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뎅ㅇㅣ [753112] · MS 2017 (수정됨) · 쪽지

2024-09-09 14:24:13
조회수 1,113

[지구과학1] 허블 법칙 - 지구과학 15수능 14번은 오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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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지구과학에 대해 항상 이상한 뻘글을 쓰고 있는데, 이번에도 이상한 주제를 하나 가져와봤습니다. 아래는 허블 법칙에 대한 15수능 지구과학2 14번 문제인데요, 한번 ㄷ선지를 풀어보세요.


답이 나오셨나요? 혹시 2번이 나오셨나요? 답은 2번이 맞습니다만 ㄷ선지를 어떻게 풀이하셨나요? C가 20억 년 전에는 더 가까우니까 v=Hr해서 더 작다! 라고 푸셨나요?

만약 그렇게 푸셨다면... 이 글을 꼭 읽으시길 바랍니다.



먼저 우리 우주의 팽창이 어떤 식으로 이루어지는지, 은하의 후퇴가 어떤 식으로 이루어지는지에 대한 정확한 이해가 필요합니다.

개념 강의나 여러 개념서, 혹은 교과서에서 이런 예시를 많이 봤을 겁니다: 풍선에 스티커를 붙여놓고, 불면 스티커 사이 거리가 멀어진다.

네, 이 예시가 말하는 건 은하의 후퇴는 은하 자체가 움직이는 게 아니라, 우주의 팽창에 의해 공간에 박혀 있는 은하가 멀어지는 것처럼 보이는 것이라는 거죠.

이번엔 제가 그린 그림을 통해서도 이해해 봅시다.

4cm짜리 고무 밴드가 있고, 이 밴드에 1cm 간격으로 점을 찍었다고 합시다.

그리고 이 고무 밴드를 우주로, 찍은 점은 은하라고 생각해 보세요.

만약 4cm짜리 고무 밴드를 1.5배 늘리면 우주의 크기는 6cm로 1.5배 팽창합니다.

그런데 가장 왼쪽 은하와 각 은하 사이의 거리도? 1cm는 1.5cm로, 2cm는 3cm로, 3cm는 4.5cm로 모두 각각 1.5배씩 늘어납니다.


당연한 결과입니다. 점은 움직이지 않고 밴드에 박혀 있으니 우주의 팽창을 따라가는 것이죠.

은하도 마찬가지입니다. 은하는 움직이지 않고 우주에 박혀 있기 때문에, 우주가 어떻게 팽창하느냐에 따라 은하의 후퇴 움직임도 따라갑니다.

그러니까, 어느 시점에 우리은하로부터 특정 은하까지의 거리는 그 시점의 우주의 크기와 비례한다는 것이죠.


그렇다면 우리 수학적으로 생각해봅시다.

시간 t에 따른 우주의 크기를 a(t)라고 함수식을 잡아봅시다. 그리고 t=0일 때는 빅뱅의 그 때이므로 a(0)=0일 것이고, t=현재=약 138억 년일 때의 우주의 크기를 1이라고 해봅시다. (올해 9평 17번의 그 우주의 척도 맞습니다^^)

그러면 우리 우주는 지금 가속 팽창 중이니까 y=a(t)는 대충 이렇게 그려지겠죠?

자 우주의 크기는 a(t)입니다. 이번엔 시간 t에 따른 우리은하로부터 어떤 은하 P까지의 거리를 rP(t)라고 해봅시다.

위에서 우리은하로부터 특정 은하까지의 거리는 그 시점의 우주의 크기와 비례한다고 했지요? 그러면 a(t)에 어떤 적당한 상수를 곱하면 rP(t)가 구해지겠군요?

rP(t) = k * a(t)

라고 표현할 수 있겠네요. 여기서 k는 은하별로 당연히 다 다른 값이겠지요. 이를 다른 은하들에도 모두 적용할 수 있습니다. 그럼 시간에 따른 은하들까지의 거리는 아래 그림처럼 표현되겠네요.

자 이제 은하의 후퇴 속도가 무엇인지 다시 생각해 봅시다.

은하의 후퇴 속도란 무엇일까요? 일단 움직이고 있는 물체의 특정 시각의 속도란 것은 당연히 순간 속도를 말하는 것이겠죠.

이는 시간에 따른 위치의 특정 시점의 접선의 기울기입니다.

즉, 위에서 말한 은하 P로 다시 예를 들면 어느 시점 t에 P의 후퇴 속도는 결국

d/dt rP(t) = rP'(t)입니다.

그런데 rP(t) = k * a(t)라고 했으므로

rP'(t) = k * a'(t)입니다.

a'(t)는 과연 뭘까요? 바로 우주의 팽창 속도입니다.


