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나나기차 [477377] · MS 2013 (수정됨) · 쪽지

2023-06-12 00:33: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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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대를 자퇴한 나에게, 학벌이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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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여러분을 위해 매주 3편의 편지를 쓰고 있습니다.

카톡으로 전달받는 3편의 편지, 편하게 읽어보세요.


어떤 편지인가요?https://bit.ly/mental_letter

모바일이라면 링크를 꾸~욱!



---------------원문-----------------


간단히 소개하자면, 저는 재수 끝에


정시로 의대, 서울대, 연세대에 합격했습니다.


의대를 선택하지 않고 서울대에 입학하였지만


결국 서울대를 자퇴한 후 고졸로 살아가고 있습니다. [1]




대부분의 메타가 도움보다는 소음에 가까웠기에


그냥 멀리서 지켜만 보고 참여한 적이 없었는데


이번 메타의 주제는 제가 오랫동안 생각해왔던, 


꼭 들려주고 싶었던 주제라 글을 남깁니다. [2]




이 메타에 참전하지 않은 학생들이라도 


수험생 모두에게 도움이 될 수 있도록 


이야기를 풀어나가 볼게요.



글이 평소만큼 짧진 않지만


마지막까지 읽어보시는 걸 추천드립니다.


진심을 담았습니다.




* 메타보고 바로 쓴 글이라

평소 칼럼과는 다르게 독백체입니다.


* (추가) 스크롤 압박은 댓글 덕분(?)입니다.












"학벌이 그렇게 중요한가요?


제 자신을 이렇게 갉아 먹으면서까지 


얻어야 할 의미가 있는지 잘 모르겠어요.


이제 학벌도 큰 의미가 없다는데.."





특히나 지금 시기에 학생들과 상담하다 보면


이런 얘기를 정말 많이 듣는다.


그러면 나는 이렇게 대답을 해준다.




"그래? 의미가 없으니까 더 열심히 하자."








왜 이렇게 모순적인 조언을 해주는 것일까?


과연 이런 조언이 학생들에게 도움이 될까?




그 답은 나에게서 찾을 수 없지만


학생들은 그렇다고 말한다.


그리고, 변한다.





학생들과의 상담은 1:1이고, 긴 시간을 할애할 수 있지만


칼럼은 그렇지 않으니 최대한 간략하게 정리해보았다. [3]



한 가지의 이유를 두 가지 온도로.







우선, 냉정하게 이야기를 해보자면



"그건 너의 생각이다."



우리가 처한 현실(시간/공간/사회/문화)이라는 


특정 프레임 안에서 현재 우리가 하고 있는 생각일 뿐이다.





어떻게 이렇게 냉정하게 단언할 수 있을까?





나에게 정말 의미 있다 생각되는 일이 생겼는데


그 일을 내가 할 수 있는지 없는지에 


학벌이 절대적인 요소로 작용한다는 걸 안 그 순간


학벌은 여러분의 의지와 상관 없이 


덜컥, 


의미가 생겨버린다. 





과연 우리는 이런 순간을 피할 수 있을까?




그렇지 않다고 생각한다.


우리가 사는 사회가 더 이상 


학벌을 중시하지 않는 방향으로 흘러가도


우리는 그 흐름 안에 있는 하나의 일 뿐이다.




당신이 이어지고 싶은 또 하나의 점이 


그 흐름 안에서 역행하려 한다면


당신은 그 점과 이어질 수 없다.




당신이 속한 소용돌이가 전체 흐름과 반대로 회전한다면


당신에게 더 직접적으로 영향을 미치는 것은 


전체의 흐름이 아닌 국지적 소용돌이이다. 




쉽게 말해서,


우리가 살아가면서 느끼는 의미


대개 라는 하나의 만으로 느끼기 어렵다는 것이다.




나라는 점과, 또다른 점 사이의 연결,


그 연결에서 의미가 생겨난다.






이제 조금 더 온도를 높여 이야기 할 차례다 :)


물론, 너무 뜨겁지 않게.





학벌은 중요한가?라는 물음 대신에 



이런 물음을 던져보고 싶다 




학벌은 소중한가?





학벌은 중요하지 않고 딱 잘라 말하는 사람이라도 


이 질문을 마주하면 멈칫하게 될 수밖에 없다.



