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벅지 꼬집을 준비하고 가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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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피아트입니다. 저번 글에서 말씀드린 것처럼 올해 별다른 활동은 하지 못해도 이런 저런 도움이 될 만한 글을 올리려고 합니다. 이번에 올릴 글 역시 작년에 썼던 글에서 약간의 각색을 해서 올리는 두 번째 글입니다.
오늘이 제 한 기수 선배들이 볼 제9회 변호사시험 D-100일 이어서 이런저런 인사도 하고 하다 보니 문득 수능이 얼마 남았는지 궁금해서 찾아보니 수능의 경우 D-46일 이더라구요. 그래서 무슨 글을 올릴까 하다가 작년에 너무 수능에 임박해서 올려서 조금 아쉬웠던 내용의 글을 조금 일찍 올려보려고 합니다. 그래도 조금은 차분하고 이성적인 생각을 할 수 있는 지금이 이 글의 내용을 조금 더 잘 받아들이고 그에 따른 계획을 수립할 수 있을 거라는 생각이 듭니다.
수능 날 있었던 제 경험을 짧게 들려드리려고 합니다. 다른 선생님들께서 좋은 말씀 많이 해 주셔서 저는 다소 불편한 얘기를 하고자 하니 멘탈 관리 중이신 분들은 읽지 않으시는 게 좋지 싶습니다.
저는 13학년도와 14학년도 수능을 응시했습니다. 13학년도 1교시 언어영역 시험을 응시했는데, 개운한 느낌은 없었지만 대충 다 맞았단 느낌으로 1교시를 마쳤습니다. 마지막 5개 문제의 정답이 24242인가 25252였는데, 절대 하지마라는 쉬는 시간에 친구랑 답맞추기를 했습니다. 마지막 5개가 같아서 굉장히 편안한 마음으로 다음 과목을 응시했습니다. 수학은 30번 빼고는 다 풀었고 오후 시험도 기분 좋게 봤습니다. 13학년도에는 탐구를 세 개 응시하고 그 중 두 개만을 사용했는데, 탐구도 두 개 정도는 다 맞은 것 같아 쿨하게 제2외국어 응시포기서를 쓰고 친구랑 게임을 하면서 정답 발표를 기다렸습니다. 내심 수학 하나 틀리고 나머지 다 맞아서, 평소 가고 싶었던 고경이나 연경 중에 골라 쓰면 되겠다는 건방진 생각을 하고 있었습니다. 그러나, 7시 좀 넘어서 탐구까지 정답이 발표가 되고, M사의 빠른 채점서비스에 나온 결과는 충격적이었습니다. 언어는 어디서 틀렸는지도 모르겠지만 95점이 나왔고, 수학은 예상했던 30번 이외에 15번 18번을 틀려 세 개를 틀렸습니다. 영어 탐구는 나쁘지 않았지만 이미 앞에서 많이 틀려 원하던 학교 지원이 어려웠고 그 다음 수능을 준비했습니다.
