히 아셔야 하고, 어려울 난을 모르시면... 쉽지는 않을 것 같습니다.
있을 유, 없을 무, 뜻 의가 보입니다. 대구를 이루고 있는 게 보입니다. 그럼 뜻에 대한 이야기겠네요! 근데 뜻에 대한 게 2번밖에 없습니다. 답은 2번입니다.
"불가" 뒤에 ㄱ이 있네요. (앞 글자에 '가난할 빈'이나 '천할 천'이 있다는 것을 알면 더 좋습니다)
그럼 "잊어서는 안 된다"라고 했으니 잊는다는 한자를 찾아야겠네요. 3번입니다.
지금까지 본 것 중 가장 날먹하기 어렵습니다. 하지만 그래도 날먹하기 쉽습니다. 이유는 뭘까요? 움직일 동이 3번이나 있네요.
움직임이나 행동이랑 관련된 것일 가능성이 매우 높겠습니다. 근데 행동에 대한 게 하나밖에 없네요. 3번입니다.
17. 선지 상태를 보세요. ㄱ을 볼 필요조차 없습니다. 길-흉, 내-외, 부-모, 흑-백은 모두 상대되는 것들끼리 짝지어져 있는데 명인만 그렇지 않습니다. 답은 2번입니다.
18. 한문 읽을 줄 몰라도 그냥 글에 쓰인 한자가 쉬워도 너무 쉽습니다.
이제 금, 날 일, 아니 불, 배울 학, 있을 유, 올 래, 해 년이 있네요.
조합하면 대충 오늘 배우지 않는데 내일이 있고, 올해 배우지 않는데 내년이 있대요. 교훈을 주는 이야기일텐데 공부를 하지 말라는 이야기는 아닐 겁니다. 그럼 그러지 말라고 하는 이야기일테고, 답은 3번이겠죠.
...사실 이 정도 논리도 필요 없습니다. 공부에 대한 선지가 3번밖에 없습니다. 배울 학 하나만 보면 돼요. 지금 한문1이 이렇습니다.
또 국문이 나왔습니다. 선지에 한자가 8개씩이나 있네요? 하지만 두려워할 필요가 없습니다. 선지는 무조건 제시문과 같은 소리를 하고 있으니, 대충 대응되는 한자가 보이는 걸 고릅니다.
'이것저것 하는' <- 많을 다.
'어느 한 가지에만 집중' <- 잡을 집, 한 일. (* 참고로, '집중'의 집은 다른 한자입니다)
이거겠네요.
솔직히 16번보다 날먹하기 어렵습니다. 여기서 A不如B가 A는 B에 미치지 못한다, 즉 A는 B만 못하다는 의미라는 걸 안다면 1초컷을 하겠지만 그러면 한문 노베가 아닌 걸요. 이럴 때는 다른 선지를 봅시다.
2번은 말씀 언이 둘이나 있는 걸 보면 말에 대한 이야기일 겁니다. 아무래도 아니겠네요.
3번은 호랑이랑 동굴이 나오네요? 호랑이 굴에 들어가야 호랑이 새끼를 잡을 수 있다 또는 호랑이 굴에 안 들어간다 같은 이야기겠네요. 아무래도 관계가 없어 보입니다.
4번은 지피지기면 백전불태래요. 이건 나도 아는 성어다! 제낍니다.
5번은 발 족, 항상 상, 마칠 종, 몸 신 같은 한자가 보이네요. 여기서 '족'이 국어 문학에서 안분지족 같은 맥락에서의 만족이라는 걸 알면 좋고, 한문1 고르시면 결국 알아야겠지만, 몰라도 뭔가 글의 내용이랑은 연결되는 한자가 전혀 안 보입니다.
그럼 그나마 '많을 다', '적을 소', '한 일'이 있는 1번에 가능성을 겁시다. 근데 그게 정답이네요.
