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김 [645324] · MS 2016 (수정됨) · 쪽지

2017-12-13 23:53: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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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 한의학의 실체를 araboz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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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한국 한의학계가 사상의학을 '한국 한의학의 꽃'이라고 부르며 떠받들고 있다는 근거는 무엇인가요?

바로 본인이 가져오신 그 논문[1]을 이유로 사상 처방을 사용하지 않는 한의사들도 많습니다. 그리고 사용하더라도 처방을 고를 때 선택할 수 있는 한 가지 옵션 정도일 뿐이지, 떠받든다? 글쎄요. 떠받든다면 최소한 사상의학회가 한의학계 내에서 메이저 학회여야 하는 것 아닐까요.


2. 이제마의 직업이 유학자, 또는 무관이라고 해서 사이비다?
여기서부터 슬슬 비전공자의 한계가 나타나기 시작합니다. 유학(儒學)은 과거 중국 및 조선의 사상계를 지배하는 최고 이념이었으며, 이러한 상황에서 의학은 '治者는 백성들을 건강하게 살아갈 수 있게 해주는 부모의 역할을 해야 한다는 지배자의 논리로부터, 자식된 자로 부모를 잘 봉양해야 하며 이를 위해서는 의학적 지식이 필요하다는 충효사상'에 이르는 유학의 전반적 이데올로기를 지탱해주는 도구로써 작동하였기에, 중국에서는 송대 이후 의학을 하는 유학자들의 수가 폭발적으로 증가하게 됩니다[2]. 중국 뿐만 아니라 조선에서도 조선시대 전반에 걸쳐-초기에는 국가 주도의 의학 집대성을 위해, 후기에는 지방의 부족한 의료 인력을 충원하기 위한 자생적 노력으로-유의의 활동이 지속되고요[3].


또한, 이제마의 저술인 동의수세보원 사상초본권-갑오본-신축본으로 이어지는 내용을 단 한번이라도 읽어보았다면, "이사람이 만든 사상의학 역시, 실제로 사람을 치료해보고 만든게 아니라 유학과 동양철학(음양오행, 사괘/팔괘 등)으로 때려맞춘 학문입니다"따위의 소리는 하지 못합니다. 이제마가 사용한 처방마다 그 임상례-의안(醫案)-가 적혀 있기 때문이죠.


3. 사상의학이 음양오행을 기반으로 만들어졌다?
최소한, 물론 본인이 '학문'으로 보지 않는다고 하더라도, 어쨌든 대한민국의 정규 대학에서 교육되고 있는 학문을 까기 위해서는 블로그나 개인의 사이트 따위를 참조해서는 안 됩니다. 이미 한참 예전에, 사상의학은 상생,상극하는 오행적 순환원리와 다른 구조를 가지고 있으며[4], 주역에서 말하는 '사상'과 사상의학의 '사상'은 관련이 없고 단지 명칭만을 차용하였다[5]고 정리되었으며 한의과대학의 교육과정에서도 그렇게 가르치고 있습니다. 따라서 가져오신 표가 음양오행설을 근거로 정리되었다는 내용 역시 틀린 표현입니다.


4. 어딜가나 '튀고' 싶어하는 사람들이 문제입니다.
대학병원에서는 사상체질의 판별을 위해 어느 정도 신뢰도와 타당도가 연구된 QSCC와 같은 설문지에 더하여 약 처방 및 f/u을 통해 최종적으로 체질을 판단합니다. 저 또한 주변에서 체질을 물어보는 사람들이 있으면 최소한 사상체질과 전문의에게 찾아가라고 이야기하고요. 저런 기사처럼 쉽게 '이러이러하니 이런 체질이다'라고 나오는 게 아님에도 불구하고 하도 방송이나 기사에서 체질 체질 하며 쉽게 떠들어대니 문제죠. 여기에 더해서 기사를 써 달라고 하니까 대중들 입맛에 맞게 써 주는 사람도 문제고요...



[1] 백영화, 김호석, 이시우 외 1인. 사상체질 전문가의 체질진단 일치도 및 타당도 평가. 사상체질의학회지. 2014;26(3):295-303.
[2] 김남일. 중국의학사 속에 보이는 의학론. 의사학. 2004;13(1):128-133.
[3] 김성수. 조선시대 유의의 형성과 변화. 한국의사학회지. 2015;28(2):105-120.
[4] 송정모. 사상의학의 원리와 철학적 배경에 대한 고찰. 사상의학회지. 1992;4(1):5-29.
[5] 유준상. 동의수세보원에 나타난 음양관. 사상의학회지. 1997;9(1):103-1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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