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려하지 않은 고백 [531407] · MS 2014 · 쪽지

2016-03-19 23:46: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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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썰<30> 사랑이라는 이유로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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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썰<28> 사랑이라는 이유로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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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썰<29> 사랑이라는 이유로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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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에 나가게 된 A군. 이제 막 발표를 시작하려한다. 긴장되고 자신이 없다. 그런 중 C양과 눈이 마주친다. 초롱초롱한 눈망울로 C양은 입모양으로 무슨 말을 한다. 

'화.이.팅'

'!'



이 말이 이렇게 힘이 나는 말이었을까. 초등학교 운동회 때 백날천날 백군 화이팅, 청군 화이팅을 외쳐봐도 어차피 우승은 교내 계주부가 속해있는 팀이었고 공부할 때 자기에게 화이팅을 외쳐봐도 돌아오는 건 정신승리뿐이었다. 


화이팅.. 

세 글자만을 속삭이고 살짝 미소를 보이는 C양. 다시 한 번 A군의 마음을 뛰게 만들기에 충분했다. 


하지만 A군은 신중했다. B양을 보내고 망상을 없애자고 다짐하기도 했고 결정적으로 지난 번 동아리 술자리에서 여대생들에게 대놓고 굴욕을 당해서 생긴 여성혐오증이 그에게 남아 있었기 때문이다. 

'다른 남자들한테도 그런가보지 뭐. 지금 이런 감정이 나한테 중요하냐?'


대학와서 워커홀릭(일만 죽도록 하는 일중독자를 일컫는 말)이 된 A군은 이제 이런 것에 크게 신경쓰지 않는다. 


그렇게 바쁘게 또 1주가 지나가고 또 다시 영어 시간이 찾아왔다. 


(교수님의 말씀은 영어입니다. 편의상 한글로 적겠습니다.)

오늘은 ice-breaking(어색한 분위기를 풀기 위한 행위)의 시간을 잠깐 가져보도록 합시다. 여러분들 지금까지 짝꿍이랑만 말해봤죠? 우리 수업이 조용한 이유도 그거때문인것 같군요. 돌아다니면서 무작위로 사람을 잡아 자기 소개를 하는 시간을 가져봅시다!'


분주하게 움직이는 아이들. 

'이름이 뭐에요? 고향은? 좋아하는 음식?'

'000이고 서울 살아요. 치킨 좋아해요. 그쪽은?'

열정을 가지고 움직인 것과 달리 학생들의 대화는 상당히 형식적이다. 

A군은 그저 멀뚱멀뚱하다. 

'아 이런거 제일 싫은데ㅜㅜ 짝이랑도 겨우 친해졌구만'

그 때 한 여성도 그저 멍하니 서있다. 귀여운 캐릭터가 그려진 맨투맨과 청스키니진, 스니커즈를 신은 모습이 정말 풋풋한 대학생같다는 말밖에는 떠오르지 않는다. 

그러다 눈이 마주친 둘. 

A군과 눈이 마주친 여성은 C양이다. 

A군은 살며시 목례를 한다. 

C양은 잠시 부끄러워하더니 이내 미소를 띠며 손인사로 화답한다. 

'hello~'

'이거 같이 해주실 수 있으세요?'

'Yes!'

그렇게 책상과 책상 사이 복도에 서서 둘은 서로 이름도 묻고 취미도 묻고 무슨 과인지, 좋아하는 음식도 서로 물어본다. 

그러다가 고향을 묻게된다.(고향 묻는 항목은 필수다.)

'저는 원주가 고향이고 초등학교 때 서울로 이사왔습니다.'

'아 원주~'

살짝 당황하더니 이내 노트에 원주를 적는 C양.

근데 뭔가 좀 이상한 기색이다

살짝 노트를 훔쳐보고 A군은 빵터지고 만다

'Won state'

C양이 민망할까봐 애써 웃음을 찾는 A군.

'저..저기요..'

'네?'

'원주시에요'

'넹.?! 네! 원주~'

'아.. 그니까 원주가 도시 이름..'

'헉.. 아!!! 아 제가 잠시 미쳤나봐요ㅜㅜ 어머 내가 왜이러지'

'ㅋㅋㅋㅋ 재미있으시네'

그러는 중 다른 친구들은 다 서로에 대한 형식적인 조사를 신속히 마쳤고 교실에서는 둘만 서있었다. 

'오! 학생이 발표를 하고 싶은가보군요! 열정적으로 조사한만큼 이 여학생에 대해 소개해주세요!'

'아.. 저 그게...ㅜㅜ'

그렇게 그토록 싫어하던 영어 발표를 하게된 A군. 근데 뭔가 즐겁다. 주제가 재미있고 발표를 하면서 그녀의 표정을 쳐다보는 것이 즐겁다. 마치 걸음마하는 아이를 바라보는듯이 A군을 초롱초롱하게, 고개를 끄덕이며, 미소를 머금고 봐주는 C양. A군은 칭찬을 받는 거 기쁘게 또 유쾌하게 발표를 마친다. 


대학 입학하고 이리 치이고 저리 치이고.. 대학 문화에 적응하지 못한 A군. 

그동안 인싸의 삶을 살아왔다가 대학 문화라는 큰 벽을 부딫혀 서서히 아싸로 전락하고 있던 그였다. 

웃음을 잃고 재미를 잃고 감정이라는 것도 잃어가려는 찰나에 A군은 C양을 만났다. 

이는 하늘이 그에게 다시 기회를 준 것일까. 아니면 그냥 또 한 번의 착각인걸까

그런 것에 대해 깊게 생각하고 싶지 않은 A군이다. 일단 지금이 행복하다는게 중요하다.

A군은 그렇게 다시 웃기 시작한다. 사랑이라는 이유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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