20. 원론적으로는 한문 해석을 할 줄 알고, 어조사의 역할도 알아야 하는 문제입니다. 하지만 어림도 없습니다. ㄱ이 '어조사 어'고 4가 '어조사 우'라는 것만 안다면, 어조사가 뭔지도 몰라도 답은 4번입니다.
* 어조사 어, 어조사 우는 명백히 '최소 베이스'는 아닙니다. 이거 몰랐다고 상심하실 필요는 없습니다. 단, 이걸 몰랐다면 해석으로 푸는 방법밖에 없는데, 문제는 해석으로 이걸 풀 수 있으려면 어차피 저게 어조사 어/어조사 우라는 걸 알아야 합니다... 그래서 결론적으로는 그냥 한자 암기 문제가 되어버린 문제입니다.
21. 물음표 앞의 문장에는 '최소 베이스'를 명백히 벗어나는 게 좀 많이 보입니다. 무시하고 뒤를 봅시다.
아니 불, 할 수 있을 능, 바를 정, 몸 신이 보이고, 반점 뒤에는 역시 바를 정과 사람 인이 보입니다. 물음표로 끝나니 질문일테고, 출전이 무려 '논어'인 만큼 진짜 질문이라기보다는 아마도 설의법일 겁니다. (사실 굳이 논어가 아니어도 한문1에서 인용할 법한 문헌에 물음이 나오면 그냥 설의법일 가능성이 높습니다)
그럼 읽을 수 있는 한자를 재구성해봅시다. 몸을 바르게 할 수 없을 때, 사람을 바르게?
대충 맥락상 성현의 갈!!!이 나와야 할 것 같습니다. 몸을 바르게 할 수 없으면 어찌 사람을 바르게 하겠는가!!
그럼 뭐죠? 3번 솔선수범이어야겠습니다. (* '그 기'를 알거나, '몸 신'의 확장적 의미를 안다면 더 좋긴 하지만 몰라도 될 것 같습니다 - 단, '그 기'는 한문1 공부하실 거면 알게 될 한자일 거예요)
참고로 다른 선지는 (1) 이구동성 (2) 아전인수 (4) 회자정리 (5) 욕속부달 입니다. 욕속부달이 뭔데? 싶으면 그냥 넘기시면 됩니다.
이 세트는, 출전 '연암집'을 보고 '연암 박지원'을 떠올릴 수 있다면, 즉 한국사 상식이 있다면 1초컷이 나버리는 문제입니다. 박지원이라면 실학파로서 청나라의 좋은 것 받아들이자 하겠죠? 그러니 이롭다, 나오다, 실용적입니다.
다만 거꾸로 연암 박지원을 떠올릴 수 없다면 25수능 문제 중에서는 아무래도 가장 날먹이 힘듭니다. 그래도 한 번 살펴봅시다.
'천하', '백성 민', '나라 국' 같은 한자가 보입니다. 나라와 백성에 대한 좀 추상적인 이야기일 것 같습니다. 날카로운 것보다는 이로운 것일 가능성이 높겠네요. ㄴ 뒤의 한자에 '오랑캐'라는 주석이 달려있으니, ㄴ은 오랑캐에 대한 이야기일 것 같습니다. 그리고 그 뒤에 '취할 취'가 있으니, 일단 도망가는 건 아니겠네요. 그리고 오랑캐 자체가 비하하는 말인데 설마 '뛰어나다'일까요...
라고 해도 다소 비약이 있는 사고인 건 사실입니다. 솔직히 22번은 연암을 캐치 못 한 상태에서 한문 해석력 없으면 적당히 감으로 찍어야 될 것 같네요.
* 사실 위에서 언급만 하고 넘어간 '어조사 어'가 ㄴ 바로 뒤에 보이는데, 이 어조사가 '~에서'의 뜻이 있음을 알면 바로 답을 낼 수 있긴 합니다. 오랑캐'에서' 뛰어나다는 건 비문이고, 도망가다도 이상하니까요. 다만 이걸 안다면 이미 한문 해석 불가능 노베가 아니겠습니다.
