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dHardy [330856] · MS 2010 · 쪽지

2011-03-26 16:39:27
조회수 1,575

"여러분에게 '민족고대의 자부심'이란 무엇입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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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파스를 맨날 눈팅하며 가끔 댓글만 달다가 글을쓰는건 첨인듯하네요 
전 '디카츄의 사진창고'라는 싸이월드의 사진클럽을 운영하고 있는 한 05학번 재학생입니다 
7년째 응원단 행사 촬영을 해오고 있기도 하구요..

합동오티가 끝나고 게시판에 드문드문 글이 올라온것 같습니다 
그중에서 연대의 '연성전'드립에 관해 말들이 많더군요. 
웃자고 한일에 뭐그러냐는등, 자존심이 상한다는 등..

뭐 개인적으로는 합동오티나 고연전, 크게보면 
고대와 연대라는 라이벌 구도 자체가 웃고 즐기자고 있는것이니 그렇게 넘겼으면 합니다..

다만 이와 별개로 개인적으로 학벌드립을 전 별로 안좋아합니다. 
단, 제 이유는 '자존심이 상해서'가 아니라 우리끼리 순위와 학벌 운운하는것이 '쪽팔려서'입니다.

여러분에게 '민족고대의 자부심'이란 무엇입니까?

응원을 하는 많은 학우들이 '민족의 혼' '자유/정의/진리' '지성과 야성' 등을 외칩니다. 
그러한 자부심이 학벌위계상의 SKY라는 타이틀과, 입학할때의 수능성적, 대학 순위에서 나오는것이었나요? 
물론 한국이란 나라에서 그 학벌의 기득권층에 속하는 고대와 연대가 여기서 완전히 자유로울수는 없겠습니다만 
우리가 민족고대와 통일연세를 외치고 학교의 자부심을 가지고 사는게 
단순히 랭킹 한계단 높고 입학성적이 몇점 더 높은것 때문이라면. 참 쪽팔린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중요한건 대학생으로서 우리가 어떤 대학생인지가 중요한게 아닐까 합니다. 
열심히 공부해서 성적순으로 좋은 대학 들어온 것을 보상받고 싶은 심리, 당연히 있겠지요 
그러나 한국의 근현대사의 중심에서 고대와 연대가 명문사학이라는 평판과 자부심을 가질 수 있었던건 
머리좋은 학생들이 모여서가 아니라, 깨어있는 지성인으로서 합당한 역할을 해왔기 때문이었을겁니다

100년이 흐른 지금, 그 지성인의 모습이 과거와 비록 조금 다를지는 몰라도 
적어도 그 모습이 학교를 성적순으로 줄 세우고, 낮은 학교를 깎아내리며 스스로를 추켜세우는 그런 모습은 아닐것이라 생각됩니다.
어제 양교의 학교드립에서 나온 타대학들. 그중에는 우리보다 그 순위의 기준에서 상위권도 있었고 하위권도 있었습니다. 
그런데 그게 중요합니까? 
수능성적 몇점 더 높을지언정, 그들만큼 열정적으로 20대 젊은이로서 살고 있는가요? 
혹자는 잠실에 모여서 애니멀사운드 발사하는게 열정적이라 할지 모르겠습니다. 
틀린말은 아니겠지만 역으로 그런다고 우리가 진정 젊은이로서 젊음을 만끽하며 살고 있는것일지는 다시 짚어볼 필요가 있다고 봅니다.

학교가 몇등인지, 입학성적이 상위 몇 퍼센트인지 따지기 이전에 
우리가 왜 민족고대에 자부심을 가지는지, 
응원곡 부를때마다 외치는 
지성과 야성이 뭔지 
자유는 뭔지 
정의는 뭔지 
진리는 뭔지
알고 외치는 고대생이 되었으면 합니다.
나아가 이를 대학생활에서 실천하는 고대생이 되었으면합니다.

학벌의 겉멋에 취하지 않고 진정 명문사학으로서, 자만심이 아닌 자부심을 가질수 있도록 
스스로가 자격을 갖춘 대학생이 되는것이 더 중요하지 않을까 합니다.

