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268 Let Dow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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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s://youtu.be/-Z_NvVMUcG8
Let down and hanging around
Crushed like a bug in the ground
Let down and hanging around
오늘 생기부 확인을 했다.
담임선생님이 미루고 미뤄서, 남들은 한 달 전에 모두 끝마친 걸 우리반은 오늘 시작했다.
나는 담임선생님이 나쁘다고 생각해 본 적이 없다.
다만 너무 많이 미루고, 일처리를 못한다는 생각은 항상 하고 있었다.
그런데 오늘 보니 일을 이따위로 못하는 건 악한 거랑 동의어라는 생각이 들더라.
내가 욕심이 많은 걸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일을 한 번 시작하면 끝을 보겠다는 타입이고, 그런 태도로 생기부를 썼다.
상당히 많은 양을 써냈지만 데드라인을 넘겨본 적이 없다. 항상 데드라인 이전에 제출했고, 미루지도 않았다. 난 한 달 전에 모든 생기부 내용을 선생님께 넘겨드렸다.
완벽하기만 하다면, 그래, 한 달 정도는 기다릴 수 있다.
공이 많이 들어가 있으면 되는 거다.
하지만 생기부는 단 한 번의 검토도 거치지 않았다는 게 여실히 드러났다.
오탈자가 많았고, 띄어쓰기도 틀렸고, 메일로 부탁드린 내용도 반영이 안되어 있었고, 무엇보다. 독서가 6권이나 누락되어 있었다. 그 중 2권은 정말 중요한 거였다.
하나하나 달라붙어 고치는데 도저히 신뢰가 가지 않았다. 아무래도 나중에 다시 한 번 확인을 해야할 것 같아서 마감일을 물어보니 내일이랜다.
이 때 그동안 쌓인 스트레스가 폭발해 혀깨물고 죽고싶었다.
다른 반 공부 좀 한다는 애들은 생기부 문제로 담임 선생님과 한시간이고 두시간이고 상담을 한다. 서로 상의하면서 진득하게 생기부를 쓴다고 한다.
나는 쭉 반 1등이었는데 그런 걸 해본 적이 없다.
단지 그분은 35명의 아이들을 마감일 하루 전에 불러 3시간 동안 일을 처리한다.
남들은 한두 달에 걸쳐서 하는 일을 3시간 내에 해치우겠다고 한다. 손도 느린 분이.
나는 결국 끝까지 남아 오탈자과 생기부 내용을 하나하나 지적하다 '요구가 많다', '너 때문에 피곤하다'는 말을 들었다.
오늘 처음 본 거니까 고쳐야 할 게 많은 건 당연하지 않냐고 따지려다 입을 다물었다
최초 확인일이 오늘인데 마감일이 내일이라는 이 말도 안되는 상황이 그냥 너무 우스웠다
결국 독서 2권은 내가 직접 요약해서 생기부 버전으로 쓰기로 했다.
익숙해질 때도 됐다. 그냥 항상 이런 식이었다.
담임 바뀌기 1주일 전에 이런 식으로 피날레를 하는 거라고 생각하자.
혼자 발버둥치고 있는 기분이 든다
아니. 난 진짜 혼자 발버둥치고 있다.
대체 무엇을 위해서? 라는 생각이 꼬리처럼 따라붙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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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4 79
에고ㅜㅜ 우리 94가 어쩌다 여기까지 왔는지 모르겠네요ㅜ 아마 현역때 '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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