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nu Roman.] 전쟁에 관한 SSU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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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Snu Roman.입니다.
머리 식히러 인터넷에 들어왔는데 또 머리 아픈 주제 읽기 싫다 할 수 있을 그 때가
바로 이런 걸 읽기 가장 좋은 때라는 스컬러의 명언으로 이 글을 시작합니다.
전쟁에 관하여 이야기해보고자 합니다.
(이 글의 주제는 없습니다. 소재는 전쟁입니다.)
보통 쌍방폭행은 양측 모두에게 손해를 가져오기 마련입니다.
그게 모르는 사이라면 더 그렇죠. 길가다 시비붙어 싸움이 붙어서 이쪽은 멍 하나,
저쪽이 멍 열 개가 들어도 양측 다 손해입니다.
그럼 전쟁은 왜 하는가.
우선 우리나라가 전쟁을 어떻게 바라보는지 한 번 살펴보죠. 여러분들 국사 교과서보다 보면
이런 말을 한 번쯤 본 일이 있을 겁니다. "우리민족은 평화를 좋아하여 남을 침략하진 않았지만
외세의 침입에는 단호하게 대응하여 물리쳐왔다."
그러면서 가장 자랑스러워하는 역사는 요동땅을 평정했던 고구려, 그리고 만주동쪽까지 호령했던 발해죠.
고려는 수없는 외세의 침입에 맞서 땅을 지켜낸 것으로 묘사되지만, 원나라에겐 사실 먹힌 거지 지켜냈다고 보기 어렵습니다. 결국 전쟁 관련하여 이렇다 할 승리라고는 손에 꼽고 동북아지역조차 호령해본 적 없는 역사 컴플렉스가 반영된 서술이라 봐야겠죠.
(그 와중에도 우리가 적을 먼저 침공하여 밀어낸, 요동땅 정복이라든가 조선의 여진족 정복 등은 '토벌', '정벌'이란 단어로 채색됩니다.)
세계사적으로 전쟁이 일어나는 매커니즘은 어떻게 될까요?
당신이 만약 반에서 가장 힘센 아이라 칩시다. 힘이 가장 세다 하더라도 언제나 자신을 지켜낼 수 있다는 의미는 아닙니다. 누군가 칼을 들고 달려들면 어쩔 것이며, 단체로 '다구리'를 놓으면 방법이 없죠.
그래서 다른 반 가장 힘센 아이들과 모여 회의를 합니다. 우리끼린 서로 싸우지 말자. 왜? 싸우면 서로 손해니까. 그러면서 밑에 애들이 기어오르지 못하게 공평한 룰을 만들자. '교내법'을 만들어서 우리 허락 없으면 아무도 싸우지 못하게 하자. 그리고 칼(핵무기)은 우리만 갖자. 우리는 설령 약한 놈이 맘에 안 들면 패더라도 상관없다. 왜냐면 그 교내법을 해석하는 권한도 우리에게 있으니까.
이게 현재의 세계질서입니다. 전쟁수행을 규정하는 국제법의 규칙은 일찍이 제정돼 있습니다. 해석하는 건 강대국의 몫입니다. 위반하고 말고는 중요 문제가 아닙니다. 국제법의 규칙을 어긴 자도 패배하면 도조 히데키나 밀로셰비치처럼 재판받는 전범신세가 되고, 승리하기만 하면 핵폭탄 투하로 수십만명을 도살하든, 세르비아를 폭격해 민간인을 학살하든 관계 없는 겁니다.
(전승국인 미국이 전범 재판을 받았다는 얘기, 들어보셨나요?)
결국 근대에서 현대로 넘어오는 시기는 전쟁의 야만성을 강대국이 세련되게 '자기 입맛'에 맞게 조율한 역사입니다. 아무리 이슬람 테러리스트가 날뛰고 몇몇 국가가 반란을 감행해도 강대국들의 빅픽처 안에 놓인 그림일 뿐입니다. 국제법 정신따위는 없죠. 포로의 인권을 지켜준다는 1차 헤이그협약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일본이 러일전쟁에서 이긴 건 알고 계시죠? 이 때 일본은 러시아 장교들을 아주 잘 대우해주었고 심지어 요정까지 다니게 해주었습니다. 아무리 이겼다 한들, 러시아에 있는 수많은 첨단강국들을 더 상대하기엔 일본도 부담스러웠던 거죠.
