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수 이상을 생각하시는 분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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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필장수생... 참 슬픈 단어입니다.
딱히 관심이 없는 분들은 단순히 사회에 뒤쳐진 자들로 느껴지시겠지만, 저는 그들의 생활과 감정과 고통을 고스란히 경험해보았기때문에 그 슬픔이 더욱 강하게 와닿습니다.
그래서 그들에게 더욱 애착이 가고, 쓸데없는 오지랖인지 모르겠지만 앞서 흘러간 자로서 한마디 더 해주고 도와주고 싶은 그런 마음이네요.
제가 하려는 말의 대상은 이미 미필장수생이 되어 결과가 나온 사람들 혹은 군필자가 아닌 앞으로 미필장수에 도전해보려는 학생들입니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재수는 얼마든지 편하게 해보셔도 좋습니다.
재수는 과정 그 자체로도 충분히 가치가 있으며 사실 재수생이 어마어마하게 대중화가 된 이때 1년 재수가 인생의 단점이 된다고는 결코 생각하지는 않습니다.
만약 저의 아들, 딸이 재수한다고 말한다면 흔쾌히 하라고 할겁니다.
오히려 공부에 조금이라도 관심을 가지고 있다면 재수를 하고싶다고 말하지 않아도 재수는 인생에 도움이 될 수 있으니 해보는게 어떻냐고 권유해보고 싶네요.
그런데 삼수부터는 죽어도 시키지 않을겁니다.
이 글을 보고 계시는 분들 중에서도 삼수를 고민하고 계시다면 정말 진지하게, 지금 내가 도전하려는게 어떤 짓인지 알고 시작하시길 바랍니다.
차분히 하나하나 설명해드릴테니 선택에 도움이 되길 진심으로 기원합니다...
1. 수능중독
'N수를 한다'는 것은 굉장한 희망을 품고 공부를 시작하는겁니다.
즉, 본인의 현재 상황이 어떻든간에 1년 후의 화려하고 새로운 내 모습을 그리며 시작하는거죠.
그런데 경험해보셔서 다들 아시겠지만 수험생 생활은 결코 쾌적하지 못합니다.
멋지고 좋은 옷을 못 사는건 당연하고, 연애는 꿈도 못꾸며, 여유롭게 취미생활도 하지못하고, 심지어 친구들과 연락하는 것도 뭔가 죄책감이 느껴집니다.
이런 힘든 생활은 본인을 피폐하게 만들고 간혹 돌아보이는 본인의 불만족스러운 모습을 보며 '조금만 참자 대학만 가면 돼'라는 보상심리를 통해 인내하게됩니다.
즉, 본인이 이렇게 힘든 생활을 하는데 이런 모든 고통의 보상은 대학이라는 사고가 만들어지는거죠.
그리고 그런 사고가 반복되면서 '보상 = 대학'이라는 사고가 점점 더 확고해집니다.
그런데 미필 장수생들에게 공부란 그렇게 쉬운 일이 아니에요.
현역때 하루 12시간 공부하는 것과 삼수, 사수때 하루 12시간 공부하는 것은 분명히 다릅니다.
현역들의 노력을 가볍게 보는 것이 아니에요.
하루 12시간 공부는 그 누구도 쉽게 하기 어려운 일이지요.
그런데 미필 장수생들에게는 공부에 집중을 방해하는 엄청나게 많은 감정들이 서려있어요.
인간은 합리적이고 이성적인 동물이기때문에 감정을 컨트롤 할 줄 알아야하며 그렇기때문에 인간이겠지요.
하지만 세상에 모든 일에 합리적으로 이성적으로 딱부러지게 행동하는 사람이 어디있습니까?
결국 무의식적인 감정을 토대로 한 이성적인 판단이라는 껍데기를 씌운 선택을 하는겁니다.
공부를 열심히 한다? 이것도 계산기처럼 행동의 이익과 손해를 정확히 재어 이익이 되는 행동만 척척 하는 것이 아닌
미래에 떨어질 결과에 대한 긍정적인 감정이 현재 있을 고통을 참아내기에 충분히 달콤하기에 본인 스스로가 컨트롤 할 수 있는겁니다.
(어찌되었든간에 모든 노력에 대해서는 존경을 표하며, 현역이든 재수생이든 누구든간에 노력을 폄하할 생각은 없습니다)
제가 공부를 안 한 것에 대한 변명으로 들릴 수도 있고, 이런 식으로 자기합리화하여 장수생들의 도전을 막으려는 것처럼 보일수도 있을겁니다.
하지만 현역부터 6수까지 전부 독학으로 공부해 본 제 경험상 1수가 늘어갈수록 이 고통의 정도가 차이나 너무 큽니다... 정말 너무나도 커요.
