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교하지말자 [401975] · MS 2012 · 쪽지

2013-11-04 23:32:38
조회수 11,693

필연의 길을 따라 집요하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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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적되는 생각들은 자신을 짓누릅니다.


밝은 생각은 따듯한 바람 처럼 밀도가 낮아
금세 하늘 위로 날아가버리지만
어두운 생각들은 찬바람 처럼 밀도가 높아
바닥에 쌓입니다.
우리는 이것을 '불안'이라고 부릅니다.

수능을 앞둔 그대들은 어떤 생각을 가지고 있을련지요?

결정되지 않은 수능성적에 대한 막막함때문에.
일주일만 더 있었으면 좋겠다는 도피감때문에.
작년의 악몽같은 기억의 짓누름때문에.
혹은 잘못 되었을 경우의 다음날에 대한 위기감때문에.
혹은 지금 까지 짊어져온 책임감 때문에.

아니라면.

충분히 준비한 뒤 가질 수 있는 자부심 덕분에. 
지금까지 버텨온 자신에 대한 자긍심 덕분에.
시행착오는 이제 끝이라는 자기확신 덕분에.
혹은 내년부터의 삶에 대한 희망감 덕분에.
혹은 이제는 쉴 수 있다는 안도감 덕분에.

이러한 개개인의 생각들이
우리들의 '그날'을 대하는 태도를 결정해주겠죠.

인생은 상황과 태도의 사분면으로 나뉘지 않습니까?

부정적인 상황에서도 긍정적인 태도를 가질 수 도 있고
긍정적인 상황에서도 부정적인 태도를 가질 수 있죠.

이를 영국의 철학자 '러셀'은

'인간은 명랑한 염세주의자가 될 수도 있고
우울한 낙천주의자가 될 수도 있다.'
라고 이야기했죠.


삶은 마지막까지도 비논리적입니다.

우리는 태어남을 선택하지 않았지만
모든 '상황'들은 우리들 앞에 주어져있죠.


어느새 정신을 차려보니
가족,친척,친구등 지인에게
'수능 잘봐! 화이팅!' 이라는
문자 혹은 카카오톡메시지의 갯수를 세다보면
어느새 수능시험장에 앉아있는
자신을 발견하게 될 만큼만 시간이 남아있네요.


아마 이 상황은 누구에게나 똑같을 것입니다.
하지만 이 상황을 대하는 '누군가'의 태도는
제 각각 이겠죠.

그대들은 어때요? 

라는 질문을 하기전에

올해. 처음으로 수능을 안보게된
저의 이야기를 하려해봅니다.

수능을 3번이나 봤고(사실 4번..?)
실패했던 경험도 있기에 무비판적으로
받아들여서는 안될것 같습니다.

그래도 이야기를 이어나가자면...

첫번째 수능은. 아니 수능체험은

고2때 한타임씩 늦게. 학원에서 본
435의 결과가 나온 수능이었죠.
저는 제 자신의 결과엔 별로 관심이 없었기에
수능시험을 보는 집 앞의 제가 나온 중학교에 들렀죠.

여학생들이 시험을 보더군요.

학교 정문에 서있으면서 
이제는 고3이 된다는 야릇한 심정에.
수능본 학생들이 울며 뛰쳐나올까(?)하는 요상한 상상에
제 자신의 흐르는 생각들을 유지시켰습니다.

별거 없더군요.

소문(?)으로만 듣던 수험표를 얻기위해
시험보러온 공부에 관심없는 이쁘장한 아가씨.

그냥 터벅터벅걸어와 안아주는 아버지에게 
고개를 끄덕인뒤 자가용안으로 들어가는 아가씨.

목에는 긴 목도리를 두른채, 선선한 날씨 속에서
투벅투벅 혼자 정문을 나가던 아가씨.

모두들 박수받을 만한 모습들 이었습니다.


나의 진짜 첫수능에는.
막판까지 놓지않던 기출문제 EBS.
친구들끼리의 진한 격려.
집에 필요이상으로 많이 들어온 초콜렛과 찹살떡.
고개를 끄덕여 주시는 부모님.

그리고 평소보다 1시간정도 일찍 침대위에 누운 나자신.

담담하게 부모님보다 더 담담하게.
평소대로 6시에 일어나 준비하고 짐싸들고
가족과 걸어서 수능시험장으로 갔습니다.

두번째 수능은.
실패한 독학재수과정때문에.
'될대로 되라' 라는 식으로
컨디션관리만 하고 들어간 수능장이었죠.

역시 결과는 '될대로 되'버리더군요.

그리고 마지막 수능은.
미칠듯한 불안감과 기대감의 교차.
거지같은 익숙함.
혹은 잔인할정도로 익숙해진 노련함.
약간은 섭섭한 무관심까지.
언어로 규정할 수 없는 복합적인 감정에 굴복하고
그저 지금까지 견뎌온 자신에 대한 토닥거림으로.
그날을 맞이 했지요..


우리들의 '차이'는
동등한 상황에 벌어지는
제 각각의 '태도'에서 일어나는 것 같습니다.

그런 '태도'로 규정되는 것이 자신의 '자아'이구요.


우연과 필연.

제가 굉장히 좋아하는.
겉으로는 배치되는 두 단어입니다.

어떨때는 우연에 기대는 삶이 흥미롭고.

어떨때는 필연을 집요하게 따르는 삶이 자랑스럽습니다.


제가 지금 무슨 이야기를 하고있지 모르겠는데.
아마 수능 3일 남은 그대들도 자기가 지금 무슨 생각을 하고있는지 모를겁니다.

제가 해주고 싶은 말은 그저

힘내라구요.
그저 투벅투벅 걸어나가다보면
끝이 나 있을 거라구요.
그 끝이라는 결과는 그냥 받아들이면 된다구요.
어쩌면 그 끝은 새로운 시작일수도 있다구요.
그러니 힘내라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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