23번은 그에 비해서는 날먹이 무난합니다. 천하, 나라, 백성, 이로움에 대한 이야기인데 고답적, 사교적일 수는 없고, 뭔가 교훈적인 이야기나 나라를 위한 주장 같은 걸 하고 있을텐데 관조적이진 않을 겁니다. 오랑캐 얘기하고 있는데 낙관적인 것도 안 어울리네요.
또 등장한 날먹에 최적화된 대구 문장입니다. 이과식으로 표현하면 대칭성이 있다고 할 수 있겠죠.
반점 앞의 구와 뒤의 구가 대칭입니다. 그리고 반점 앞의 구는 '승'과 '패'가 대칭입니다.
그럼 같은 위치에 있는 '안'과 대칭인 놈을 찾으면 되겠습니다. 근데 일단 2, 3, 4는 다 긍정적인 한자네요? 모조리 제끼고 보니 1번이 딱 '위기'라서 안(평안, 안전, 안정...)과 대칭을 이룹니다. 1번입니다.
(* '위'는 어려운 한자는 아닙니다만, 모를 수도 있습니다. 최소 베이스까진 아닌 것 같아요. 다만 즐거울 락과 기쁠 희 정도는 알아야 하지 않나.. 싶습니다)
그럼 이제 25번을 보는데, 해석을 못 하니 뭔 소린지를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알 수 있는 한자의 대칭성만 고려해서 생각해봅시다.
승리-패배, 안정-위기가 있고, 또 뒤에 보니 작음-큼이 있네요. 그 사이에 있는 '망-존'도 포착하면 더 좋지만 몰라도 상관 없습니다. 어쨌든 뭔가 긍정적인 것과 부정적인 것이 대칭을 이루는 상황에서의 말입니다. 그런 이야기를 할 수 있는 선지를 고르면 되겠는데...
1, 2, 3, 5 모두 선지가 너무 긍정적입니다. 좋음과 나쁨이 대칭을 이루는 상황인데 말이죠. 따라서 뭔지는 모르겠지만 답은 4번밖에 안 되겠습니다.
(* 이 논리가 납득이 안 되는 분이 계시다면, 예를 들어 '공정하게 세금을 징수하기 때문에' 혹은 '공정하게 세금을 징수해서' 승리와 패배, 안정과 위기가 나올 수 있는지 생각해보세요. 문장 내 순서에 따라, 승리->패배, 안정->위기라고 추론할 수 있으면 더욱 좋습니다.)
매 시험지에 고정적으로 1지문 나오는 한시입니다.
사실 원래 26번 같은 유형은 주요 뜻이 여러 가지인 한자가 문맥 안에서 어떠한 의미로 쓰였는지를 확인해야 하는 유형입니다.
하지만 한문1 난도의 지속적이고 지속적인 너프 덕에 최근 들어 그냥 아주 단순히 한자만 알면 풀리게 나오고 있습니다.
여기서는 4번의 '남을 잔'은 '무성하다'와 그냥 아무런 관련이 없습니다.
27번 유형의 경우, 과거에는 '이 시는 오언 율시의 ~ 구조를 갖고 있다' 같은, 좀 더 지식적인 선지들도 출제됐지만 교육과정 변화 문제인지 이제 전혀 나오지 않습니다. 1번 구의 대우 이야기의 경우 솔직히 해석 없이 명쾌하게 판단하기는 쉽지 않지만, 애초에 한시 특성상 구 간에 대우를 전혀 이루고 있지 않을 가능성이 매우 낮습니다. 즉, 애초에 거짓일 가능성이 많이 희박한 선지라는 의미입니다. 글자수부터 철저하게 맞춰서 쓰는 게 한시인데요...
그래도 찝찝하다면 구 간에 같은 한자, 또는 비슷하거나 반대되는 의미의 한자가 있는지 확인해봅시다. 8번째에 봄 춘이 공통적으로 보입니다. 맞겠네요.