그래서 이 글을 보는 다른 현역분들과 재수생분들이 어떻게 생각할 지는 모르겠습니다만 저는 수능을 망한 장수생들은 얼추 이해가 갑니다.
그들이 '게을러터졌다, 머리가 안좋다, 인생 낭비만하는 쓰레기들이다'라고 생각하기 이전에 '그동안 참 많이 힘들었겠구나' 생각이 먼저 듭니다.
하지만 현실은 현실이듯 위와 같은 고통을 이겨내지 못한 분들은 결국 수능에 좋은 결과를 거둘 수 없습니다.
그런데 이때 본인은 이런 생각을 합니다
'공부를 하지 않은 내 과거가 무척 후회스럽다, 공부를 왜 안했을까? 왜 그렇게 노력하지 않았을까? 이런 내 자신이 싫다'
본인이 느꼈던 감정과 고통은 온데간데없고 1년간 공부를 하지 않은 나의 모습에만 초점이 쏠립니다.
이 감정을 일반인이 느끼기 쉽게 말하자면 뭐가 있을까 생각해봤는데 제 표현력의 부재인지, 경험의 부재인지 딱 하나밖에 떠오르지 않네요.
자위를 시작할 때 감정과 끝날 때 감정은 극도로 차이가 심하죠?
엄청난 감정이 몰려와서 나도 모르게 컴퓨터를 키고 쾌락을 즐기고는 '아... 내가 지금 무슨 짓을 해버린건가'하는 감정
이때 감정의 롤러코스터와 장수 생활 중 고통을 참지 못하고 할거 다 하고서는 수능 끝나고 '내가 왜 공부를 안했을까...'와 비슷합니다.
또한 이들에게는 처음 시작할 때 확립되었던 본인의 고통에 대한 보상심리=대학이라는 사고가 너무나도 확고해져있습니다.
그리고 본인들이 수험생활을 힘들게 했을수록, 머리속에 그리는 미래 내 모습이 화려하면 화려할수록 이 사고에 빠져 허우적거리길 반복합니다.
그렇게 계속해서 1년만 더, 1년만 더 하다보니 몇년씩 시간이 지나있는거에요.
미필오수생, 미필육수생... 다 이런 식으로 만들어진 수능낭인들입니다.
2. 장수생의 감정
2-1. 외로움
물론 세상에 외롭지 않은 수험생활은 없습니다.
모든 수험 생활은 타인과의 친교를 죄악시하고 낭비로 보기때문에 외로움은 수험생활과 '실과 바늘'같은 존재에요.
하지만 20대 초반의 우리는 외로움에 대해서 준비가 덜 되어있습니다.
보통 재수를 시작하는 분들은 이제 갓 학창시절을 넘어선 분들이에요.
중학교 고등학교때 친구들과 하루의 반을 함께하며 동고동락하고 그렇게 하루하루를 보내는데
재수를 하면서부터 갑작스레 인생의 사명마냥 수험생활을 시작하는거죠.
이렇게 시작한 재수는 뭐.. 이때 1년 연락 안한다고 사이 멀어지면 그건 동네 알던 애지 친구 아닙니다.
그런데 삼수를 하면서부터는 재수때와 차이가 있어요.
상대방이 나랑 인간적으로 멀어지고 나를 무시하는 그런게 아니라 서로간의 생활의 차이가 벌어진 상태로 시간을 오래 보낸 터라 서로간의 이질감이 생기는거에요.
사실 대부분 대학생이고 이제 그들의 생활영역에서 그들만의 삶을 살아가는데 그들은 이미 나의 준거집단이 되어있고, 나 자신은 그들에 비해 뭔가 준비가 덜 되어있는 듯한 기분이 들죠.
백번 양보해서 삼수때까지도 적당히 그러려니 하는데 사수 넘어가면 이제는 인간관계 확실히 정리됩니다.
이어서
ㅡ ㅡ ㅡ
https://orbi.kr/0006835877/장수를 고민하는 모든 분들에게
과거 오르비 글을 퍼왔습니다
작성자분은 요즘도 활동하시는걸로 압니다
재수할 때 최선의 경우만 생각하고 하시지만
최선 최악 두 경우 모두 알고 시작하는게 맞다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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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퍼오신 거 였네요
그 어떤 글보다 가슴깊이 남는 글이네요
감사합니다
의대 진짜 가고싶어서 삼반수 생각하고있었는데 그냥 접어야겠네요.. 더 어려울지도 모르지만 수능말고도 길이 있겠죠
아.. 절대 안해..
피와 살이 되는 이야기네요.
주변에 삼수, 삼반수해서 메디컬 가는 친구들 많은 입장에서 약간 반발하게되네