일본이 한국을 강점했을 때 한국의 포로들은 어떤 대우를 받았나요? 면도기로 입에서 코까지 갈리고, 미꾸라지로 여성들은 음부를 희롱당하고 1척도 안 되는 뒤주에 갇혀 물도 못 마시며 철저하게 인권을 말살당해야 했습니다. 이런 일본의 포로다루는 방식에 강대국들은 이의를 제기하지 않았죠. 왜? 일본은 당시 1차세계대전 전승국이었고, 그들의 동료였으니까요.
결국 강대국들은 자기 편한대로 전쟁을 일으킬 수 있습니다. 명분을 세우는 건, 너무나 쉽죠. 경찰국가를 자임하는 한, 세계에 독재자는 얼마든지 많으니까요.
그럼 전쟁을 왜 일으키는가. 정치권력은 기반을 공고히할 수 있어 좋다 칩시다. 문제는 자본가들조차 반긴다는 겁니다. 그 자본가가 군수산업가가 아님에도 말입니다.
왜냐면 자본주의는 필연적으로 무한경쟁에 따른 이율 저하로 치달을 수밖에 없습니다. 이렇게 소비재 시장이 위축되고 적당한 투자처가 없을 때, 엄청난 잉여자본을 가격이 안정적인 무기 생산에 쏟아부어 불황을 유보하는 것이 바로 자본주의 체제의 중요 운영 기법입니다. 무기는 가격이 항상 고정되어 있으니까요. 정부도 흥정하려하지 않습니다.
이렇게 되면 공업생산량이 비약적으로 늘어나고 그에 따른 고용이 창출되며 소비가 활성화됩니다. 그 뿐인가요? 많은 민간부문의 혁신을 실은 전쟁이 가져다줍니다.
2차세계대전 종료 이후에 두글래스 병력 수송기는 바로 여객기로 변신하여 오늘날 여러분의 유럽여행을 책임지고 있습니다. 1989년이 됐을 때엔 군수 첨단기술 산업 관련자들의 전유물인 인터넷이 상업적으로 탈바꿈하여 오늘날 저에게 이런 글을 집에서 편하게 앉아 쓸 수 있는 자유를 주고 있죠. 사회의 하드/소프트웨어를 총체적으로 바꿔놓을 뿐 아니라 전쟁은 국가의 체제까지 뒤흔듭니다.
한창 때의 '무상급식', 혹은 요즘의 '비정규직의 완전고용' '최저임금제 상향' 이런 사회주의 의제는 어떠한 정치세력에 의해 달성된 것이 아닙니다. 바로 전쟁이 달성시킨 것이죠. 복지국가체제가 발전한 것은 세계 1차대전 유럽에서의 일이었습니다. 남성 다수를 징집해 국가에 보내면 상대적으로 노동력이 빈곤한 노인, 여자, 아이들은 어떻게 살아가겠어요? 그리고 이들을 불안하게 놔두면 징집된 남자가 어떻게 전투에 진지하게 임하겠어요??
그래서 국가는 '총력전 국가'를 위하여 빈민과 노동층의 생존을 담보해주는 동시에 징집된 남성들로부터 충성심을 보장받아야 했습니다. 노후연금법, 병가수당법, 실업수당법 등 급진적 사회주의 어젠다들을 1880년대 초반시킨 게 바로 비스마르크입니다. 한국에도 없는 무상 고등교육의 기회가 1944년 미국의 퇴역군인 대우법에서 나왔고요. 총알받이로 국민들을 내몰려면 일정한 당근을 제시해야 하는데 우습게도 그 복지국가의 초안이 전쟁으로 인하여 다듬어진 겁니다.
전쟁은 보통 국가의 안위와 연결되어 있기에, 많은 지식인들의 눈을 멀게 합니다. 9.11테러로 인해 가족을 잃어 시름에 빠진 국민들을 앞에 두고, 이라크 전쟁을 반대하는 건 현명한 처세가 아니었습니다. 사형제 폐지론자로 유명한 대문호 찰스 디킨스가 인도에서 영국을 상대로 들고 일어난 세포이 항쟁 소식을 듣고 내뱉은 말로 본 글을 마무리짓고자 합니다.
"인도의 군 총지휘관이 되어 인도인이라는 쓰레기 인종 자체를 지구 상에서 모조리 지워버리는 것이 나의 꿈이다."
Snu Roma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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