아이러니하게도, 나는 그 사람이 


이미 좋은 학벌을 가지고 있을 때


더더욱 멈칫하게 되는 경우를 많이 봤다.




왜 이런 반응이 나오게 되는 걸까?




"중요한가?"라는 말에는


나를 배제(exclude)한 사회/집단적 관점으로 반응하지만




"소중한가?"라는 말을 듣는 순간


나, 그러니까 개인적 관점으로 생각이 수렴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상하지 않은가?




소중하다는 것은 의미있다는 것이고


의미있다는 것은 적어도 나에게


중요하다는 것이다.






우리는 너무 자주 잊고 사는 게 아닐까?


소중한 것은 중요하다는 간단한 진실을,





앞으로 여러분들이 대학을 거쳐 사회로 나가면


의미 없는 일들을 많이 하며 힘들 수 있다.



지금도 그렇다고 생각하며 수험 생활을


힘들게 버티는 학생들이 있다.





의미있다 생각한 일이 


내 예상과는 전혀 다르게


그렇지 않음을 깨닫고 힘들 수 있다.




그렇다고 하더라도 좌절하지는 말자.




의미있다 생각했던 일이 


그렇지 않음을 깨닫게 되는 경우만큼이나



의미없다 생각했던 일


내 예상과는 전혀 다르게


소중한 의미로 다가오는 경우 또한 많다.




라는 하나의 이, 


또다른 어떤 연결되며 


덜컥, 생겨버린


예상치 못한 소중한 의미가 말이다.




그런 소중한 의미를 찾기까지의 과정에서


나만의 흐름과 방향을 찾기까지, 여러분은 


수많은 소용돌이에 휘말리게 될 수 있다.




여러분이 선택하지 않았지만 벌써 익숙해져 버린 


사회의 구조적 문제에 분노할 때가 있을 것이며



여러분이 몸담고 있는 집단의 구조적 문제로 인해


나라는 개인과 집단의 가치관 사이에서 


고뇌하게 될 때도 분명 있을 것이다.





그래서 나는 이런 생각을 공유하고 싶다.




사회/집단의 구조적 문제에 휩쓸리지 않으며


나라는 개인을 가장 빛나게 할 수 있는 방법은


흘러가는 내 소중한 시간을 지키는 방법뿐이다.


그렇게 나라는 을 열심히 키워가는 방법 뿐이다.





그 방법 중 하나인 학벌로 다시 돌아와보자.




아니, 어릴 적 찍은 사진들을 모아 놓은 앨범을 보자.


앨범의 표지를 넘기면 해맑은 내가 나온다.



그리고 온통 살색이다. 


다 벗고 있다.




그런데 앨범을 넘기다 보면 


부모님이 억지로 찍자고 해서인지


아니면 단지 햇빛이 눈부셔서인지


종종 찡그린 내가 나오기도 한다.



그리고 우리는 옷을 입고 있다.


매번 조금씩은 다른 모양의, 


다른 색의 옷을 입고 있다.





혹시 여러분 중에 어릴 때 입었던 옷을 


전부 켜켜이 접어 보관해 둔 사람이 있는가?




여러분보다 여러분의 그 시절을 


끔찍히 사랑하시던 부모님도


그렇게는 하지 않으셨을 것이다. [4]




새로운 옷을 입어야 할 때가 되었음을 알기에


여러분이 성장하고 있음을 알기에


어떤 옷을 입힐까 고민하셨고,


여러분은 벌거벗지 않았다.





학벌도 마찬가지가 아닐까?




우리는 언젠가 학벌이라는 옷을 벗고 


또 다른 옷을 입어야 한다.


성장해야 한다는 말이다.



그렇게 성장을 이뤄내고


새로운 옷을 입은 사람들은 이제,


학벌이라는 옷을 옷장에 걸어둘 뿐이다.




학벌이라는 옷은 그래서 무섭다.



내가 지금껏 입었던 옷 중에 가장 멋있기에


그 옷을 입은 나에게 심취한다.


그 옷을 벗기가 무섭다.




어릴 때와 달리 겉모습의 큰 변화가 없기에


새로운 옷을 찾아야 할 필요성을 망각하고


딱 거기서, 


성장을 멈춰버리기도 한다.





성장하지 못한 채 여전히 같은 옷을 입는 사람은


해져가는 옷의 팔꿈치, 엉덩이 부분을 보지 못한다.



"학벌이 다가 아니네." 




