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어 칼럼] 포퍼콰인 지문으로 보는 기출분석법/지문읽는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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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헤르미온느 입니다.
이번엔 2017학년도 수능에 나왔던 포퍼 콰인 지문입니다.
지문 먼저 보시겠습니다.
논리실증주의자와 포퍼는 지식을 수학적 지식이나 논리학 지식처럼 경험과 무관한 것과 과학적 지식처럼 경험에 의존하는 것으로 구분한다. 그 중 과학적 지식은 과학적 방법에 의해 누적된다고 주장한다. 가설은 과학적 지식의 후보가 되는 것인데, 그들은 가설로부터 논리적으로 도출된 예측을 관찰이나 실험 등의 경험을 통해 맞는지 틀리는지 판단함으로써 그 가설을 시험하는 과학적 방법을 제시한다. 논리실증주의자는 예측이 맞을 경우에, 포퍼는 예측이 틀리지 않는 한, 그 예측을 도출한 가설이 하나씩 새로운 지식으로 추가된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콰인은 가설만 가지고서 예측을 논리적으로 도축할 수 없다고 본다. 예를 들어 새로 발견된 금속 M은 열을 받으면 팽창한다는 가설만 가지고는 열을 받은 M이 팽창할 것이라는 예측을 이끌어낼 수 없다. 먼저 지금까지 관찰한 모든 금속은 열을 받으면 팽창한다는 기존의 지식과 M에 열을 가했다는 조건 등이 필요하다. 이렇게 예측은 가설, 기존의 지식들, 여러 조건 등을 모두 합쳐야만 논리적으로 도출된다는 것이다. 그러므로 예측이 거짓으로 밝혀지면 정확히 무엇 때문에 예측에 실패한 것인지 알 수 없다는 것이다. 이로부터 콰인은 개별적인 가설뿐만 아니라 기존의 지식들과 여러 조건 등을 모두 포함하는 전체 지식이 경험을 통한 시험의 대상이 된다는 총체주의를 제안한다.
논리실증주의자와 포퍼는 수학적 지식이나 논리학 지식처럼 경험과 무관하게 참으로 판단되는 분석 명제와, 과학적 지식처럼 경험을 통해 참으로 판별되는 종합 명제를 서로 다른 종류라고 구분한다. 그러나 콰인은 총체주의를 정당화하기 위해 이 구분을 부정하는 논증을 다음과 같이 제시한다. 논리실증주의자와 포퍼의 구분에 따르면 "총각은 총각이다."와 같은 동어 반복 명제와, "총각은 미혼의 성인 남성이다."처럼 동어 반복 명제로 환원할 수 있는 것은 모두 분석 명제이다. 그런데 후자가 분석 명제인 까닭은 전자로 환원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환원이 가능한 것은 '총각'과 '미혼의 성인 남성'이 동의적 표현이기 때문인데 그게 왜 동의적 표현인지 물어보면, 이 둘을 서로 대체하더라도 명제의 참 또는 거짓이 바뀌지 않기 때문이라고 할 것이다. 하지만 이것만으로는 두 표현의 의미가 같다는 것을 보장하지 못해서, 동의적 표현은 언제나 반드시 대체 가능해야 한다는 필연성 개념에 다시 의존하게 된다. 이렇게 되면 동의적 표현이 동어 반복 명제로 환원 가능하게 하는 것이 되어, 필연성 개념은 다시 분석 명제 개념에 의존하게 되는 순환론에 빠진다. 따라서 콰인은 종합 명제와 구분되는 분석 명제가 존재한다는 주장은 근거가 없다는 결론에 도달한다.
콰인은 분석 명제와 종합 명제로 지식을 엄격히 구분하는 대신, 경험과 직접 출돌하지 않는 중심부 지식과, 경험과 직접 충돌할 수 있는 주변부 지식을 상정한다. 경험과 직접 충돌하여 참과 거짓이 쉽게 바뀌는 주변부 지식과 달리 주변부 지식의 토대가 되는 중심부 지식은 상대적으로 견고하다. 그러나 이 둘의 경계를 명확히 나눌 수 없기 때문에, 콰인은 중심부 지식과 주변부 지식을 다른 종류라고 하지 않는다. 수학적 지식이나 논리학 지식은 중심부 지식의 한가운데에 있어 경험에서 가장 멀리 떨어져 있지만 그렇다고 경험과 무관한 것은 아니라는 것이다. 그런데 주변부 지식이 경험과 충돌하여 거짓으로 밝혀지면 전체 지식의 어느 부분을 수정해야 할지 고민하게 된다. 주변부 지식을 수정하면 관련된 다른 지식이 많기 때문에 전체 지식도 크게 변화하게 된다. 그래서 대부분의 경우에는 주변부 지식을 수정하는 쪽을 선택하겠지만 실용적 필요 때문에 중심부 지식을 수정하는 경우도 있다. 그리하여 콰인은 중심부 지식과 주변부 지식이 원칙적으로 모두 수정의 대상이 될 수 있고, 지식의 변화도 더 이상 개별적 지식이 단순히 누적되는 과정이 아니라고 주장한다.