아하! 어떤 시점에 은하의 후퇴 속도는 그 시점의 우주의 팽창 속도와 비례한다는 사실을 알았습니다.

다시 돌아와서 위 기출문제의 ㄷ선지를 봅시다.


ㄷ. 20억 년 전 우리 은하에서 본 C의 후퇴 속도는 현재와 동일하다.


그러니까, 이 말은 결국


20억 년 전 우주의 팽창 속도는 현재와 동일하다.


와 동치인 문장입니다. ..... 혹시 풀 수 있으신가요?

우리 우주는 감속하다가 다시 가속하는 우주 모형입니다.

즉, 과거에 감속 팽창하던 어떤 시점에는 우주의 팽창 속도와 현재와 같은 시점이 있었다는 얘기입니다! 심지어는 더 빨랐던 적도 있어요!

그 시점이 정확히 20억 년 전이 아니라는 보장이 있나요? 혹시 우리 우주가 언제부터 가속 팽창을 시작했는지 암기하고 계신가요? 당시 지구과학2 교과서가 없어서 그 내용이 있을진 모르지만 있더라도 엄청난 지엽이고요, 일단 현재 지1 교과서에는 언제 가속 팽창을 시작했는지에 대한 내용이 없습니다.


물론! 실제 우리 우주는 가속 팽창은 약 50억 년 전부터 시작했습니다만 저 자료의 우주가 우리 우주와 같다는 보장이 어디에도 없습니다. 억지 같으신가요? 저 그래프에서 허블 상수를 계산해보세요. 60 정도밖에 안됩니다. 우리 우주 허블상수는 약 70이죠.


따라서 사실 저 문제의 ㄷ선지는 해결불능입니다. 이의제기를 당시에는 안 했던 모양입니다. EBS에서 제공하는 해설을 한 번 봐볼까요?

실망스럽죠?



Q. 저는 v = H * r해서 답은 구했는데, 그럼 이 방법이 왜 틀린 거죠???

A. 그 이유는요, 놀랍게도 허블 상수 H가 시간에 따른 함수이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더 놀라운 사실은 허블 상수는 감소하는 함수입니다.

허블 법칙에 대해 알아봅시다. 아까 우주의 크기를 a(t)라고 했죠? 그리고 은하 P의 거리를 rP(t)라고 했고요.

rP(t) = k * a(t)이고

rP'(t) = k * a'(t)입니다.

그러면

rP'(t)/a'(t) = rP(t)/a(t) = k

가 성립합니다.

a'(t)를 양변에 곱해주면?

rP'(t) = a'(t)/a(t) * rP(t)

가 성립합니다. 근데 rP'(t)는 후퇴 속도이고, rP(t)는 은하까지의 거리니까, a'(t)/a(t)를 슬며시 H(t)라는 함수로 고쳐주면...

rP'(t) = H(t) * rP(t)

허블 법칙이 튀어나옵니다! 이때 a'(t)/a(t)는 어떤 은하를 고르든 상관 없이 t만 같으면 항상 일정한 값이죠? 그래서 허블 상수인 겁니다. 시간에 대한 상수가 아니라 공간에 대한 상수입니다.


a'(t)/a(t)가 감소하는 이유는, 그냥 계산해보니까 그렇더라 라고 생각하시면 됩니다. 참고로 물질 밀도가 높을 때에 a(t)는 t^(2/3)과 거의 비례하고, 암흑 에너지 밀도가 높을 때에는 e^t과 거의 비례한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직접 a'(t)/a(t)를 계산하면 H(t)가 처음에는 감소하고, 나중에는 어느 값으로 수렴한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실제로 허블 상수의 무한 수렴값은 55km/s/Mpc 정도라고 하네요^^


그니까 허블 상수는 시간에 따라 감소하기 때문에, v = H * r에서 20억 년 전 H는 더 크고, r은 더 작기 때문에 v를 비교할 수 없습니다! 허블 법칙에 대한 잘못된 이해를 바탕으로 풀어서 운 좋게 맞힌 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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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종강해주용 · 1158316 · 09/09 14:28 · MS 2022

    개추

  • 벡트남어 · 1070942 · 09/09 15:05 · MS 2021

    개추(이따 읽을게요)

  • bf109 · 1253156 · 09/09 15:12 · MS 2023

    글은 잘 읽었습니다만 우리 우주가 아니란 건 좀 억지 같네요. 그럼 문제풀때 이게 우리 지구인지 무슨 평행우주의 딴 지구인지 따져야 되는 건가요

  • 오뎅ㅇㅣ · 753112 · 09/09 15:44 · MS 2017

    다른 문제는 모르겠고, 이 문제에서 현재의 허블 상수가 60으로 주어진 건 우리 LCDM 모형과는 큰 차이가 있는 거죠. 문제가 허술한 게 맞습니다.

