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기 [1174138] · MS 2022 (수정됨) · 쪽지

2024-07-10 22:29: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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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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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7/10 수


비가 구름으로부터 날아오른다. 수 많은 빗방울들 여행의 종지점을 알리는 소리가 유독 컸다는 뜻이다. 5시 54분, 현재의 시간과 어제 마지막으로 기억한 시간의 간단한 셈계산으로 아침을 시작한다. 11시간, 내 인생에서 11시간이 또 없어진 것이다. 인간의 생애 중 1/3은 잠을 잔다는데, 삶의 주체가 그만큼을 효용-충만하다고 생각하지 못하게 된다면, 그것이 무슨 소용이겠는가, vice versa. 하지만, 지난 밤동안 자성(自性)을 지각한 채로 있었다면, 과연 유의미한 행록을 남길 수 있었는가에 대한 매몰비용이나 어제는 유독 긴밤을 청했으니, 오늘 잠은 다 잤다와 같은 간계를 생각하는 것은 내게 외람적이다. 나는 그저 내 인생을 하나의 단편으로 보는 ‘신’의 욕구를 충족시키며 정해진 미래를 묵묵히 밟아가는 것이다, 그를 헌사하는 것이다. 늘 그렇듯, 같은 목적지를 향하며, 같은 장소에서, 같은 휴대폰으로 시간을 확인한다. 평소의 빗줄이였다면 모래알들이 박혀있겠지만, 유독 검은 화면에 사선으로 맺힌 큼지막한 물방울들은 오늘이 얼마나 고된 날인지 다시금 나에게 치부시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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