총체주의는 특정 가설에 대해 제기되는 반박이 결정적인 것처럼 보이더라도 그 가설이 실용적으로 필요하다고 인정되면 언제든 그와 같은 반박을 피하는 방법을 강구하여 그 가설을 받아들일 수 있다. 그러나 총체주의는 "A이면서 동시에 A가 아닐 수는 없다."와 같은 논리학의 법칙처럼 아무도 의심하지 않는 지식은 분석 명제로 분류해야 하는 것이 아니냐는 비판에 답해야 하는 어려움이 있다.
이 지문에서 주목해야 하는 점은 크게 3가지 입니다.
1. 필자가 하고 싶은 말이 2문단에 나왔네?
이 지문은 기억하기 쉽게 부르기 위해서 보통 ‘포퍼콰인 지문’ 이라고 불리지만, 엄밀히 말하면 이는 틀린 말입니다. 왜냐면 이 지문은 콰인의 ‘총체주의’ 에 관한 지문이기 때문이죠. 이전 칼럼에서도 설명했지만, 필자가 하고 싶은 말이 1문단에 나오지 않는 경우가 있습니다. 이럴 경우에 학생들은 포인트를 잘못 잡고 글을 읽기 쉽습니다. 이번 지문도 지문 자체는 어렵지 않으나, 1문단을 포인트로 잡고 읽은 학생들에게는 큰 어려움이 있었을 법 합니다. 즉, 필자가 하고 싶은 말은 2문단에 나왔습니다. 그것도 마지막 문장에요. “이로부터 콰인은 개별적인 가설뿐만 아니라 기존의 지식들과 여러 조건 등을 모두 포함하는 전체 지식이 경험을 통한 시험의 대상이 된다는 총체주의를 제안한다.” 라는 문장이 핵심 포인트였던 거죠. 앞의 문단과 문장들은 결국 이 마지막 총체주의 문장을 제시하기 위한 문장들이었을 뿐입니다.
2. (저번 칼럼에서도 강조했지만) 공통적으로 언급된 것은 주의하자.(공통점/차이점)
칼럼에서 거의 매번 강조하지만, 글에서 공통적으로 언급된 것은 주의해서 읽어야 합니다. 1문단은 논리실증주의자와 포퍼에게 있어서 ~함 경우 예측을 도출한 가설이 하나씩 새로운 지식으로 추가된다고 하였습니다.
논리실증주의자는 ‘예측이 맞을 경우에’, 포퍼는 ‘예측이 틀리지 않는 한’ 그렇다고 주장했는데요. 둘 다 공통적으로 가설을 새로운 지식으로 추가할 때에 대한 내용이죠.
이는 17번 문제의 1번 선지로 출제되었습니다. 이런 식으로 평가원은 공통적으로 언급된 것(특히 공통적으로 언급되면서 주장이 다른 것) 을 문제로 출제합니다. 그러므로 우리는 이러한 부분을 읽을 때 눈에 불을 켜고 읽어야 합니다.
3. 4문단에 조심해야 할 문장이 있다.
4문단 첫문장을 봅시다.
“콰인은 분석 명제와 종합 명제로 지식을 엄격히 구분하는 대신, 경험과 직접 충돌하지 않는 중심부 지식과, 경험과 직접 충돌할 수 있는 주변부 지식을 상정한다. “
이 문장을 읽고 들 수 있는 생각은 크게 두 가지 입니다.
1.콰인은 분석 명제와 종합 명제로 지식을 엄격히 구분하고 그 대신에 경험과 직접 충돌하지 않는 중심부 지식과 경험과 직접 충돌할 수 있는 주변부 지식도 상정했구나.
2. 콰인은 분석 명제와 종합 명제로 지식을 엄격히 구별하지 않았구나.
어떤 문장이 맞을까요? 답은 2번 문장입니다.
‘
A하는 대신에 B한다.’ 를 평가원은 A 하지 않고 B를 한다 고 해석하길 원합니다. 만약에 이 문장을 제대로 독해하지 못하고 1번처럼 생각한다면 문제를 풀 때 그게 꼬일 수가 있습니다. 이 지문은 제가 현역 수능 당시 풀었던 지문인데요, 이 문장을 잘못 독해해서 시험장에서 큰 어려움을 겪었던 기억이 나네요.
포퍼 콰인 지문은 지문만 제대로 읽었다면 문제 푸는 것은 수월한 지문이었습니다. 제 칼럼을 잘 정독하시고 다시 지문을 보신다면 아마 쉽게 분석하실 수 있으리라 생각됩니다.
제 칼럼은 여기까지입니다.
늘 좋은 칼럼으로 찾아뵐 것을 약속드리며, 제 칼럼이 도움이 되셨다면 좋아요와 팔로우 부탁드리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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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초에서 3후반까지 진동하는데 어떻게 안정적으로 만들까염...
'총체주의' 지문이라는 멘트를 읽자마자 바로 내렸습니다^^
왜요???
남의 칼럼에... 이런 댓글 쓰기도 뭐하지만...
엄밀히 따지면 글 전체의 내용은 '총체주의'라기 보다는 '지식의 구분'에 대한 두학자의 견해차이죠
근데 팡일쌤도 총체주의 어쩌고 라구 해설하셨던것같은데 ㅠㅠ
누나 재능 충이었네 ㄷㄷ
칼럼 너무 깔끔하고
굿굿