3번. (나) 첫 글자가 붉을 홍이네요. 오케이.
4번. 잎 엽, 국화 국, 소나무 송 같은 한자도 보이고 (* 최소베이스는 아닙니다), 주석에 '향기'도 보입니다. 일단 자연물에 대한 이야기가 맞습니다. 그렇다면 이제 국어에서 고전시가를 대하는 자세로 잠시 임해봅시다. 화자가 자연물을 여러 가지 언급하고 있는데 화자의 생각과 무관할 것 같지 않네요.
5번. (가)는 이미 봄 춘을 아까 봤습니다. (나)는 일단 시 제목이 무려 '동초', 즉 '겨울 초'니까 맞겠네요.
그럼 판단 근거를 찾아볼 수 없는 2번이 답이겠습니다.
마지막 지문입니다. 극도로 짧아진 대부분의 지문 중 그래도 유일하게 중단문이라 부를 만한 길이네요.
28번은 '풀이 순서'라니, 해석을 할 줄 알아야만 할 것 같습니다. 의외로 그렇지 않습니다. 여기서 말하는 풀이 순서는 한국어 화자인 저희 입장에서 해석하는 순서이므로, 한국어 어순으로 재배열하라는 말과 같습니다.
'정상점'이 사람 이름이고, '기'가 좋아하다라고 주석을 줬습니다. 그럼 ㄱ 앞까지만 봅시다.
정상점, 평생, 좋아하다, 서적이 있네요. '서적'으로 읽지는 못하더라도, '글 서'가 여기서 책을 가리킨다고는 이해할 수 있겠습니다. 30번에서 보기 모든 선지가 책에 대한 내용이니, 글도 반드시 책에 대한 내용이기도 할 거구요.
그런 다음 물을 문, 사람 인, 있을 유, 글 서가 있네요. 여기서 '서'는 역시 책을 뜻하겠습니다.
그럼 평생 책을 좋아한 정상점이, '묻다/사람/있다/책'했다는데, 그게 뭘까요? 사람에게-책이-있냐/있는지-묻다 아닐까요?
답은 1번입니다.
29번은 그냥 한자 읽을 줄 알면 됩니다.
30번은 일단 두 번째 줄 앞쪽에서 '수천 권'이 보입니다. 그럼 ㄱ은 어지간해선 맞겠죠?
질병의 질(疾)이 보입니다. 그럼 병에 걸렸겠네요. (* 필수베이스는 아닙니다. 근데 '질'이라는 한자 자체보다도, 저 '부수'가 공통적으로 병을 의미한다는 것을 알면 좋습니다) 그리고 '갈 거', '손 수'가 보입니다. 그럼 ㄷ의 퍼즐이 맞춰지는 것 같네요.
책을 그렇게 좋아한다는 정상점이 남에게 책을 자주 빌려주었을까요? '빌릴 차'는 보이기는 하는데, 그 한자가 있는 위치가 책 있냐 묻는 것(28번), 그리고 주석에 언급된 '사다' 뒤에 있네요. 그리고 그 뒤에 '남'이나 '사람' 같은 한자는 전혀 보이지 않으니, '빌릴 차'가 남에게 빌려준다는 의미일 가능성은 맥락상 매우 낮습니다. 그럼 3번을 고릅니다.
3. 한문1 선택에 대하여
지금까지 '한문 해석 못하는 채로 다 맞히는' 법을 예시를 통해 살펴봤습니다.
여기까지 보고 '이게 무슨 노베냐'며 화를 내시는 분이 계실지도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제시된 '글'을 전혀 읽을 줄 모르는데 답을 이렇게 다 고를 수 있다는 것 자체가 그냥 말도 안 되는 상태라는 의미입니다. 저는 위 풀이에서 단 한 지문도 해석을 한 게 없습니다.