대략 1년이 지나 14학년도 수능 시행일이 되었고 1년 전보다 떨리는 마음으로 수능장에 앉아 국어영역 시험지 배부를 받았습니다. 약 75분 후에 OMR 카드 작성을 하면서 시험지를 보니 45문제 중에 무려 10문제에 별표가 선명하게 쳐 있었습니다. 별표 중에 3분의 1만 틀려도 작년보다 못한 성적이 되고, 작년엔 편안하게 봤는데도 목표하던 점수에 미치지 못했는데 별표가 이렇게 많으면 얼마나 망했을까 하는 생각에 수학영역 시험 직전까지도 정신이 혼란했습니다. 시간은 늘 우리편이 아니란 걸 상기시키듯 수학영역 시험이 시작됐고 7번 문제부터 수월하게 안 풀리기 시작했습니다. 1년간 공부한 시간이 거짓말같이 주마등처럼 스쳐가기도 하고, 도대체 앞으로 뭘 하고 살지에 대한 걱정마저 같이 들기 시작했습니다. 그래도 어떻게든 시험을 끝내야겠다는 마음에 잡생각이 들 때마다 허벅지를 꼬집어 가며 한 문제씩 풀었습니다. 이 멘탈로는 30번을 풀 수 없다는 생각에, 29번까지만 풀고 반대쪽 허벅지를 꼬집어 가며 검토하고 수학시험을 마쳤습니다. 이후 오후 시험을 보고 집에 오는 길에 느낀 막막함과 멍함은 오정희 작가의 [중국인 거리]에 나온 노란 맛이 어떤 맛일지 상상할 수 있는 답답함이었습니다. 집에 와서 보니 허벅지에 시퍼렇게 멍이 들어있었지만 다행이도 채점을 했을 때, 국어에서 1문제, 수학에서 30번 한 문제를 틀려 원하는 학교에 지원할 수 있는 점수가 나왔습니다.
자랑스럽지도, 별로 감동적이지도 않은 저의 수능 응시 경험을 구구절절히 쓴 것은 수험생 분들께서 제발 마지막 시험 끝날 때까지 집중해서 시험을 보시길 바라는 마음에서입니다. 매년 컨설팅을 할 때, 한 문제 때문에 학교가 바뀌는 경우가 있는데, 그 중 가장 안타까운 경우는 1교시를 보고 멘탈이 나가 2교시 시험을 망쳤는데 알고보니 1교시 시험은 잘 봤던 경우입니다.
똑같은 난이도의 시험이라도 수능을 볼 때는 개운한 느낌이 들 수가 없습니다. 평소엔 90%정도의 확신만 있어도 답이라고 생각하고 넘어가지만 수능장에선 95%이상의 확신이 있어야 답이라고 생각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특히 국어시험 같은 경우엔 확신을 얻는 것이 더욱 어렵습니다. 그래서 국어시험이 끝났을 때 마음이 안 불편한 학생은 극소수의 최상위권과 시험 결과에 영향을 별로 안 받는 수험생 정도입니다. 따라서 마음이 불편한 것은 당연합니다. 저도 1교시 시험 이후에 마음이 편했던 13학년도보다 훨씬 더 준비되고 시험장에서 시나리오도 많이 써보고 들어간 14학년도 시험에서는 훨씬 더 불편한 마음으로 1교시를 마쳤습니다. 따라서 여러분들도 1교시 이후에 마음이 불편할 확률이 굉장히 높고, 그에 맞게 준비를 해야 합니다.
저는 시험장에서 잡생각과 포기하고 집 가고 싶은 생각이 들 때마다 허벅지를 꼬집어 가며 버텼습니다. 물론 허벅지 꼬집는 것은 순간적으로 잡생각이 들지 않게 하기 위한 처방이고 기본적으로 상황에 맞는 시나리오를 준비했습니다. 어느 과목 어느 지점에서 막히면 어떻게 할지 등을 시간별로 시뮬레이션 하면서 쓴 시나리오가 과목당 3-4p는 됐었던 것 같습니다. 수능 시험장에서 문제가 생기면 어떡하지를 걱정하는 것은 정말 무의미합니다. 정도의 차이는 있어도 이런 상황이 일어날 것은 분명하니 꼭 하나씩 방법을 갖고 시험장에 들어가시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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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론 손가락걸기
와 진짜 저번 슬럼프 글에 이어서 이렇게 감명깊게 읽은 칼럼은 처음이네요. 재수 하는 입장에서 너무 공감됩니다 감사합니다!
ㄹㅇ 국어에서 멘붕안당하는거 중요
감사합니다 해피엔딩이라 좋은데 국어 잘하는 경우, 1교시 멘탈 흔들리면 치명타라 걱정이 됩니다. 딱 풀수있는 정도로만 어려웠으면 좋겠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