  • 앙팡과 상팡 · 877147 · 09/09 16:41 · MS 2019

    맞음 이거 좀 이상함. 그나마 설명할 수 있는 방법은
    1. 우리은하라고 명시해줬기 때문에 ΛCDM 상정
    2. 당시 교육과정에서 가속팽창을 배움
    정도인듯요

  • 앙팡과 상팡 · 877147 · 09/09 16:46 · MS 2019

    허블 상수 이슈는 어차피 Hubble tension 때문에 ΛCDM의 정확한 H값이란게 존재하지 않고, 문항에서 그 값을 오차 없이 표현하는 건 불가능하니 60kmpspMpc정도면 수용 가능하긴 해요

  • 오뎅ㅇㅣ · 753112 · 09/09 16:53 · MS 2017

  • 닥마 · 994443 · 56분 전 · MS 2020

    저는 해당 문제가 단순히 우주론적 적색편이에 대한 이해를 묻는 문제였으며 보기에서 묻는 후퇴속도는 적색편이로 계산되는 후퇴속도였다고 보는데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사실 통상적으로 데이터에서 다뤄지는 '후퇴속도'는 적색편이를 속도로 표현한 척도일 뿐인 것을 생각하면 저는 제 해석이 맞다고 생각합니다. 이러한 관점에서 보면 시간이 지남에 따라 천체까지의 거리가 멀어지며 적색편이가 길어지므로, 해당 선지는 참이라고 봅니다. 실제로 안상현 박사님의 '우주의 측량'이라는 서적에도 해당 내용이 서술되어 있습니다. 시간이 지날수록 우주가 팽창하며, 은하 사이의 거리고 멀어지고 이로 인해 적색편이가 증가하여 관측되는 후퇴 속도가 커진다고요.

  • 정시의벽 · 1094679 · 22시간 전 · MS 2021

    젠장 또 자연상수야

  • 닥마 · 994443 · 54분 전 · MS 2020 (수정됨)

    저는 문제의 의도를 위의 앙팡과 상팡님의 댓글에 단 것 처럼 판단하고 있으며, 이러한 관점에선 해당 문제가 오류는 아닙니다. 다만 '후퇴속도'라는것이 실제로 공간상에서 멀어지는 속도를 의미하는지, 적색편이를 의미하는지 명확하게 명시하지 않았다는 점에서 불편함이 있으나, 통상 데이터에서 다뤄지는 후퇴속도는 후자를 의미하기에, 문제는 없다고 봅니다. 안상현 박사님의 '우주의 측량'이라는 책에서도 우주가 팽창함에 따라 우주론적 적색편이에 의해 외부 은하들의 적색편이가 증가하고 이로 인해 관측되는 후퇴속도가 증가하다는 서술이 쓰여 있습니다.

  • 닥마 · 994443 · 45분 전 · MS 2020 (수정됨)

    그리고 이와 같은 관점에서는 V=Hr로 접근하는 것이 꼭 틀린 것은 아닙니다. V=Hr의 논리는 처음에는 단순히 관측 데이터로부터 산출된 것이지만 결과론적으로는 우주의 팽창속도[a'(t)]가 일정함을 가정하여 우주론적 적색편이의 정도를 통해 거리를 계산하겠다는 논리이고, 실제 자료에 제시된 스케일에서는 우주의 팽창속도가 그리 큰 차이를 보이지는 않기 때문에 근사적으로 납득 가능한 풀이라고 생각합니다.

  • 닥마 · 994443 · 41분 전 · MS 2020 (수정됨)

    추가로, 과거 EBS 교재에서 '일정한 속도로 팽창하는 우주'라고 조건을 줘놓고 '시간에 따라 외부 은하의 후퇴속도가 증가한다' 라는 선지가 나온 적이 있는데 이의 신청 폭탄을 던져 얻어낸 답변의 내용이 "실제로 공간상에서 멀어지는 속도는 관측이 불가능한 것이고, 우리가 관측하는 유일한 정보는 적색편이이기 때문에, 문제의 '후퇴속도' 라는 것은 실제로 멀어지는 속도를 의미하는게 아니라, 적색편이를 의미하는 것이다" 라는 답변을 얻어낸 적이 있습니다.해당 기출도 같은 논리라고 봅니다.

  • 닥마 · 994443 · 29분 전 · MS 2020

    결과적으로 글쓴분께서 '후퇴속도'를 천체가 공간상에서 멀어지는 속도라고만 생각하셔서 생기는 모순이라 생각합니다. 실제 필드에서 '후퇴속도'는 공간상에서 실제로 멀어지는 속도보다는 적색편이를 나타내는 척도로 주로 받아들여짐을 고려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