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피 마시며 썼던 썰(5)-휘파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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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에 눈을 떴을 때부터 기분이 묘했다.
넷이서 노래방에 간 적은 있어도
C랑 둘이서만 가본 적은 없었다.
과외할 때 뭘 가르쳤는지도 기억 안날만큼 정신은 그 일에 쏠려 있었다.
마지막 과외가 끝나고 약속 장소에 10분 먼저 도착했다.
그 10분간은 긴장 그 자체였다.
5분 정도 지나고 나니 C가 도착했다.
검은색 아디다스 삼선 츄리닝에 검은색 셔츠. 그리고 보스턴 레드삭스 모자. 필자한테 굉장히 익숙한 모습이었다.
C: 뭘 쫄고 그래ㅋㅋㅋ들어가자.
필: 다리는 좀 괜찮아?
C: 응 많이 나아진 거 같아.
노래방에 들어가는데 마음이 왠지 모르게 무거웠다.
잘못을 저지르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무리 친구라지만...그래도 남친 있는 애인데 싶다가도 내가 괜히 예민한건가 싶기도 하고.
빈방이 없기를 기도했다. 하지만 필자의 기도는 씨알도 안 먹힌다. 사장님이 아무데나 들어가라고 하셨다.
넒은 방에 두 명이 들어갔다.
한쪽 소파에는 필자, 건너편에는 C가 앉았다.
왠지 분위기가 어색할 것 같아 분위기 띄울 만한 노래로 먼저 시작하려 했다. 그래서 리모콘을 잡는 순간
C: 야 오늘은 나만 부를거야.
필:?뭔소리야
C: 넌 그냥 가만 있어.
어이가 없었다. 완전 지멋대로였다. 물론 언제나 그랬지만.
잠자코 있으니 C가 노래를 고르고는 마이크를 잡았다.
그러고는 뭐...그냥 C의 독무대였다.
좀 감동받았던 건 필자가 평소에 즐겨듣는 노래들이라고 예전에 알려준 기억이 있는 노래들을 불러줬다.
혼자서 9~10곡을 연달아 부르는 게 쉬운 일이 아닐텐데 그 놀라운 걸 해냈다..
일라일라를 부르고는 물을 모금 마신 후
C: 야 이제 휘파람 부를거니까 눈 똑바로 뜨고 있어.
그러고는 갑자기 자리를 일어났다.
‘설마...?’
지난 번에 A 앞에서 보여줬던 퍼포먼스 때와 같은 전개였다.
‘나 좀 진지해.’라고 말하는 듯한 차가운 표정.
필자를 쳐다보는 날카로운 눈매.
A가 왜 아무 반응도 ‘못’ 보였는지 이해할 수 있었다.
그 카리스마를 이길 수 있는 사람이 과연 몇이나 될지.
블핑-의 전주가 나왔다.
(들으면서 읽으면 몰입이 잘되지 않을까?해서 링크 걸어봄
https://m.youtube.com/watch?v=dISNgvVpWlo )
호오...인트로의 휘파람소리를 내고 있었다. 귀를 얄궂게 간지럽히는 귀여운 자극이었다.
이윽고 열창이 이어졌다. 안무까지 조금씩 하면서.
정말 감동적이었고, 고마우면서도, 미안했다.
그냥 장난으로 해본 소리였는데 이렇게까지 해줄 줄이야..
그런데 생각해보니 좀 이상했다.
‘저 안무 원래부터 알고 있었던 건가?’
필자가 아는 C는 춤추는 걸 (못해서..) 싫어하는 애다. 그런 애가 뮤직비디오 몇 번 보고 저렇게까지 따라할 수 있을 리가 없었다.
문득 새벽에 주고 받은 카톡에서 했던 말이 떠올랐다. 1시 40분쯤에 빨리 안자고 뭐하냐는 질문에
‘조금 할 게 있어서’
라고 답장이 온 게 기억났다.
‘설마 그 때 이거 연습하고 있었던 건 아니겠지?’
이따가 물어봐야겠다 하고 있던 차였다.
노래의 마지막 부분에 거의 근접해서였다. (3분 8초즈음부터)
“바람처럼(응..?)
스쳐가는(왜 이쪽으로 오는거지..?)
흔한 인연이 아니길(????)
많은 말은 필요 없어
(어?? 야 잠만잠만잠만 왜 자꾸 와??)
지금 너의 곁에 나를 데려가 줘
(?!!어어어잠깐만야잠깐만머야머야머야거기까지만!!?!?!)
ohh~ohh~ho~!
(!!!!!!!!!!!!!!!!!!!!!!!!!!!!!!!!!!!!!!!!!!!!!!!!!!!!!!!!!!!!!!!!!!)
.
.
.
.
.
.
조명이 켜졌다.
C는 다소 실망한 모습이었다.
C: 아ㅅㅂ중간에 스텝 꼬였어ㅠㅠ ㅈㄴ짜증나
야 다시 불러줄게
필: 아냐 부르지마!!(그걸 한 번 더 당하면 그땐...)
필: 너 혹시 어젯밤에 이거 연습한거야?
C: 응...
필: 야 나 진짜 감동받았어
C: 아 근데 스텝 꼬여서 짜증난다고..ㅈㄴ열심히 했는데..
장난 한마디에 이렇게 정성을 다한 C가 정말 고마웠다.
필: 야 잠만 리모콘 좀 줘봐
리모콘으로 그 노래를 검색해봤다.
없을 리가 없는 당연히 있을 노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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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오오오오오오
앗 하이라이트 생략 무엇....