제가 중간중간 '이거는 날먹이 어렵다'고 언급한 것들을 다 틀리고, 거기에 더해 몇 문제를 더 틀린다고 해도 2~3등급이 나옵니다. 솔직히 제2외국어/한문 영역 모든 과목이 노베라 선택을 고민하는 분들 중, 2등급 이상을 목표로 하시는 분은 많지 않을 것이라 생각하는데 이를 감안하면 베이스만 갖추고 있다면 정말 과할 정도로 '날먹'이 된다는 겁니다. 한마디로 최근 한문1은 한문을 읽고 이해할 능력이 전혀 없어도 한자만 좀 알면 40점대는 그냥 받아요.
이 글을 진지하게 읽으시는 분이라면 시험장에서 다 찍고 잘 게 아니라, 공부해서 일정 성적을 만들 의사가 있으실 것이라 생각합니다. 그렇기에 제가 풀이에서 언급한 모든 걸 이미 알고 계실 필요는 당연히 없습니다. 다만, 처음에도 언급했듯 제가 풀이에 밑줄로 강조한 최소 베이스 한자 중 모르는 게 많다면 한문1 선택이 득이 되지 못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전부 다 알지 못하더라도... 아무리 낮게 잡아도 60% 이상은 알고 계셔야 한문1 선택이 타 과목 선택보다 가성비 좋은, 현명한 선택이 되지 않을까 싶습니다.
이 최소 베이스가 오늘 글에서 제가 생각하는 가장 중요한 이야기입니다. 한국인이 아무리 한자를 몰라도 두 이 석 삼도 모르는 경우는 거의 없으니까... 아무래도 '아냐 모르냐'가 명확히 갈리는 다른 과목에 비해 '어느 정도 베이스부터 한문1이 수월한가'에 대한 기준을 잡기가 어렵습니다. 제가 생각하는 그 베이스를 문풀에 최대한 녹여서 적었으니 잘 참고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 날먹풀이 읽다 보면 느끼셨겠지만, 한자를 온전히 알지 못해도 '발음'만 알면 풀리는 경우가 상당히 많습니다. 한자 발음에 대한 기본감각이 있으시면 매우 좋습니다. 어떤 놈이 들어가있으면 어떤 발음이겠다 하는 게 한자 구조상 꽤 규칙적이거든요.
3-1. 보론) 한문1과 EBS 연계
한문1은 원래 상대평가 시절 EBS 연계 체감이 확실한 과목이었습니다. 국어 문학 연계처럼 직접연계가 이루어져, 연계가 되긴 한 건가 싶던 다른 과목들과 달리 '연계빨' 받기도 좋았고, 이는 한자 베이스가 부족한 학생이 극복할 수 있는 훌륭한 수단이기도 했습니다. 제가 요즘 한문1을 '공부'해본 적이 없어서, 요즘도 이런 직접연계가 이루어지는지 모르겠습니다. 혹시 아는 분이 계시다면 댓글 부탁드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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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게 썼는데 이대로 26 못하고 묻힐 각이네요.. 너무 늦게 다 써서
끌올 자주 하시죠
좋아요 10개씩 누르고 싶네요
다른 글들에서도 느꼈지만 그냥 제 취향인 것인지 필체가 참 좋으세요 물2 관련 글도 종종 써주셨음 해요
제2외 선택 다음 글도 기다릴게요
나름 한자도 좀 했고 중국어도 좀 했는데
한자는 준4급? 즘 까지 했었고
중국어는 hsk5급까지 준비했으니까 중국어를 훨씬 잘하는 건데, 1페이지에서 막혔었거든요?
다 읽어보니 한문이 훨씬 쉽네요
진짜로 기초 한자만 알고 때려맞춰도 2등급은 나올 거 같은데, 굉장하네요
제가 문과가 아니라 응시하지 않는다는게 아쉬운 수준입니다.
굉장한 글인데, 제2외국어라 스포트라이트를 못 받는게 안타깝네요. 감명 깊게 읽었습니다
6 9모 중에라도 한번 쯤 응시해보고 싶네요
근래 평가원이 가장 잘한거)제2외 절평전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