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냥 읽어서는 안 풀리는 비판 문제를 푸는 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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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 예시문항에서 비판 문제가 두 개나 나왔습니다.
위와 같은 유형의 문제들은 두 가지 능력을 평가합니다.
1. 글에서 주장과 전제를 찾아낼 수 있는 능력
2. 1에서 찾아낸 전제, 또는 주장과 전제 간의 관계를 평가할 수 있는 능력
그래서 위와 같은 문제를 본다면, 의식적으로 글의 주장과 전제를 찾아내셔야 합니다.
그냥 읽으면 안 된다는 말입니다. 설령 다른 문제에서는 그읽그풀을 하더라도, 비판 문제를 풀려면 주장과 전제를 명료하게 뽑아내겠다는 뚜렷한 목적을 가지고, 지문을 다시 보셔야 합니다.
이원론과 동일론 지문으로 예를 들어 봅시다.
위 문단에서 동일론의 주장은 무엇일까요?
(주장) 물리적 체계는 인간과 마찬가지로 언어를 사용하거나 수학적인 추론을 해낼 수 있다.
이를 뒷받침하는 전제는 두 가지가 있습니다.
(전제1) 물리적 체계인 컴퓨터는, 인간과 동일한 종류의 언어를 사용한다.
(전제2) 물리적 체계인 컴퓨터는, 인간과 동일한 종류의 수학적 추론을 한다.
데카르트의 시대에는 언어를 사용하거나 수학적 추론을 하는 기계가 없었지만, 우리 시대에는 컴퓨터가 등장하게 되었기 때문에 이러한 설명히 가능해진 것입니다.
그런데, 이에 대해 '컴퓨터의 언어는 인간의 언어와 다르지 않은가?'라는 반박이 가능하다는 걸 동일론자는 미리 예상하고 있었습니다. 그래서, '종류의 차이가 아니라 정도의 차이다'라고 미리 대답을 한 것입니다.
이제 주장과 전제를 찾아냈으니 비판을 하면 됩니다. 비판의 방법은 크게 두 가지입니다.
방법1. 전제로부터 주장이 도출되지 않음을 밝힌다.
방법2. 전제가 거짓임을 밝힌다.
방법1을 먼저 적용해 봅시다. 전제1과 전제2가 맞다면, 주장도 맞다고 인정할 수 있습니다. 따라서 방법1로는 적절한 비판을 하기 어렵습니다.
다음으로 방법2를 적용해 봅시다. 즉, 전제1과 전제2가 틀렸음을 밝히면 됩니다. 그래서 이원론자는, 컴퓨터 언어와 인간의 언어 간의 차이는 "정도의 차이(양적 차이)가 아니라 종류의 차이(질적 차이)다"임을 밝히면 됩니다. 그러려면 이를 지지하는 전제를 찾아오면 되겠죠?
실제로 9번 문제에서 정답이 아닌 4개의 선지들은, 모두 컴퓨터와 인간의 언어나 수학적 추론 간에는 질적 차이가 있음을 밝히고 있습니다.
다른 예를 하나 볼까요?
먼저 주장과 전제를 찾아냅니다. 시험 끝난 다음에 하는 게 아니라, 시험장에서 하시는 겁니다.
(주장) 시장에는 비시장적 요소가 필요하다.
(전제) 비시장적 요소가 없으면, 반시장적 행위들을 통제하기 어렵다.
역시 방법2를 적용할 수 있습니다. 전제를 공격해 보죠.
비시장적 요소가 없어도, 반시장적 행위들을 통제할 수 있다.
이는 5번 선지와 일치합니다. 바로 정답을 고를 수 있겠네요. 조금 더 어려운 예를 하나 더 보겠습니다.
주장은 ㉡에 드러나 있습니다. 그런데 새로운 사실주의를 사실주의라고 부를 수 없다고 주장하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바로 전 문장을 봅시다. '그와 같은 변형을 실재로부터의 이탈로 판단하게 될 것이다.'
그리고 뒷 문장을 봅시다. '실재를 꿈으로 변형시켰다고 생각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즉, 사실주의는 실재를 드러내야 하는데 새로운 사실주의는 실재를 드러내지 않고 대상을 실재가 아닌 것으로 변형하는 것처럼 보이기 때문에 사실주의라고 부를 수 없다는 뜻입니다. 다음과 같이 정리할 수 있습니다.
(주장) 새로운 사실주의는 사실주의가 아니다.
(전제1) 새로운 사실주의는 대상을 변형한다.
(전제2) 대상을 변형하는 것은 사실주의가 아니다.
전제로부터 주장이 논리적으로 도출되는 것은 확실합니다. 그렇다면 새로운 사실주의의 입장에서 반론을 하려면 전제1이나 전제2를 공격해야 합니다. 그런데 새로운 사실주의는 대상을 변형하라고 말하기 때문에, 전제1에는 동의할 수밖에 없습니다. 따라서 전제2를 다음과 같이 공격하면 됩니다.
대상을 변형하는 것도 사실주의일 수 있다.
이제 이를 뒷받침할 수 있는 선지를 찾으면 됩니다. 대상을 변형한 것이 왜 사실주의가 될 수 있을까요? 지문에서 말하기를, "또 다른 관점에서는 이러한 변형이야말로 인간의 눈을 실재에로 열어 놓았다고 말할 수 있다."라고 합니다. 사실주의의 이상은 실재를 드러내는 것입니다. 즉, 실재를 드러내는 것이 사실주의인데, 대상을 변형하는 것 역시 실재를 드러낼 수 있으므로, 사실주의라고 볼 수 있다는 것입니다.
(주장) 대상을 변형하는 것도 사실주의일 수 있다.
(전제1) 실재를 드러내는 것이 사실주의이다.
(전제2) 대상을 변형해도 실재를 드러낼 수 있다.
여기까지 정리가 되었다면, 정답을 골라낼 수 있습니다.
② 보이는 대로의 자연에 충실하라는 것도 하나의 예술적 이상에 따른 기획이다.
'보이는 대로의 자연에 충실하라는 것'은 기존의 사실주의입니다. 그런데 이것 역시 하나의 예술적 이상에 따른 기획이라고 하고 있습니다. 여기서의 '하나의 예술적 이상'은 '실재를 드러내는 것'이라고 생각할 수 있겠죠. 따라서 ②번 선지는 "기존의 사실주의도 실재를 드러내기 위한 기획이다"로 이해할 수 있으므로, 전제1과 일맥상통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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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리
1. 비판 문제를 풀 때는 주장과 근거를 의식적으로 정리해야 한다.
2. 근거로부터 주장이 논리적으로 도출되지 않을 경우 그에 대해 비판할 수 있다.
3. 근거가 거짓일 경우 그에 대해 비판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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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은 meet에 나왔던 슈르리얼리즘 지문인가요?
쉬르리얼리즘이 맞는지는 모르겠지만, 2005 MEET에 출제된 지문입니다!
감사합니다! 잘보고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