학생이 아닌 사회의 일원으로서 다같이 섰을 때


자신만의 새로운 옷을 입은 사람들 사이에 종종


여전히 해진 옷을 입고 있는 사람들이 존재하기에 


이런 말이 나오는 것이다. [5]





나 또한, 


학벌이란 옷을 입은 나에게 심취한 순간이 있었다.


그러나 다행히 그 심취에서 벗어날 수 있었다.



더 나아가, 학벌보다 더 의미가 있는 가치를 찾아냈고



그 가치가 너무 커서 용기를 내 그 옷을 과감히 버렸다. [6]




하지만


내가 입었던


그 옷을 입었던


그 옷을 입었던 나의 시간 


모든 것들이 여전히 소중하고 중요하다.



그 옷을 입고 찍은 사진들을 여전히 본다.




여러분도 여전히 보고 있다.



내 프로필에 붙어 있는 S 마크 또한 그 중 하나이고


내가 집필한 교재와 모의고사에 적힌 프로필 한 줄이


여러분이 보는 나의 사진들이다. [7]





교육계가 아닌 일반 사회에서 


나는 학벌이라는 옷을 입고 다니지 않는다.


학벌이라는 옷을 입고 찍은 사진을 굳이 보여주지 않는다.




그러나 내가 그 옷을 입었다는 사실을 감출 수는 없다.


옷이란 본래, 사회적인 요소를 가지고 있기에.




그렇기에 억지로 드러내지도, 


억지로 감추지도 않으려 한다.


그러다 종종 


내가 그 옷을 입었다는 사실을 까먹기도 한다.




내가 어떤 옷을 입으면 좋을지 고민하는, 


어떻게 성장해나가야 할지 고민하는


기분 좋은 스트레스 덕분이다.





개인적으로, 이 글을 지금까지 읽은 여러분이 


앞으로 성장하며 다양한 옷을 입어보면 좋겠다.



그리고 그 다양한 옷 중에 하나가 될 학벌도


여러분이 입었을 때 가장 기분 좋은 옷이면 어떨까?


하는 생각도 든다.







"결국 자퇴할 걸 알고도, 


다시 재수생으로 돌아간다면 


서울대를 목표로 도전할 것인가?


아니, 재수 자체를 결심이나 할 것인가?"





누군가 나에게 이렇게 물어본다면


조금 오글거릴 순 있지만 


내 대답은 아주 짧은 문장이 될 것이다.






"소중한 시간이었다."





그리고 여러분에게는


지금이 소중한 시간이다.


지금이, 훗날 소중해질 시간이다.



여러분의 소중한 시간을 쓰기로 결심했다면


더이상 헛되게 흘러가게 내버려 두지 않기 바란다.




물론 생각했던 옷을 입지 못하게 될 수 있다.


내가 고3 때 그랬던 것처럼.




하지만 여러분이 보내는 이 순간들 또한


여러분에게는 한 장 한 장의 사진으로 남을 것이다.




비록, 찡그린 표정으로 찍힌 사진이더라도


그 찡그림이 무엇을 위함이었는지 추억한다면


또 다시 달려나갈 원동력이 되어줄 거라 믿는다.





길었던 글을 마무리해보려 한다.





돌이켜 보면 나는, 


운이 좋았던 것 같다.




상담하며 요즘 학생들이 겪는 고민들을 듣다 보면


내가 했던 고민들과 종류는 같지만, 


그들의 고민의 크기는 너무 크다.




그렇기에 다짐했다.


수면 위에 드러나 있는 작은 문제보다


수면 아래에 있는 더 큰 본질적인 문제에 집중하자.






모순이라는 것은 참 신기하다


모순은 사람들을 끌어모으는 힘이 있다.




그래서 나는 모순을 사랑한다.



여러분 한 명, 한 명의 존재와 같이


소중하고, 의미있고, 중요하다.





소중하니 


의미있고 


중요하다



이것이 내가 생각하는 학벌의 의미이다.


여러분에게도 그랬으면 좋겠다.


그래서 더 힘냈으면 좋겠다.






"학벌이 그렇게 중요한가요?


제 자신을 이렇게 갉아 먹으면서까지 


얻어야 할 의미가 있는지 잘 모르겠어요.


이제 학벌도 큰 의미가 없다는데.."





"그래? 의미가 없으니까 더 열심히 해보자 우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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