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력 [765023] · MS 2017 · 쪽지

2019-11-05 23:56:41
조회수 560

1년만에 오르비 찾아뵙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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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갑자기 메일에 휴면계정되었다고 뜨길래 들어왔는데

예전에 썼던 글 다 보면서 고3때 느꼈던 감정 같은 것들이 새록새록하네요

실력은 없지만 괜히 꿀리는거 같아서 그냥 못하는거 숨키고..

일반고 수시 적폐라고 오르비에서 논쟁하던 때도 일반고도 그만큼 힘든 점이 있다고 댓글 남길 때도 있었는데..


  돌아보니까 그냥 그때는 제가 자존감이 참 낮았던 것 같아요

수능 공부도 게을러서 제대로 하지도 못해서 불안감이 컸죠

후반가면 이런 생각이 들더라고요. "이제 와서 비문학 이론 이런거 한다고 뭐가 달라지나?"

왜냐면 공부란게 큰 틀을 우선 정립하고 그 이후로 자잘한 정보들을 더하는 건데 저는 큰 틀을 만들지 못하고 불안감에 계속 자잘한 것들에만 신경썼기 때문이죠


  수능때 3합8의 성적으로 어디 서울 변두리에 있는 학교도 못 갈 점수를 가지고,

운이 좋게도 내신 잘 받아둔 것만으로 겨우 한양대에 입학했어요

그런데 자격지심이 심하더라고요. 학점이 구린건 아닌데 그냥 정시 애들이랑 갭이 엄청나니까

그냥 주눅들더라고요.


  지금 생각해보면 제가 조민처럼 부정입학으로 학교를 간 것도 아닌데 지혼자 어깨도 못펴고 다녔다는 게 참 웃기긴 해요.

그냥 아직까지 열등감이 있었던 것 같아요.

제가 그냥 수만휘같은 곳에서 수시러들끼리 서로 똥꼬빨며 지냈다면 이런 박탈감이 들지는 않았겠죠.


  오르비는 유익한 정보도 많고, 수험생들끼리 소통할 수 있는 좋은 곳이기는 하지만

의대, 서울대 뱃지같은 걸로수험생들에게 학벌주의를 조장하고 대깨의처럼 대학 진학 시 가치관 형성에 문제를 줄 수 있는 점에서 꽤나 문제가 있는 곳이라고 봐요 저는.

제가 이런 커뮤니티를 몰랐을 당시에 목표 대학이 홍대 건축학과였어요.

한 1년을 물들고 나니 자기 그릇에도 안맞는 의대를 꿈꿨지만 말이죠


  제가 조언할 위치는 아니지만, 조국이 말했던 것처럼 모두 용이 될 필요는 없더라고요

용이 되려 발악하다 지렁이되는 것 보다는 그냥 자기 능력에 맞게 붕어가재에 만족하는 게 낫더라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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