합동오티에서의 장난스러웠던 드립들은 전 그저 웃고넘기면 될 장난으로 봅니다. 
하지만 설령 이를 웃고넘긴 나머지 사람들도, 이 '자부심'이라는 것에 대해서는 다시 생각해보았으면 합니다. 
숫자와 랭킹놀음에 기반한 얄팍한 자만심이라면, 어디가서 자부심을 가졌다 외쳐도 아무도 알아주지도 않을뿐더러 
훗날 스스로가 실속없는 자만심에서 나태했음을 깨달을때는 그 가짜 자만심은 열등감으로 바뀔테니까요

여담이지만, 안암 세종을 가르는 여러 논리와 시각들도, 이런관점에서 다시 생각해보았으면 합니다. 
단지 성적만으로 안암이 세종을 무시하는것도 제얼굴 침뱉기이고, 
세종도 그런면에서 눈치를 보거나 열등감을 지닐 필요는 전혀 없다고 봅니다. 
매년 응원단 행사나 고연전이 끝나면 몇몇 단원들이 인기가 있는 경우가 있습니다. 
가끔은 그렇게 시작된 글들에 '세종이라서'어쩌고 저쩌고 하는 글들이 달리는 경우를 종종 봤습니다.
세종학우면 응원을 더 못하기라도 하나요? 열정이 부족한가요? 
역으로 안암학우면 응원을 더 잘한다던가, 열정이 더 불타오르나요? 
사람을 두고 그 사람이 안암이냐 세종이냐가 그 사람을 판단하는 기준으로 삼는것이 고대생의 현주소라면
적어도 그렇게 쌓은 본인들의 자부심은 실속없이 쌓인 자만심에 불과하리라 생각합니다.

최근 제 클럽을 찾아와서 사진을 봐주시는 대부분의 학우들은 제 후배님들이실거라 생각이 됩니다.
매년 합격자 발표가 날때쯤이면, 많은 신입생들이 제가 찍은 학교 캠퍼스와 응원단 행사, 고연전 사진을 보러옵니다.
저 역시 애착이 있고 자부심이 있기에 그렇게 사진을 찍어놓았겠죠. 
하지만 그런 행사들이, 고대인들의 붉은 물결이, 예쁜 캠퍼스가 제가 가진 자부심을 만든것은 아닙니다. 
우리가 가진 자부심이 그런 모습들을 만들수 있는것이고, 그 자부심을 만들어내는 원동력은 따로 있습니다.
우리끼리 대단한 민족고대, 통일연세는 부러움의 대상이 될지언정 존경의 대상은 되지 못합니다.
스스로 진정한 민족고대의 자부심이 무엇인지 생각해보는 계기가 되었으면 해서 장문의 글을 써봤습니다.

P.S. 글 내용중, 고파스에서 민감한 화약고인 몇가지 소재를 다루었습니다.
       제가봐온 최근의 고파스는 그런 소재들에 대해 발전적이기보다는 유치하고 소모적인 댓글들이 많이 달리더군요
       글이 부족한것에 대한 비판은 얼마든 감사하나, 설령 논쟁이 생기더라도 발전적이길 바랍니다. (그리 크게 기대는 않겠지만..)
       아울러, 저는 최근 고대생의 커뮤니티라는 고파스의 소통에 실망했고 비관적입니다만..
       혹여나 글의 내용 대해 공감하신다면 적극적으로 힘을실어주셨으면 하고, 
       생각이 다르시다면 발전적으로 논의를 해주셨으면 좋겠습니다.







고파스에서 퍼옴요 ㅋㅋ
좋은 글임 읽어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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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辛 라면 · 308099 · 11/03/27 17:13 · MS 2016

    헐..내가 아는 사람이 보이네 ㅋㅋ

  • 고.자 · 377541 · 11/06/04 13:49 · MS 2011

    지성인으로써 살아가자는 마인드가 부족한게 현실입니다. 저는 11학번 새내기인데 대학오기전에 부산에서 품었던 장대한 꿈과 달리 과 사람들과 멀어지지 않으려고 급급하고 학점에 쫒기는 자신이 한심합니다. 진정으로 무엇을 위해 살아가는가에 대한 생각을 해볼필요가 있는것 같습니다. 그걸 깨우쳐 주는 좋은 글인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